금융권 노사가 금요일 조기 퇴근을 위해 ‘라스트콜’을 도입하기로 하자 은행 문이 더 일찍 닫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자 사용자 측이 직접 해명에 나섰다.
2027년 4월부터 영업점 개점 시간이 오전 9시에서 9시30분으로 늦춰져도, 영업 종료 시각은 금요일을 포함해 오후 4시로 그대로 유지된다는 것이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금산협)와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은 전날 산별중앙교섭에서 은행 영업점 개점 시간을 현행 오전 9시에서 오전 9시30분으로 30분 늦추는 방안에 잠정 합의했다. 폐점 시간은 오후 4시로 그대로 유지한다.
아울러 금요일에는 영업시간 종료 30분 전부터 ‘라스트콜(고객마감제도)’을 실시하기로 했다. 지난해 10월 노사가 합의한 ‘금요일 1시간 조기 퇴근제’를 정착시키기 위해 마련된 방안이다.
금융노조는 29일 긴급 지부대표자회의를 열어 이 잠정합의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30일로 예정돼 있던 2차 총파업은 철회됐다.
◆ 오후 3시30분엔 손님을 안 받는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금요일에는 오후 3시30분부터 신규 고객 접수를 받지 않아 오전과 오후 각각 30분씩 사실상 영업시간이 1시간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금산협은 “라스트콜이 시행되더라도 금요일 영업 종료시간은 오후 4시로 유지된다”며 “잠정합의에서 오후 3시30분부터 신규 고객의 업무 접수를 일률적으로 중단하도록 정한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라스트콜의 성격에 대해서도 금산협은 “영업 종료에 앞서 마감업무를 준비하고, 정해진 영업시간 내 원활한 업무 마무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운영한다”고 밝혔다.
운영 방식은 은행마다 달라질 수 있다. 금산협은 “라스트콜 제도의 시행일 및 구체적인 운영방식 등 세부사항은 각 지부 노사가 정하여 시행하도록 합의하였다”고 전했다.
◆ 그래서 줄어드는 건 아침 30분이다
잠정합의안대로 시행되면 은행의 평일 대면 영업시간은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4시까지 6시간30분이 된다. 지금의 7시간에서 30분이 줄어든다.
은행권이 평일 7시간 체제를 유지해 온 것은 2009년 4월부터다. 그 전까지 은행은 오전 9시30분에 문을 열고 오후 4시30분에 닫았는데, 당시 노사가 개점과 폐점을 각각 30분씩 앞당기면서 영업시간의 길이 자체는 그대로 뒀다.
코로나19 확산기인 2021년 7월 영업시간이 오전 9시30분∼오후 3시30분으로 줄었다가 2023년 1월 원래대로 돌아온 적은 있다. 그 기간을 빼면 정규 영업시간의 길이가 바뀌는 것은 2009년 이후 18년 만이다.
◆ 은행원 출근도 8시30분에서 9시로
개점 시간이 늦춰지면 은행원의 출근 시간도 함께 밀린다. 오전 9시에 문을 열기 위해 8시30분까지 나왔던 출근이 9시로 옮겨진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이를 “비정상의 정상화”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일반적인 사무직 직장인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근무하는데 은행원들은 9시에 문을 열기 위해 8시30분까지 출근해서 준비해왔다”며 “계약서상 근로시간은 원래 9시부터 6시로 돼 있기 때문에 임금 등에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구 금융노조 위원장은 잠정합의 직후 “임금 3.0% 인상을 비롯해 은행 영업시간을 30분 단축하기로 했다”며 “이는 건국 이후 처음”이라고 밝혔다.
이번 잠정합의에는 총액임금 3.0% 인상과 주 1시간 이내(하루 최대 30분) 자율출근제 신설, 금요일 조기 퇴근을 쓰지 못했을 때의 보상휴가안, 육아휴직 대상을 초등학교 6학년 자녀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함께 담겼다.
◆ 창구가 닫히는 30분은 누구 몫인가
남는 문제는 대면 창구를 쓰지 못하게 되는 30분이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은행의 공공성은 소비자가 원할 때 서비스를 받도록 보장하는 것인데 대면 거래가 필요한 고령층과 소상공인에게 부담이 집중될 수 있다”며 “근로여건 개선의 비용을 소비자의 이용시간 축소로만 충당하는 방식은 사회적 책무 측면에서 아쉽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모바일뱅킹을 대면 창구의 일률적인 대안으로 제시해서는 안 되며 시행 전 소비자 의견 수렴과 대기시간·민원에 대한 면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내가 가는 은행은 언제부터 달라지나
개점 시간 조정은 2027년 4월부터다. 그때까지 은행이 문을 여는 시각은 지금처럼 오전 9시다.
금요일 라스트콜은 모든 은행이 같은 날 같은 방식으로 시작하지 않는다. 시행일과 구체적인 운영 방식을 각 지부 노사가 정하기로 한 만큼, 같은 금요일 오후라도 은행에 따라 창구에서 새 업무를 받는 시각이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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