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이 아름답게 물드는 가을 교과서에서 제목만 외웠던 백제가요를 사랑하는 연인과 함께 들어 보면 어떨까? 오는 10월 넷째 주말 정읍에서는 그 노래의 주인공을 기리는 제사가 진행된다.
29일 정읍시에 따르면 제37회 정읍사문화제가 10월 24, 25일 전북 정읍시 정읍사공원에서 열린다.
사단법인 정읍사문화제 제전위원회가 주최하는 이 행사는 첫날인 24일 오전 9시 신정동 정해마을에서 채수의례를 지내고, 오전 10시10분 공원 안 망부사 사우로 옮겨 여인 제례를 올린다.
제전위원회가 올해 내건 것은 1400년 전 백제가요 ‘정읍사’다.
◆ 남편을 기다리던 돌은 어디로 갔나
정읍사의 무대는 돌이다. 고려사 악지는 백제 속악 ‘정읍’의 내력을 ‘정읍은 전주에 속한 고을인데 그 고을 사람이 행상을 나가 오래 돌아오지 않자 아내가 산 위 돌에 올라 남편을 바라보며, 밤길에 해를 입을까 두려워 진흙물의 더러움에 빗대어 이 노래를 지었다’고 기록한다.
그러면서 ‘고개에 올라 남편을 바라보던 돌이 있다고 세상에 전한다’는 한 줄을 덧붙였다.
기록에 따르면 조선 전기까지 그 돌은 자리를 지켰다고 전해진다. 신증동국여지승람은 “망부석이 정읍현 북쪽 10리에 있고 자취가 아직 남아 있다”고 적었다.
하지만 그 모습은 지금 볼 수 없다. 정읍시가 홈페이지에 올린 ‘망부석 위치고’는 세 곳을 나란히 짚고 어느 쪽도 확정하지 못했다.
시기동과 과교동 경계의 서당당재는 고증 자료가 부족하고 망부석이라 할 만한 바위도 발견되지 않았다.
또 망제동의 너른 바위는 그 일대가 원래 고부군이었다가 1914년 정읍군에 들어온 곳이어서 옛 정읍현 북쪽 10리와 맞지 않는다.
수성동 괴바라기는 사랑을 뜻하는 ‘괴’와 바라본다는 뜻의 ‘바라기’를 이어 붙인 지명 풀이다.
홈페이지는 ‘정읍사공원을 정읍사의 발원 현장’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 궁에서 밀려난 노래, 이름을 바꿔 남았다
돌과 달리 노랫말은 지금도 우리에게 전해지고 있다. 가사는 1493년 펴낸 ‘악학궤범’ 권5 시용향악정재조에 실렸는데, ‘달하 노피곰 도다샤’로 시작하는 그 노래다. 이 노래는 고려 때부터 궁중에서 무고를 출 때 반주로 쓰였다고 전해졌다.
밀려난 것은 조선 중종 때다. 1518년 4월 1일 실록에는 대제학 남곤이 악장을 손질한 내용을 아뢰면서 “무고정재 정읍사는 오관산으로 대용하였으니, 이것 역시 음률이 서로 맞기 때문입니다”라고 보고한 대목이 있다.
음란한 노래로 지목돼 궁중 무대에서 내려온 것이다.
노래는 그 뒤 노랫말까지 잃었다. 조선 후기 기악곡으로 바뀌었고 가사 없는 악보만 ‘대악후보’ 권7에 남았다. 19세기 초 궁중 음악에 아명을 붙이는 관행이 생기면서 이 곡에는 ‘수제천’이라는 이름이 붙었고, 일제강점기부터는 원래 곡명인 ‘정읍’ 대신 그 이름으로 불렸다.
국립국악원은 이 곡이 지금 정재 ‘처용무’의 반주로 연주된다고 설명한다.
정읍시는 노래가 음사로 낙인찍히면서 망부석도 차츰 기록에서 사라졌다고 본다.
◆ 돌 대신 세운 여인상, 영정은 다시 그린다
정읍이 돌을 대신해 세운 것은 여인상이다. 공원 망부상 언덕에 선 백제 여인상은 1986년 12월에 세워졌다.
높이 2.5m 화강암으로, 저고리 옷깃을 따라 아래쪽까지 단이 있고 머리는 양쪽으로 쪽을 지었으며 두 손을 마주잡고 서 있다.
제사를 올릴 사당은 그보다 여덟 해 뒤에 생겼다. 1994년 7월 지은 사우는 11.5평 규모에 정면 3칸 측면 3칸이다. 24일 여인 제례를 이곳에서 지낸다.
6만7000여 평의 공원에는 정읍사예술회관과 정읍사국악원, 시립미술관, 야외공연장, 정읍사 노래비가 있다.
사당에 걸린 영정은 바뀔 예정이다. 오종태 제13대 제전위원장은 지난 6월 인터뷰에서 “기존 영정이 정읍사 여인 이미지와 다르다는 의견이 있어 임기 중 새로 제작하겠다”고 말했다. 망부상 인근에 ‘백년해로 포토존’을 만드는 계획도 함께 밝혔다.
◆ 이틀 동안 무엇을 하나
노래의 내력을 듣고 싶다면 ‘정읍사 이야기길’이 있다. 24, 25일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공원 일원에서 백제시대 인물로 분장한 이야기꾼이 정읍사 여인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백제 의상 체험’은 같은 이틀 오후 2시부터 8시까지 공원 잔디광장에서 열린다. 올해 처음 넣은 프로그램으로 왕관과 모자 등 50여 벌을 갖췄다.
‘사랑의 소원등 길’은 망부상에서 우물을 거쳐 미술관까지 이어진다. 이 밖에 무대 행사가 이틀 내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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