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 상승·中 가성비 제품 공세
TV·생활가전 사업 수익성 악화
구독 ‘대세’ 추세에 서비스 진화
4인가구 중심 운영되던 구독상품
신혼·1인·노년가구 맞춤형으로
호텔·병원 등 대상 B2B도 확대
반도체 가격 폭등을 의미하는 ‘칩플레이션’으로 인한 원가 상승과 값싼 중국산 가전의 공세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삼성전자 가전 사업부가 상황 반전을 위한 카드로 ‘구독 강화’를 꺼내들었다. 신혼부터 노년까지 고객의 생애주기에 맞춰 구독서비스를 세분화하고, 학교와 병원, 금융기관 등 가전 수요가 많은 단체·법인 고객을 위한 B2B 구독 상품도 선보일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28일 혼수 전문 매장 삼성스토어 청담점에서 미디어 브리핑을 열고 기존에 운영하던 ‘AI 구독클럽’을 ‘삼성 AI 구독’으로 개편한다고 발표했다. 임성택 삼성전자 한국총괄 부사장은 “삼성 AI 구독은 삼성전자의 전사적 역량을 결집해 만든 서비스”라며 “기존 구독 서비스보다 한 단계 더 진화한 상품”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개편의 핵심은 세분화와 기업 구독 확대다. 우선 일반 4인 가구를 중심으로 운영되던 구독 상품에 신혼·1인 가구용 ‘신혼패스’와 노인 고객을 위한 ‘이지케어 패스’를 추가한다. 신혼 패스는 혼수로 가전을 한꺼번에 들이거나 이사가 잦은 고객을 겨냥했다. 전문 엔지니어가 이사 후 가전 상태를 점검하는 ‘이사 안심점검’, 식기세척기·로봇청소기 설치나 철거 때 공식 협력사가 가구장을 원래대로 복원해 주는 ‘가구 원복’, 평일 낮에 시간 내기 어려운 맞벌이 부부를 위해 야간·공휴일에도 전문 세척팀이 방문하는 ‘시간맞춤 세척’ 등을 제공한다.
이지케어 패스는 시니어(노인)들이 AI 가전을 쉽게 쓰도록 돕는 데 초점을 맞췄다. 상담사가 정기적으로 전화해 소모품 교체 시기와 사용법을 안내하는 ‘안심케어콜’을 운영하고, 고객센터에 연락하면 말하는 속도에 맞춰 응대하는 시니어 전용 상담 채널도 둔다.
법인 고객을 위한 ‘B2B 삼성 AI 구독’도 새로 내놨다. 공공기관과 호텔·의료·금융 등 제품을 대량으로 들여야 하는 법인사업자를 위한 상품이다. 원하는 시간·기간에 맞춰 관리받는 ‘시간맞춤 집중케어’, AS 접수 후 영업일 기준 48시간 안에 방문하는 ‘48시간 긴급 출동’, 사업장별 담당 엔지니어를 배정하는 ‘엔지니어 담당제’ 같은 서비스가 특징이다.
김용훈 삼성전자 한국총괄 소비자가전(CE)팀장은 “은행·관공서·약국·병원에는 기본적으로 정수기와 공기청정기, 에어컨, 소형 냉장고가 들어가고 사무실에는 PC·모니터·프린터·시스템에어컨에 의류관리기까지 다양한 가전이 쓰인다”며 “가전 사용 연한 관리와 초기 비용을 감안하면 (구매 방식을) 구독으로 전환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구독을 대대적으로 강화하는 배경에는 가전 사업 침체와 시장의 변화가 있다. 현재 삼성전자 가전 사업은 원가 상승과 가성비를 앞세운 중국 업체의 공세에 이중고를 겪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부족으로 가전에 들어가는 칩 부품 가격이 급등했고, 중동 지역 긴장과 유가 급등 영향 등에 따라 다른 원자재 가격도 불안정하다. 원가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중국 업체들이 저렴한 가전제품을 쏟아내며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삼성전자 TV·생활가전 사업부가 올해 2분기 100억원의 영업 적자를 기록한 배경이다. 3·4분기에도 적자를 벗어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위기 타파를 위해 삼성전자 가전사업부가 꺼내든 카드가 구독 사업이다. 구독은 금액 부담이 적기 때문에 비싼 가격 때문에 가전 구매를 망설이는 고객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선 구독료 덕분에 매월 안정적으로 현금을 확보할 수 있어 재무적으로도 매력적인 상품이다.
구독은 이미 대세로 자리 잡았다. 삼성전자 자체 조사 결과 이미 주요 가전 구매자 3명 중 1명이 구독을 선택하고 있다. 가전 구독 인지도는 2024년 44%에서 올해 7월 71%로 높아졌다. 임 부사장은 “구독에 집중하는 이유는 가전 시장이 (구독 중심으로) 빠르게 변하기 때문”이라며 “한국은 다른 나라보다 구독 중심으로 굉장히 빠르게 나아가는 국가”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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