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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중장년의 경력 설계, 혼자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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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의 퇴직 소식을 들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가장 오래 다닌 직장을 그만두는 나이가 평균 53세라 하니까. 그런데 마음이 무겁다. 갑작스러운 퇴직에 힘들 친구를 생각하니 그렇다. 그보다 더, 새로운 일자리를 구하려 혹독한 노동시장에 내몰리게 될 친구를 생각하니 그렇다.

우리 법률은 연령차별을 엄격히 금지한다. 현실은 다르다. 단순 제조, 생산 관리, 지원 사무, 청소·방역, 운전, 요양보호, 경비. 퇴직한 중장년이 실제로 접근할 수 있는 일자리는 이처럼 좁은 범위에 갇혀 있다. 수십년간 쌓아온 숙련을 이어갈 기회는 좀처럼 주어지지 않는다. 진입이 쉬운 일자리를 전전하며, 낮은 수입으로 자신의 삶과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것, 이것이 많은 중장년이 경험하는 냉혹한 현실이다.

길현종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길현종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그래서 퇴직도 준비가 필요하다. 자신의 퇴직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준비 없이는 너무나 길고 힘든 시간을 견뎌내야 할 수도 있다. 노동시장의 좁은 틈을 비집고 들어가 새로운 기회를 얻으려면 언젠가 반드시 닥칠 퇴직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

자신만의 경력 설계가 필요한 이유다. 무엇보다 변화하는 세상을 잘 이해해야 한다. 인공지능(AI) 전환의 한복판에 있는 지금은 더욱 그렇다. 또한 쫓기듯 흘러간 청년 시절 미처 몰랐던, 혹은 나이 들며 달라진 자신의 선호와 욕구를 솔직하게 마주해야 한다.

그 위에서 퇴직 이후 후회 없는 경력의 방향을 설계하고 준비해야 한다. 생애 경력 설계, 인생 2막 설계, 커리어 플래닝. 용어가 무엇이든 관계없다. 철저한 준비만이 혹독한 노동시장의 벽을 뚫을 수 있는 무기다.

반가운 소식은 우리를 도울 공적 체계가 상당히 촘촘해졌다는 점이다. 중장년 경력 설계와 취업 지원에 특화된 중장년내일센터가 전국에서 운영된다. 고용센터는 더 이상 실업급여를 지급하는 행정기관 역할만 하지 않는다.

패키지형 고용서비스로 경력 설계를 지원하고, 국민내일배움카드 상담·발급을 통해 훈련 수강을 돕는다. 온라인 창구인 고용24에서도 경력 설계를 위한 다양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최근 정부는 기업이 노동자의 경력 설계를 지원하도록 의무화한 재취업지원서비스를 대기업에서 중견·중소기업까지 확대하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용기 내고 마음만 먹는다면 도움의 손길은 여러 곳에 있다.

벗이 용기를 냈으면 좋겠다. 퇴직이 끝이 아니라 생애 경력에서 하나의 과정임을, 그리고 혼자 감당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나를 포함한 모든 중장년이 마찬가지다. 두렵지만 변화를 마주하고 긴 호흡으로 우리의 삶을 준비해 나갔으면 좋겠다.

정부에도 당부하고 싶다. 아무리 중장년들이 노력한들, 지금 같은 노동시장에서는 많은 중장년이 실패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중장년이 진입할 수 있는 노동시장의 틈을 넓히는 일에 더 힘을 쏟아야 한다. 중장년이 드문 직군에 채용할 경우 기업 인센티브를 강화하고, 중장년 채용에 적합한 인사·조직체계 개편을 지원해야 한다.

중장년이 용기 내어 경력을 설계하도록 돕는 만큼 기업도 용기 내어 중장년에 새로운 일자리를 열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이러한 노력이 더해진다면 중장년의 경력 설계는 훨씬 더 많은 성공으로 이어질 것이다.

 

길현종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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