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위반으로 징수된 과태료로 고령 운전자의 페달 오조작 방지장치를 달아줄 수 있을까. 매년 1조원대 교통 범칙금과 과태료가 걷힌다. 해마다 막대한 재원이 걷히고 있지만 정작 교통사고 예방 사업에는 온전히 투입되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교통안전특별회계로 6조원대 편익 기대
국회와 관계 부처 등에 따르면 2024년 기준 무인단속 과태료 1조3611억원과 범칙금 767억원 등 약 1조4000억원의 재원이 걷혔다. 이 가운데 20%는 응급의료기금에 배정됐지만 나머지 80%는 일반회계 세외수입으로 편입된다. 과태료와 범칙금 수입이 교통안전 사업 재원으로 직접 연결되지 않는 구조다.
이런 구조를 깨고 징수된 예산을 온전히 교통안전에 투자하자는 취지의 ‘도로교통안전특별회계’ 도입 논의가 국회와 업계를 중심으로 본격화하고 있다. 국회 교통안전포럼과 손해보험협회는 최근 입법 토론회를 열고 범칙금과 과태료를 교통안전 사업에 재투자하는 특별회계 도입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우승국 한국교통연구원 본부장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특별회계를 통해 5년간 3조2000억원을 투자할 경우 교통사고 감소에 따른 편익은 6조6000억원에 달한다. 투입 비용 대비 편익(B/C)이 2.09에 이르는 높은 수치다. 통상 경제성 분석에서 B/C 값이 1을 넘으면 투자 비용보다 거두는 편익이 더 커 사업 타당성이 높다고 평가한다.
안전재원의 사용처를 정해둔 기금이나 특별교부금 형태로 운용하는 주요 선진국의 인구 10만명당 도로교통 사망자 수가 현저히 낮다는 점도 도입 필요성을 뒷받침한다. 영국의 인구 10만명당 도로교통 사망자 수는 2.5명, 일본은 2.6명으로 한국(4.9명)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고령자 지원·첨단안전장치에 집중 투자
마련된 재원은 고령자 교통안전과 첨단안전장치 보급에 집중적으로 쓰는 방안이 거론된다. 구체적으로는 운전면허를 자진 반납한 고령자에게 1인당 연 60만원을 지원하거나, 운전능력진단 결과 ‘미흡’ 판정을 받은 60대 이상 운전자의 차량에 페달 오조작 방지장치 설치를 돕는 안이 논의 중이다. 노인보호구역 신규 지정과 마을주민 보호구간 확대 등 인프라 확충에 예산을 투입하는 방향도 함께 검토되고 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이 페달 오조작 방지장치를 시범 운영한 결과 비정상적인 급가속 위험을 3628회 차단해 오조작 발생 빈도를 53.4% 줄였고, 인공지능(AI) 기반 안전운전 모니터링 시스템을 도입한 노선버스는 교통사고 사고지수가 74.2% 감소하는 등 명확한 예방 효과가 입증됐다.
문제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 특별회계를 실제 법제화해 안정적인 재원을 확보할 수 있느냐다.
2007년 유사한 성격의 특별회계가 폐지된 이후 20대와 21대 국회에서 여러 차례 재도입이 시도됐으나 번번이 무산됐다. 고령화 추세와 잇따르는 대형 교통사고로 재원 확보의 시급성이 커진 데다, 22대 국회 들어 여야가 초당적으로 협력하고 있어 이번에는 입법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유동수 의원이 공동대표를 맡아 초당적으로 이끌고 있는 교통안전포럼은 향후 관계 부처와 협의해 특별회계 도입을 위한 관련 법안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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