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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버튼 고장”…최연수·우혜림도 무너뜨린 호르몬의 공격, 산후우울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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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은선 인턴기자 hurrypotte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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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모 70% 겪는 산후우울, 평균 187일간 앓아
2주 넘으면 우울증 의심…1년 뒤 진단도 증가
양육 부담에 남성도 취약…조기 치료와 사회적 돌봄망 시급

“저도 아기 낳고 우울한 게 심하고 화도 잘 못 참겠고 감정변화가 심했거든요. 호르몬의 문제라고 하는데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서 치료를 받아야 한대요. 같이 상담받고 치료받아 봐요.”(최연수)

 

“감정 버튼이 고장 난 것처럼 가만히 있다가도 눈물이 났어요. 호르몬이 이렇게 무섭구나 그때 처음 생각했어요.”(우혜림)

 

산후우울증을 고백한 이들. 최연수·우혜림 인스타그램 캡처
산후우울증을 고백한 이들. 최연수·우혜림 인스타그램 캡처

 

산후우울증을 겪은 유명인들의 솔직한 고백이다. 셰프 최현석의 딸이자 모델 출신 최연수는 지난달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산후우울증을 겪은 팬에게 공감하며 함께 치료를 받아보자고 독려했다. 그룹 원더걸스 출신 우혜림도 방송에서 첫째 출산 후 산후우울증을 겪었다고 고백했다. 이들의 고백은 유명인도 피해갈 수 없는 산후우울의 현실을 드러낸다.

 

◆ 10명 중 약 7명 겪는 산후우울감…산후우울증과의 차이는

 

한 여성이 울고 있는 아이를 달래며 천장을 바라보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한 여성이 울고 있는 아이를 달래며 천장을 바라보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출산 후에는 호르몬 체계가 모유 생성과 자궁 수축을 위해 급격히 전환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시적인 산후우울감은 보통 출산 후 일주일 내에 찾아왔다가, 호르몬이 서서히 균형을 되찾으며 보통 2주 내외로 자연스럽게 호전된다.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4년 산후조리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산모의 68.5%가 산후우울감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10명 중 7명꼴로, 2018년(50.3%) 대비 18.2%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이 중 산후우울증 확진을 받은 비율은 6.8%였으며 의사나 상담사 도움을 받는 비율은 10%인 것으로 드러났다.

 

주목할 점은 산모들이 우울감을 겪는 기간이 평균 약 6개월(187.5일)이라는 사실이다. 의학계에서는 통상 2주를 넘어 우울감이 지속되면 산후우울증을 의심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산후우울증은 출산 후 수개월간 무기력감, 과도한 죄책감, 불안, 식사·수면 장애 등이 지속되며 일상생활과 육아 기능을 무너뜨리는 질환이다. 호르몬 변화 외에도 육아 스트레스와 수면 부족, 심리적 부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다. 주로 산후 2~6개월 사이에 가장 많이 발생하지만 1년 이상 이어져 만성 우울증으로 발전하는 경우도 있다.

 

실제 산후우울증 진단을 받는 환자 비율도 출산 직후보다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났다. 지난 1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간한 ‘산후우울 실태와 개선 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산후우울증 유병률은 출산 후 4주 이내 0.34%에서 6주 이내 0.52%, 6개월 이내 1.85%, 12개월 이내에는 3.20%로 크게 높아지는 양상을 보였다.

 

출산 후 시점별 산후우울증 발생 현황.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고서를 바탕으로 생성형 인공지능(AI) 제미나이로 생성한 이미지
출산 후 시점별 산후우울증 발생 현황.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고서를 바탕으로 생성형 인공지능(AI) 제미나이로 생성한 이미지

 

◆ 영아 사망 위험 2.9배 높아…산후우울증, 아빠도 예외 아니다

 

산후우울증을 단순한 감정 기복으로 넘겨선 안 되는 이유는 산모 개인을 넘어 아이의 생명과도 연관되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럿거스대 공중보건대학원 연구팀이 미국의사협회 저널 ‘JAMA 네트워크 오픈’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출산 후 우울 증상이 있는 산모의 아이는 그렇지 않은 집단의 아이보다 첫돌 전에 사망할 위험이 약 2.9배 높았다.

 

연구팀이 영아 41만4890명의 출생·사망 기록을 분석한 결과 우울증을 앓은 산모의 영아 사망률은 출생아 1000명당 7.2명으로 대조군(2.0명)을 크게 웃돌았다. 영아 사망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다른 요인을 보정한 결과에서도 1년 이내 사망 위험이 2.89배 높았다.

 

아이를 놔둔 채 우울해하고 있는 남편의 모습. 게티이미지뱅크
아이를 놔둔 채 우울해하고 있는 남편의 모습. 게티이미지뱅크

 

산후우울증은 엄마만의 질환이 아니다. 수면 부족과 육아 부담, 경제적 압박 등으로 인한 우울증은 아이를 맞이한 남성에게도 찾아온다.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 등 국제 공동 연구팀이 2003~2021년 스웨덴에서 자녀를 둔 남성 100만명의 건강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배우자가 출산하고 1년이 지날 무렵 남성이 우울증과 스트레스 관련 질환을 앓는 비율은 임신 전보다 30% 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 조기 치료 문턱 낮추고 가족·사회적 돌봄망 뒷받침돼야

 

산후우울증이 만성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조기 발견과 치료가 필수적이다. 평소 자가진단을 통해 감정 상태를 점검하고, 우울감이 2주 이상 지속되거나 자해·자살에 대한 생각이 들 때에는 지체 없이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산후우울증 자가 진단표. 국민건강보험공단 홈페이지 캡처
산후우울증 자가 진단표. 국민건강보험공단 홈페이지 캡처

 

최연수가 언급했듯 호르몬 변화는 스스로 조절하기 어려운 만큼, 주변의 지지와 적극적인 치료가 병행돼야 한다. 치료는 보통 상담과 심리 치료로 진행되며, 증상이 심할 경우 전문의 상의 후 필요에 따라 항우울제를 복용할 수도 있다. 병원 방문이 부담스럽다면 정신건강복지센터나 전국 보건소를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사회적 안전망 확대도 절실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산모들은 산후우울감에 영향을 미치는 주된 요인으로 ‘출산 후 신체적 건강 상태’(88.5%)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환경 변화에 따른 스트레스(86.0%) △양육과 새로운 생명에 대한 부담감(83.4%) △자녀를 혼자 돌봐야 하는 상황(82.5%) △체중 증가 등 외형 변화(75.7%) △경제적 부담감(72.0%) △배우자 포함 가족의 지지 부족(64.0%) △경력 단절이나 사회 복귀에 대한 걱정(60.9%)순으로 나타났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기존의 신체적, 심리적 요인 외에도 현실적인 돌봄 환경과 경제적·사회적 요인이 산후우울감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시사한다”며 “산후우울감 예방과 관리를 위해 산모의 신체적 회복 지원뿐 아니라 심리적 안정과 가족의 적극적인 지지, 사회적 돌봄 체계와 정책적 지원의 확대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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