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거와 치킨을 빠르게 먹고 나가는 공간으로 여겨졌던 패스트푸드 매장이 달라지고 있다. 수백 석 규모의 대형 매장을 열고 특정 매장에서만 파는 메뉴를 내놓는가 하면 예약제로 운영되는 코스 요리까지 등장했다.
배달과 소형 매장을 중심으로 몸집을 불려온 외식 프랜차이즈들이 최근에는 유동인구가 많은 테마파크와 복합쇼핑몰, 관광 상권에 대형·특화 매장을 내며 고객 접점을 넓히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맘스터치는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에 340석 규모의 ‘맘스터치 에버랜드점’을 열었다. 홀과 테라스를 합쳐 191평(631.4㎡) 규모로 국내 맘스터치 매장 가운데 가장 크다.
매장은 에버랜드 ‘아메리칸 어드벤처’ 구역의 인기 놀이기구 ‘허리케인’ 맞은편에 자리 잡았다. 버거뿐 아니라 치킨과 피자를 한 매장에서 판매하는 ‘QSR(Quick Service Restaurant) 플랫폼’ 형태로 운영된다.
테마파크라는 입지도 메뉴와 운영 방식에 반영했다. 맘스터치 매장 최초로 별도의 ‘투고(To-Go)존’을 마련해 이동하면서 먹기 쉬운 스낵과 음료를 빠르게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 매장에서만 판매하는 메뉴도 넣었다. 대표 제품인 ‘허리케인 싸이버거’는 맞은편 놀이기구 이름을 따 만든 에버랜드점 전용 메뉴다. 기존 싸이버거에 특제 베이컨 잼을 더했다. 케이준양념감자와 빅싸이순살 등을 박스 트레이에 담은 ‘에버랜드 스낵세트’도 이곳에서만 판매한다.
맘스터치가 테마파크를 택했다면 버거킹은 젊은 층이 몰리는 성수동에서 기존 패스트푸드 매장의 틀을 깼다.
버거킹 운영사 BKR은 지난달 서울 성수동에 전 세계 버거킹 최초 플래그십 스토어 ‘플레임그라운드’를 선보였다. 일반 버거킹 매장과 달리 브랜드를 상징하는 ‘직화’를 공간과 메뉴 전반에 적용한 매장이다.
특히 패스트푸드 브랜드에서는 보기 어려운 예약제 코스 요리를 도입했다. 대표 메뉴인 와퍼를 재해석한 7코스 다이닝 ‘더 개스트로’ 가격은 1인당 8만9000원이다. 버거킹은 플래그십 매장을 통해 일반 매장에서 하기 어려운 메뉴와 서비스를 시험하고 브랜드 이미지를 확장한다는 전략이다.
복합쇼핑몰을 겨냥한 출점 경쟁도 빨라지고 있다.
신세계푸드의 노브랜드 버거는 이마트와 스타필드 등 복합시설을 중심으로 매장을 늘리고 있다. 9일 기준 복합시설에서 운영 중인 노브랜드 버거 가맹점은 20곳으로 1년 전보다 2배 늘었다. 전체 매장에서 복합시설 점포가 차지하는 비중도 4%에서 7%로 높아졌다.
지난해에는 스타필드 수원에서 두 달간 팝업스토어를 운영하며 신제품과 인기 메뉴를 선별해 판매하기도 했다. 쇼핑과 여가, 외식을 한곳에서 해결하려는 소비자가 늘면서 안정적인 유동인구를 확보할 수 있는 복합시설의 중요성이 커졌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치킨업계도 관광객이 몰리는 상권에서 대형·체험형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BBQ는 명동과 홍대, 성수 등 외국인 방문이 많은 상권을 중심으로 대형 매장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에는 인천 파라다이스시티에 151평 규모의 매장을 열었으며, 해당 매장 고객의 80% 이상이 외국인으로 집계됐다. 올해 1분기 명동·홍대 등 주요 관광 상권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증가했다.
교촌치킨은 서울 이태원의 플래그십 매장 ‘교촌필방’을 외국인 관광객과의 접점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단순히 치킨을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외국인 대상 쿠킹클래스와 시식 행사, DJ 공연, 양념을 붓으로 바르는 체험 등을 진행한다. 매장 고객 가운데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80%다.
외식업계가 이처럼 큰 매장과 특화 매장에 공을 들이는 것은 배달이나 일반 가맹점만으로는 주기 어려운 경험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브랜드라도 상권에 따라 메뉴와 공간, 서비스 방식을 달리해 신규 고객을 끌어들이고 브랜드 자체를 관광·쇼핑 콘텐츠로 만들려는 전략이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이 다시 늘면서 명동·홍대·성수와 테마파크 등 관광객 유입이 많은 지역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일반 매장에서는 판매하지 않는 전용 메뉴와 체험 요소를 앞세워 한 번 방문한 고객에게 브랜드를 강하게 알릴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외식 프랜차이즈가 얼마나 많은 점포를 확보하느냐가 중요했다면 최근에는 상권 특성에 맞춰 어떤 매장을 보여주느냐도 중요해지고 있다”며 “관광지와 복합몰, 핵심 상권을 중심으로 브랜드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특화 매장이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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