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평깡통시장 중심으로 대중화
매콤한 양념에 쫄깃한 당면과 각종 고명을 넣고 비벼 먹는 ‘비빔당면’은 부산 시장을 대표하는 음식으로 꼽힌다. 지금은 부산을 찾는 관광객들이 한 번쯤 맛보는 별미로 자리 잡았지만, 그 시작에는 한국전쟁 당시 부산으로 몰려든 피란민들의 고단했던 생활상이 담겨 있다.
10일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역문화 포털 지역N문화에 따르면 비빔당면은 한국전쟁 당시 먹거리가 부족했던 부산에서 부평시장 상인과 피란민들이 당면으로 허기를 달래면서 만들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당면은 삶으면 부피가 늘어나 적은 양으로도 포만감을 주는 식재료이면서 국수처럼 쉽게 면이 퍼지지 않아 당시 서민들의 한 끼 식사로 활용됐다. 이후 각종 채소와 고명을 더하고 매콤한 양념에 비벼 먹는 조리법이 자리 잡으면서 오늘날의 비빔당면으로 발전했다.
◆ 미리 삶아 빠르게 내놓는 ‘시장 음식’
초기 비빔당면은 삶은 당면에 고추장 양념과 참기름 등을 넣어 비벼 먹는 단순한 형태였다. 이후 단무지와 김, 당근, 시금치·부추, 어묵 등이 더해지면서 지금의 모습이 갖춰졌다.
비빔당면은 미리 삶아둔 당면에 양념과 고명을 곁들여 바로 내놓을 수 있어 조리 과정이 간단하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지역N문화는 비빔당면을 ‘한국전쟁과 부산 깡통시장이 낳은 명물 패스트푸드’로 소개하고 있다.
비빔당면이 부산을 대표하는 시장 음식으로 자리 잡는 과정에는 부평시장의 역할도 컸다. 1910년 개설된 부평시장은 1915년 부산 최초의 공설시장으로 운영됐으며, 한국전쟁 이후 미군 부대에서 유입된 통조림과 각종 외제품이 거래되면서 ‘깡통시장’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렸다.
전쟁 이후 시장을 중심으로 먹거리 골목이 형성되면서 비빔당면을 판매하는 좌판과 가게가 늘어났다. 이후 인근 국제시장에서도 비빔당면이 대표적인 분식 메뉴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으며 부산을 대표하는 시장 음식으로 알려지게 됐다.
◆ 부산 시장이 만든 ‘실용의 맛’
비빔당면의 특징은 화려한 재료보다 실용성에 있다. 적은 재료로 한 끼를 만들 수 있고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든든하게 배를 채울 수 있다는 점에서 당시 부산 시장의 음식문화와 맞아떨어졌다.
부산의 시장 음식에는 한국전쟁 이후 도시의 모습과 서민들의 생활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돼지국밥과 밀면이 피란민과 서민들의 삶 속에서 부산을 대표하는 음식으로 자리 잡은 것처럼 비빔당면 역시 전쟁 이후 시장을 중심으로 형성된 부산의 음식문화를 보여주는 사례다.
특히 국제시장과 부평깡통시장 일대는 전쟁 이후 전국에서 사람과 물자가 모여들면서 부산의 주요 상권으로 성장했다. 이 과정에서 시장을 찾는 사람들의 한 끼를 책임지는 다양한 먹거리가 생겨났고, 비빔당면도 이러한 시장의 생활문화 속에서 대중적인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 관광객이 찾는 부산의 대표 별미로
빠르고 간편하게 서민들의 한 끼를 책임졌던 비빔당면은 오늘날에도 부산을 대표하는 시장 음식으로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부평깡통시장과 국제시장 일대에서는 비빔당면을 비롯해 어묵, 돼지국밥, 밀면 등 부산을 대표하는 먹거리를 맛볼 수 있어 관광객들의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
단무지와 김, 당근, 시금치나 부추, 어묵 등 다양한 고명에 매콤달콤한 양념을 곁들여 먹는 것이 일반적이다. 가게마다 양념과 고명의 구성에 차이가 있지만, 삶은 당면에 여러 재료를 넣고 비벼 먹는 기본적인 형태는 그대로 남아 있다.
과거에는 생존을 위한 음식이었다면 이제는 부산의 역사와 서민들의 생활상을 맛으로 경험할 수 있는 지역 음식으로 사랑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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