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원의원 수 주별 배분에 영향…위헌 논란 제기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9일(현지시간) 인구조사 대상을 미국 시민과 영주권자로 제한하도록 변경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날 연방관보에 게시된 변경안을 보면 미국 정부는 불법 이민자와 영주권이 없는 거주자는 미국에 대한 충분한 유대감, 충성심이 부족해 진정한 거주자나 정치공동체의 구성원 또는 미국 내 통상거주지를 가진 사람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난민과 망명 신청자도 인구조사에서 제외해야 하고, 1790년 첫 인구조사부터 줄곧 물었던 인종·민족에 관한 문항도 삭제해야 한다는 제안도 포함됐다.
현재 인구조사는 유학생, 난민, 망명 신청자, 불법 이민자 등 임시 이주자도 집계한다.
이 제안은 30일간 공개 의견수렴을 거쳐 인구조사국이 이를 검토한 뒤 최종 규칙을 확정한다. 미국 인구조사는 10년 주기로 시행되며 다음 조사는 2030년 4월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같이 인구조사 대상을 바꾸려는 것은 조사 결과가 하원의원수 배분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미 수정헌법 제14조는 하원의석 배분 기준을 '시민권자'(citizen)가 아닌 각주의 전체 '사람'(person) 수로 규정한다. 그간 연방대법원과 법학계는 이 용어를 미국 내 모든 거주자로 해석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person'을 건국 당시의 정주 주민 개념으로 축소해석해 통상거주지가 없는 불법 이민자, 임시체류 이민자는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렇게 되면 이민자 비중이 높은 캘리포니아, 뉴욕, 플로리다, 텍사스 등 주의 인구가 줄어 하원의석이 줄어들게 되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변화가 공화당에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렇게 변경되면 수백만 명이 인구조사에서 빠지게 돼 주별 하원 의석수가 재편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인구조사에서 인종·민족 질문을 제외하는 안과 관련, 비판자들은 이 자료를 수집하지 않으면 소수인종의 투표권을 보호하는 투표권법 조항을 위반했는지를 입증할 선거구 데이터가 없어 소수 계층의 정치적 영향력이 약화된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공공서비스를 위한 연방 기금 배분과 보건 격차 해소에 사용되는 인구자료도 왜곡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시민·인권리더십회의의 미타 애넌드 국장은 로이터통신에 "이민자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지역의 연방 지원금과 의석이 불충분해지는 엄청난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인종을 분류하는 자체가 사회분열을 유발하고 정부 정책은 '인종 중립적'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인 2018년 인구조사에 시민권 보유 질문을 포함하는 안을 추진했지만 연방대법원이 이듬해 "정부가 조직된 사유를 제시했다"며 제동을 걸어 뜻을 이루지 못했다.
WP는 위헌 논란과 이에 따른 소송전이 벌어질 것이 확실하다고 전망했다.
2018년 당시 트럼프 행정부의 인구조사 변경 시도에 맞서 소송을 이끌었던 레티샤 제임스 뉴욕주 법무장관은 9일 "행정부가 이번에 제안한 변경에 대해 뉴욕주가 다시 법적 대응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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