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사가 약 400평 규모의 뷰티 매장을 홍대 한복판에 띄운다. 온라인에서 키워온 인디 브랜드 발굴 능력에 약사 상담까지 접목하며 오프라인 뷰티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국내 헬스앤뷰티(H&B) 시장을 사실상 장악한 CJ올리브영이 대형·특화 매장을 확대하고, 신세계백화점의 시코르와 다이소까지 각기 다른 방식으로 K뷰티 고객을 끌어들이는 상황에서 무신사가 ‘패션×뷰티×파머시’를 앞세워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무신사 뷰티는 오는 11일 서울 홍대에 첫 단독 오프라인 매장인 ‘무신사 뷰티 홍대’를 공식 오픈한다.
지난 4월 문을 연 ‘무신사 메가스토어 성수’ 뷰티존에 이은 두 번째 오프라인 공간이지만, 뷰티만을 전면에 내세운 단독 매장은 이번이 처음이다.
매장은 지하 1층부터 지상 3층까지 총 4개 층, 1262㎡ 규모다. 약 870개 브랜드에서 1만2000여 개 상품을 선보인다. 외국인 관광객과 20·30세대가 몰리는 홍대 상권을 겨냥해 K뷰티 인디 브랜드와 체험형 콘텐츠를 집중 배치했다.
무신사가 기존 뷰티 편집숍과 가장 크게 차별화한 곳은 지하 1층이다.
176㎡ 규모의 K뷰티 특화 약국 ‘뷰티온누리약국’을 입점시켜 이른바 ‘파머시 뷰티’를 전면에 내세웠다. 약 270개 브랜드, 2000여 개 상품을 판매하며 ‘모발·두피’, ‘여드름·트러블’ 등 고민별 상품을 한데 모으고 전문 약사의 1대1 상담을 연계한다.
화장품을 진열해 놓고 고객이 고르는 기존 방식에서 한발 더 나아가 약사의 전문 상담을 상품 추천 과정에 결합하겠다는 전략이다.
1·2층에서는 무신사가 온라인에서 강점을 보여온 인디 브랜드 발굴 능력을 오프라인으로 옮겨왔다.
지상층 입점 브랜드 약 600개 가운데 70%가량을 인디 브랜드로 구성했다. 1층은 메이크업과 향수, 2층은 스킨케어·헤어·바디·맨즈·덴탈케어를 중심으로 꾸렸다.
중국 뷰티 브랜드 ‘인투유’와 ‘AZTK’를 국내 최초로 입점시키고 프랑스 니치 향수 브랜드 ‘에따 리브르 도랑쥬’, 국내 향수 브랜드 ‘셀바티고’ 등도 단독으로 선보인다.
패션 플랫폼이라는 정체성도 적극 활용한다. 패션 스타일과 어울리는 메이크업·향수를 제안하고 패션 브랜드와 뷰티 브랜드의 협업 상품을 별도 공간에서 판매한다.
인근 무신사 스탠다드·무신사 스토어·무신사 킥스 홍대 구매 고객에게 추가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것도 패션 고객을 뷰티 매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장치다.
하지만 무신사가 뛰어든 시장에는 이미 강력한 경쟁자들이 자리 잡고 있다.
가장 직접적인 상대는 CJ올리브영이다.
올리브영은 2024년 홍대에 1~3층 약 300평 규모의 ‘올리브영 홍대타운’을 열었다. 1층 절반을 브랜드 팝업 공간으로 꾸리고 프래그런스바, 헤어스타일링바, K뷰티 특화존 등 체험형 공간을 배치했다. 무신사가 내세운 ‘발견과 체험’이라는 전략을 이미 대형 매장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올리브영의 힘은 숫자로도 확인된다.
올해 들어 지난 8월까지 국내 올리브영 오프라인 매장에서 외국인이 결제한 누적 금액은 1조원을 넘어섰다. 지난해에는 11월에야 1조원을 돌파했지만 올해는 시점이 3개월 빨라졌다.
1~8월 외국인 결제 건수만 1101만건에 달한다. 전체 오프라인 매출 가운데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도 2022년 2%에서 올해 8월 33%까지 치솟았다.
입점 브랜드를 키우는 ‘인큐베이터’ 경쟁도 치열하다.
올리브영에서 지난해 연간 매출 100억원 이상을 올린 브랜드는 116개로 5년 만에 3배 이상 늘었다. 메디힐·닥터지·달바·라운드랩·클리오·토리든 등 6개 브랜드는 1000억원 이상을 기록했다. 무신사가 강조하는 ‘신진 K뷰티 브랜드 발굴과 육성’이 결국 올리브영의 핵심 경쟁력과 정면으로 겹친다는 의미다.
신세계백화점이 운영하는 뷰티 편집숍 시코르도 홍대에서 외국인 고객을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
시코르는 지난해 12월 홍대에 1~3층, 약 150평 규모의 매장을 열었다. 230여 개 뷰티 브랜드를 선보이며 티르티르·정샘물·달바·데이지크·아렌시아·아이소이 등 K뷰티 브랜드와 인디 브랜드를 전면에 배치했다. 1층에는 20개 이상의 K향수 브랜드를 모은 ‘K-퍼퓸 스테이션’도 만들었다.
효과는 빠르게 나타났다.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시코르 홍대점 매출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91%에 달했다. 명동점도 90.2%였다. 두 매장은 오픈 약 4개월 만에 매출이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스킨케어와 뷰티 디바이스 매출은 1월 대비 4월 2.5배 이상 증가했다. 전문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상주하며 컬러 진단과 터치업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단순 판매에서 체험과 전문 상담으로 경쟁 영역을 넓히고 있다.
반대편에서는 다이소가 ‘5000원 이하’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뷰티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엠브레인 구매딥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다이소 뷰티 제품의 최근 1년 구매 추정액은 3619억6000만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9.6% 증가했다. 다이소 전용·세컨드 브랜드의 구매 추정액은 같은 기간 58.2% 뛰었다.
VT ‘리들샷’과 손앤박을 시작으로 다이소 뷰티가 잇달아 흥행하면서 브랜드 입점도 빠르게 늘었다.
다이소의 뷰티 브랜드 수는 2022년 7개에서 올해 3월 기준 170여 개까지 확대됐다. 김정문알로에는 다이소에서만 누적 70억원 수준의 매출을 올린 뒤 스킨·선케어 등으로 제품군을 넓히기도 했다.
결국 국내 뷰티 유통 경쟁의 무대가 ‘어떤 브랜드를 파느냐’에서 ‘어떤 브랜드를 먼저 발견하고 키우느냐’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리브영은 압도적인 매장망과 판매 데이터를, 시코르는 백화점 기반의 프리미엄 큐레이션과 체험을, 다이소는 초저가와 대량 고객 접점을 갖고 있다.
여기에 무신사는 패션 플랫폼에서 확보한 20·30대 고객층과 인디 브랜드 발굴력, 약사 상담을 결합한 파머시 뷰티를 차별화 카드로 꺼냈다.
특히 네 업체 모두 외국인 관광객이 몰리는 명동·홍대·성수 등 핵심 상권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는 점에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실제 올리브영은 올해 8월 외국인 누적 매출 1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부산 남포동에 비수도권 최대 규모 타운 매장을 열고 외국인 관광객 수요를 전국으로 확대하고 있다. 시코르 역시 명동·홍대에 이어 성수와 안국 등 관광객이 몰리는 지역의 신규 출점을 검토 중이다.
무신사 역시 홍대점을 단순 상품 판매 매장에 그치지 않고 신진 브랜드가 고객 반응을 확인하고 성장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로 활용할 방침이다.
오픈 프로모션도 공격적으로 진행한다.
11일부터 13일까지 매일 4만5000원 이상 구매 고객 가운데 선착순 100명에게 18만원 상당의 ‘뷰티 구디백’을 증정한다. 5900원부터 시작하는 ‘20일 릴레이 특가’와 회원 대상 20% 할인 쿠폰, 외국인 관광객 전용 혜택도 마련했다.
국내 최대 H&B 사업자인 올리브영의 아성에 시코르와 다이소가 각자의 방식으로 틈을 파고든 데 이어 무신사까지 400평짜리 단독 매장을 띄우면서 K뷰티 유통 주도권을 둘러싼 경쟁은 한층 더 뜨거워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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