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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고비·마운자로 싸움에 국산까지 뜬다”…한미 ‘에페’ 연내 출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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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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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고비와 마운자로가 주도하는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에 국산 신약이 가세한다. 한미약품이 자체 개발한 GLP-1 계열 비만치료제 ‘에페’(성분명 에페글레나타이드)다.

 

한미약품이 출시 준비중인 GLP-1 계열 비만치료제 ‘에페’ 티저 영상의 한 장면. 한미약품 홈페이지 갈무리
한미약품이 출시 준비중인 GLP-1 계열 비만치료제 ‘에페’ 티저 영상의 한 장면. 한미약품 홈페이지 갈무리

이미 국내 시장에서는 신약 하나가 등장할 때마다 판도가 크게 흔들렸다. 삭센다가 장기간 장악했던 시장은 위고비 출시 후 빠르게 재편됐고, 마운자로가 들어오자 다시 가격과 처방 경쟁에 불이 붙었다.

 

여기에 국내 제약사가 개발부터 생산까지 맡는 에페가 연내 출시를 준비하면서 세 번째 경쟁이 시작될 전망이다.

 

10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에페의 국내 품목허가와 상용화를 위한 막바지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품목허가를 신청했으며 앞서 식약처의 글로벌 혁신제품 신속심사(GIFT) 대상으로 지정됐다.

 

업계에서는 이르면 10월 품목허가를 받은 뒤 연내 출시될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한미약품 역시 올해 하반기 허가와 연내 상용화를 공식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에페는 한미약품의 독자 플랫폼 기술 ‘랩스커버리’를 적용한 주 1회 투여 GLP-1 수용체 작용제다. 허가와 출시가 계획대로 진행되면 국내 제약사가 독자 기술로 개발하고 국내에서 생산하는 첫 GLP-1 계열 비만 신약이 된다.

 

관심이 쏠리는 것은 체중 감량 효과다. 국내 비만 환자 448명이 참여한 임상 3상의 40주 중간 분석에서 에페 투여군의 평균 체중 감소율은 9.75%였다. 5% 이상 체중을 줄인 환자는 79.42%, 10% 이상은 49.46%, 15% 이상은 19.86%였다.

 

일부 환자에서는 30%가 넘는 감소 폭이 관찰됐다. BMI 30㎏/㎡ 미만 여성에서는 평균 감소율이 12.20%로 전체 투여군보다 높았다.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은 지난 2년 사이 두 차례 크게 뒤집혔다.

 

첫 번째 변곡점은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였다. 2018년 국내에 출시된 같은 회사의 ‘삭센다’는 수년간 GLP-1 비만치료제 시장을 사실상 주도했다. 출시 초기부터 시장 1위에 올라섰고 한때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의 4분의 1가량을 차지했다.

 

하지만 주 1회 투여하는 위고비가 2024년 10월 15일 국내에 출시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출시 직후 병·의원 예약이 몰리고 일부 지역에서 품귀 현상까지 나타났다.

 

실적은 더 빠르게 움직였다. 시장조사 자료를 토대로 집계된 위고비의 2025년 1분기 국내 매출은 794억원, 시장 점유율은 73.1%에 달했다. 출시 후 약 6개월간 누적 매출은 1398억원으로 집계됐다. 반대로 삭센다의 같은 기간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70% 감소한 42억원까지 떨어졌다.

 

위고비의 독주에 제동을 건 제품이 일라이 릴리의 ‘마운자로’다.

 

한국릴리는 지난해 8월 14일 마운자로를 국내에 출시하고 직접 판매에 나섰다. 출시 당시 4주분 공급가격은 저용량인 2.5㎎이 약 28만원, 5㎎이 약 37만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경쟁사는 곧바로 움직였다.

 

노보 노디스크는 마운자로 국내 출시 당일 기존에 용량과 관계없이 동일했던 위고비 공급가격 체계를 바꾸고 용량별 가격을 최대 42% 인하했다. 신약의 효능 경쟁이 실제 시장에서는 즉각적인 가격 경쟁으로 번진 사례다.

 

마운자로의 처방 증가 속도도 빨랐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마운자로 처방 건수는 9만7344건으로 출시 첫 달인 8월보다 5배 이상 증가했다. 국내 출시 약 넉 달 만에 위고비 처방 규모를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이 시장에 에페가 세 번째 변수로 들어오는 셈이다.

 

한미약품이 가장 강조하는 차별점은 한국인 임상 데이터다.

 

에페 비만 임상 3상에는 국내 환자 448명이 참여했다. 글로벌 임상 결과를 바탕으로 한국 시장에 들어온 기존 제품과 달리 국내 환자를 대상으로 대규모 데이터를 확보했다는 점을 실제 처방 시장에서 부각할 수 있다. 특히 한미약품은 고도비만뿐 아니라 과체중과 1단계 비만 환자를 주요 목표군으로 보고 있다.

 

안전성도 경쟁 포인트다. GLP-1 계열 치료제는 오심과 구토, 설사 등 위장관계 이상반응이 대표적인 불편으로 꼽힌다. 한미약품은 에페 임상에서 위장관계 이상반응이 대체로 경미한 수준이었다고 밝히고 있다.

 

장기간 축적된 심혈관·신장 데이터도 있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과거 제2형 당뇨병 환자 4076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글로벌 AMPLITUDE-O 연구에서 주요 심혈관계 사건 발생 위험을 위약보다 27% 낮췄다. 신장기능 저하 또는 거대알부민뇨로 구성한 복합 신장 사건 위험은 32% 낮았다. 다만 이 연구는 비만 환자가 아니라 심혈관 또는 신장질환 위험이 높은 제2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결과다.

 

한미약품은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에페의 영역을 당뇨병까지 넓힐 계획이다. 지난 4월에는 국내 제2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메트포르민·SGLT-2 억제제와 병용하는 임상 3상 첫 투약도 시작했다.

 

생산 방식도 다르다. 에페는 경기도 평택 바이오플랜트에서 생산할 예정이다. 한미약품은 이 공장에 최대 2만5000ℓ 규모의 미생물 배양 설비를 구축해 놓고 상업생산을 준비하고 있다. 글로벌 GLP-1 제품이 수요 급증 과정에서 공급 부족을 반복했던 만큼 국내 생산을 통한 공급 안정성은 시장 진입 과정에서 활용할 수 있는 카드다.

 

해외 사업도 이미 시작됐다. 한미약품은 멕시코 제약사 산페르와 에페글레나타이드 독점 유통 계약을 체결했고, 중동 제약사 타북과도 공급 계약을 맺었다. 한국 허가를 기반으로 중남미와 중동 등으로 시장을 넓히겠다는 전략이다.

 

결국 국내 시장에서 승부를 가를 마지막 변수는 가격이다.

 

위고비와 마운자로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환자가 약값을 전액 부담한다. 마운자로 등장만으로 위고비 공급가격이 최대 42% 내려갔던 것처럼 가격은 이미 제품 선택을 결정하는 핵심 경쟁 요소가 됐다. 마운자로 역시 비급여 제품이어서 실제 환자 부담액은 의료기관과 약국마다 다르다.

 

에페의 구체적인 가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한미약품은 과거 국내 생산을 기반으로 경제성 있는 가격을 제시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회사는 에페를 국내에서 연 매출 1000억원 이상 품목으로 키운다는 목표도 세웠다.

 

삭센다의 장기 독주를 끝낸 위고비, 위고비를 추격하며 가격 경쟁까지 촉발한 마운자로에 이어 이제는 국산 신약 에페가 시험대에 오른다. 체중 감량률만으로 승부가 갈리는 시장은 이미 지났다. 한국인 임상 데이터와 부작용, 가격, 공급 안정성까지 종합적으로 따지는 경쟁이 시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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