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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마당] 더딘 기후대응, 지역이 더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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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시대, 대한민국 정치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지금 우리는 기후위기 대응의 갈림길에 서 있다. 대한민국 헌법재판소가 국가의 기후대응이 국민의 기본권을 충분히 보호하지 못했다며 탄소중립기본법(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고, 그에 따른 중장기감축목표 설정이 완료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 국회가 내놓은 개정안에서 기후위기 대응의 안일함이 다시 드러났다. 헌법재판소가 요구하고 공론화를 통해 시민들이 지지한 조기감축은 구색 맞추기로 포함되었을 뿐 정치적 타협이라는 이름으로 ‘기후대응 지연’을 정당화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그사이 기후위기는 지역의 삶을 강력하게 위협하고 있다.

허승규 녹색당 안동시의원
허승규 녹색당 안동시의원

올해 8월11일 경북 안동시(안동 서부)에 처음으로 폭염중대경보가 떴다. 7월19일에는 작년 초대형 산불로 피해가 컸던 안동시 남선·임하·일직면에 수해가 났고, 최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됐다. 작년 4월3일, 필자는 산불 잿더미 가득한 남선면 신흥리 마을회관 청소 봉사에 참여했다. 1년3개월이 지난 신흥리 마을회관은 물난리를 겪었다. 산불로 전소되어 새롭게 공사 중인 남선면 외하리 상무수무경로당 바닥에도 물이 들어왔다. 산불에 이어 수해도 입었는데, 폭염이라니 변방의 농촌 주민들은 하늘이 야속하다.

2023년 8월 역사상 최초로 농작물 냉해 피해에 대해 특별재난지역이 선포됐다. 2022년 4월 이상저온·서리 등으로 과수의 꽃눈이 고사하거나 착과, 불량 등의 피해를 입은 농작물 냉해 피해지역인 안동시 길안·예안·북후면이 포함됐다. 자연재난 피해액에 농작물·가축·수산생물의 피해를 포함하도록 관련 제도를 개선한 조치 이후 최초 사례다. 이처럼 기후위기로 전국 최대 사과 주산지인 경북 농민들은 농사짓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농사도 짓기 어렵지만 농촌에서 그냥 살기도 쉽지 않다.

2023년 7월에는 나흘간 경북 북부 지역에 400㎜가 넘는 물폭탄이 쏟아졌다. 경북에서만 27명의 사망·실종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실종자를 찾기 위한 무리한 수색작업 과정에서 해병대 채상병이 사망한 바로 그 폭우다.

올해 8월17일엔 경남 폭우로 지역의 조선산업까지 멈춰 섰다.

인구 감소 지역인 경북 북부 지역을 두고 지역 소멸 위기라 한다. 지역 소멸 이전에 지구가 소멸할지도 모르겠다. 코로나 팬데믹 위기 이후 폭우, 냉해, 산불, 수해, 폭염을 겪으면서 기후위기 대응이야말로 최선의 지역소멸 대응이 아닐까란 생각이 든다. 얼마 전 네팔에서 벌어진 참혹한 기후 재난까지 떠올리면, 기후위기는 이미 국경과 영역을 가리지 않는 인류 공통의 생존 문제가 됐다. 결국 삶터를 지키고 지역을 살리는 길이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정치권에서 기후위기 대응이 뒷전일수록 변방인 지역민들의 삶도 뒤로 밀린다. 재난은 결코 평등하지 않다. 기후위기 문제의 결과로 더 많은 사회적 약자들이 피해를 보게 되고, 세대, 도농, 계급, 국가 간 정의와 공정은 지금보다도 더 빠른 속도로 무너질 수밖에 없다. 지역에서부터 국경을 넘어 전지구적인 기후위기 대응과 기후정의 실현이 절실히 요구된다.

 

허승규 녹색당 안동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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