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곳 중 46곳 5년 이상 안 받아
외교부가 대사관과 총영사관 등 재외공관에서 갑질과 업무 방치 등이 잇따랐는데도 정기 감사를 제대로 실시하지 않아 상당수 공관을 장기간 관리 사각지대에 둔 것으로 드러났다. 내부 문제가 터진 뒤에야 직원 투서나 감사원 감사로 실태가 확인되는 등 외교부가 재외공관의 방만한 운영을 사실상 수수방관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기헌 의원실이 외교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기 감사를 5년 이상 받지 않은 재외공관은 전체 194곳 가운데 46곳이었다. 재외공관은 2∼4년 주기로 외교부 자체감사나 감사원 감사 등 정기 감사를 받아야 하지만 상당수 공관에서 이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 일부 공관은 9년 넘게 정기 감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미수감 공관은 5년 이상 21곳, 6년 이상 4곳, 7년 이상 11곳, 8년 이상 3곳, 9년 이상 5곳으로 감사 공백이 장기화한 곳도 적지 않았다.
감사 공백은 실제 관리 실패로 이어졌다. 주블라디보스토크총영사관은 2018년 이후 정기 감사를 한 차례도 받지 않았다. 2019년 부임한 오성환 전 총영사는 직원 갑질 등이 드러나 2021년 품위유지·성실의무 위반으로 해임됐지만, 문제를 처음 알린 것은 외교부 감사가 아니라 직원 투서였다. 정기 감사라는 최소한의 통제장치가 작동하지 않은 채 내부 고발이 나올 때까지 방치된 셈이다.
주영국대사관의 마지막 정기 감사도 2021년이었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은 2021∼2023년 영국 교과서에 실린 ‘한국은 마약제조국’, ‘한국은 동남아시아 국가’라는 오류를 바로잡아 달라고 세 차례 요청했지만 시정되지 않았다. 이 같은 업무 부실도 외교부 자체감사가 아닌 지난해 감사원 감사에서 뒤늦게 확인됐다.
외교부는 감사 공백의 원인으로 인력과 예산 부족을 들었다. 외교부 관계자는 “지난달 감사 인력을 보강하고 내년 정기 감사 확대를 위한 국외여비 증액도 추진 중”이라며 “장기 미수감 공관 수를 지속적으로 감소시키기 위해서는 감사 인력과 예산의 지속적인 보강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외교부는 재외공관 비위 의혹 등이 제보되는 경우 특별감찰을 실시하나 정기 감사가 재외공관 운영을 통제하는 기본 장치인 만큼 수년간의 감사 공백을 방치한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의원은 “재외공관 정기 감사는 공관의 부정·비리를 막는 최소한의 견제장치”라며 “예산과 인력을 시급히 확충하고 미수감 공관에 대한 감사를 즉시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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