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북을 치고 환호한다고 대홍수로 희생된 사람들을 슬퍼하지 않는 게 아닙니다. 크리슈나(힌두교의 주요 신인 ‘비슈누’의 8번째 화신)에게 드리는 모든 예식을 통해 그들의 평화를 빌고, 실종자 가족들을 위로해주길 바라고 있습니다.”
5일(현지시간) 오후 네팔 랄릿푸르 파탄 광장에 수천 명의 인파가 모였다. 시민들은 3∼4층 높이의 힌두 사원 건축물에 걸터앉아 중앙에서 펼쳐지는 각종 신들의 행렬을 지켜봤다. 신을 섬기는 이들이 북과 징을 치며 소리쳤다. 이곳에서 만난 20대 네팔인 남성 A는 ‘크리슈나 신’을 기념하는 축제라고 설명했다. 이날 밤늦게까지 진행된 행사에서는 무리 중 한 사람이 ‘신께 경배를’이라고 소리치면 주변인들은 일제히 환호하며 한 손을 들어 올리고, 향과 양초를 켜 소원을 빌었다.
한국이었다면 곧장 ‘전국적 애도 기간에 지역 축제’, ‘실종자 찾을 경찰이 축제에 동원’ 등의 기사가 쏟아졌을 터였다.
파탄 지역에서 나고 자랐다는 A에게 ‘대홍수로 사람이 수천 명이 사라졌는데도 이런 행사를 하느냐’고 묻자 “애도도 축제에 포함된 것”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신을 잘 모시는 것이 이들에겐 희생자를 위한 추모이기도 한 것이었다.
이곳에선 지난달 28일 네팔-티베트 대홍수 취재 과정에서 마주했던 슬픔은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 참사의 아픔을 자신들의 방식으로 극복하고, 다시 일상을 살아가려는 사람들이 있었다.
참사 이후 남겨진 이들은 육로 단절과 물자 부족으로 생존 자체가 위협받는 상황이 있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또 다른 네팔인 남성 B(24)는 “2015년 대지진을 겪은 네팔인들은 수해가 발생하자 ‘물자 부족’을 먼저 떠올렸을 것”이라고 했다. 네팔은 중국과 인도로 국경이 막혀있어 육로가 끊기면 물자 공급에 큰 어려움을 겪는다. 이번 대홍수 참사가 티베트와 네팔 국경 인근에서 시작하면서 중국 국경 1곳과 도로가 전부 끊겼다. 그 여파로 수해 나흘째부턴 수도에서도 가스통을 들고 1시간여를 줄 서 있는 네팔인들 수십명을 볼 수 있었다.
네팔에 10여년 전 이주한 한 교민은 ‘대홍수 이후 한국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묻자 “네팔을 위한다면 여행을 와달라”고 호소했다.
관광업에 의존하는 네팔 경제가 대홍수로 타격을 받으면서 생업이 위협받고 있다는 것이다. 대홍수 이후 가족과 삶의 터전을 잃은 이들이 여전히 있다. 네팔 누와코트 한 이재민 캠프에는 5살배기 딸 아이를 학교에 보냈다가 홍수에 휩쓸려 찾지 못한 엄마가 있었다. 공허한 눈빛을 한 그에겐 딸을 잃은 슬픔의 무게만큼 함께 살아난 1살배기 아들에 대한 책임감이 있었을 것이다.
네팔 현장 취재는 개개인의 이름과 사연, 살아남은 이들이 짊어진 삶의 무게를 드러내는 작업이었다. 참사 현장을 기록하는 이유는 참사의 ‘얼굴’을 보여주고, 피해자의 삶과 존엄을 지키기 위함이었다. 이제는 네팔에 대한 두려움이나 연민이 아닌, 네팔인들이 살아가는 터전의 복구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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