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항의하는 이른바 ‘올림픽공원 개표소 봉쇄 시위’가 95일째 이어지던 가운데, 대한체육회 산하 종목단체들이 마침내 사무실에 진입해 아시안게임 준비를 위한 필수 물품을 반출하는 데 성공했다. 개막을 불과 11일 앞둔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을 목전에 두고 국가대표 지원에 비상이 걸렸던 체육단체들은 석 달여 만에 굳게 닫혔던 문을 열고 숨통을 트게 됐다.
8일 오전 9시경 서울 송파구 잠실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앞에는 삼엄한 긴장감이 흘렀다. 경찰은 서울경찰청 소속 28개 기동대를 비롯해 대화경찰 50명, 형사 100명 등 대규모 경력을 배치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며 출입을 지원했다. 현장에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수사하는 이태한 특별검사팀 관계자 4명과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 6명, 한국체육산업개발 관계자 5명이 체육회 직원들보다 먼저 진입해 투표용지와 투표함 보관 장소에 대한 사전 안전 조치를 취했다.
특검과 선관위의 조치가 완료된 이후인 오전 9시 22분경, 경기장 내에 사무실을 두고 있는 대한핸드볼협회, 대한펜싱협회, 대한산악연맹 등 9개 종목단체 직원들이 경찰의 철저한 보호 속에 내부로 들어섰다. 지난 6월 16일 체육회 차원의 진입 시도가 시위대에 의해 무산된 지 84일 만이자, 개표소 봉쇄 시위가 시작된 지 95일 만의 일터 복귀였다.
사무실에 진입한 직원들은 약 50분에서 70분이라는 제한된 시간 동안 국가대표 지원에 필수적인 데스크톱 컴퓨터와 모니터, 각종 행정 서류, 유니폼, 인감도장 등을 다급하게 박스에 담았다. 필요한 짐을 모두 챙긴 직원들은 오전 10시 35분경 짐을 트럭 6대에 나눠 싣고 마침내 경기장을 빠져나왔다.
시위 현장 주변에서는 30여 명의 시위대가 1-3 게이트 앞에서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거세게 항의했다. 일부 시민들은 경기장 문이 열리자 “문을 왜 여느냐”, “부정선거 재선거” 등의 구호를 외치며 강하게 반발했고, 짐을 실은 트럭 앞으로 뛰어드는 등 일촉즉발의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으나 경찰의 통제로 큰 물리적 충돌로 번지지는 않았다. 이날 현장에는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박준태 비서실장도 방문해 경기장 내부로 진입하며 상황을 참관한 모습이 언론 카메라에 생중계됐다.
경찰 관계자는 “시민의 자유로운 의사 표현과 투표지 보관 장소의 증거 보존 필요성은 당연히 존중되어야 한다”면서도 “그러나 경기장 입주 단체들의 사무실 사용 불가 상황이 장기화하면서 그 피해가 확산할 우려가 있어 진입을 지원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당초 사무실 봉쇄 장기화로 인해 국가대표팀 파견과 훈련 지원 등 주요 행정 업무가 마비될 위기에 처했던 종목단체들은 필수 장비와 행정 서류 등을 되찾으며 최악의 상황을 면하게 됐다. 95일 만에 봉쇄를 뚫고 짐을 확보한 체육단체들은 반출한 자료를 바탕으로 막바지에 다다른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지원에 만전을 기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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