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7월까지 벌써 988명…“동남아 상시 공조체계 필요”
올해 새로 발생한 국외도피사범 10명 중 4명 가까이가 캄보디아로 도피한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1∼7월 캄보디아 신규 국외도피사범은 372명으로, 불과 7개월 만에 지난해 연간 규모인 399명에 육박했다. 지난해 중국을 제치고 신규 도피사범이 가장 많은 국가가 된 데 이어 올해도 캄보디아 쏠림이 이어진 것이다.
8일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 ‘국외도피사범 현황’에 따르면 올해 1∼7월 신규 국외도피사범은 988명이었다. 도피국별로는 캄보디아가 372명(37.7%)으로 가장 많았고 중국 147명, 베트남 140명, 필리핀 101명 등이 뒤를 이었다. 캄보디아 신규 도피사범은 2023년 21명에서 지난해 399명으로 2년 만에 19배로 늘어 중국(254명)을 제쳤다.
전체 신규 국외도피사범도 2022년 549명에서 지난해 1249명으로 3년 만에 2.3배로 늘었다. 올해는 7개월 만에 지난해 연간 규모의 79.1%에 이르렀다. 범죄유형별로는 사기 혐의가 667명으로 전체의 67.5%를 차지했다.
◆온라인 사기·불법도박 범죄망 자리 잡은 캄보디아
지난해 캄보디아에서는 한국인을 노린 취업사기와 납치·감금, 보이스피싱 범죄가 잇따르면서 현지 범죄단지 문제가 사회문제로 불거졌다. 특히 지난해 8월 캄보디아로 출국한 한국인 대학생이 범죄조직에 감금·고문당한 뒤 숨진 사건이 알려지면서 파장이 커졌다. 정부는 합동대응팀을 현지에 파견해 한국인 범죄 혐의자 64명을 송환했고, 한·캄보디아 정상회담에서는 한국인 사건을 전담하는 공동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기로 합의했다.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는 지난해 4월 보고서에서 동남아 범죄조직들이 카지노와 경제특구, 호텔, 외딴 국경지대 등을 기반으로 활동하며 통치력이 취약한 지역까지 확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캄보디아에서는 2022년 시아누크빌 집중 단속 이후 프놈펜·바벳·포이펫 등에서 산발적인 단속이 이어졌지만, 대대적인 단속은 널리 알려진 바 없다고 지적했다. 당시 일부 조직은 캄보디아 내 다른 지역이나 미얀마·라오스로 거점을 옮겼다가 그중 일부가 복귀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이 제시한 해외 추가 범죄 사례 가운데에는 캄보디아에서 벌어진 대규모 사기 사건도 있었다. 시아누크빌에 거점을 둔 일당 51명은 관공서와 기업체를 사칭한 ‘노쇼 사기’로 210명에게서 약 77억원을 가로챘다. 또 다른 일당 26명은 검찰과 금융감독원을 사칭해 피해자 368명으로부터 약 517억원을 편취하고, 피해자들에게 성적인 영상을 촬영하게 하는 등 추가 범행까지 저질렀다. 두 사건의 피의자 77명은 올해 현지에서 모두 검거돼 국내로 송환됐다.
◆검거·송환도 속도…“상시 공조망 구축해야”
캄보디아 도피사범의 검거·송환에도 속도가 붙었다. 캄보디아에서 국내로 송환된 피의자는 2024년 49명에서 지난해 143명, 올해 1∼7월 243명으로 증가했다. 올해 7개월간 송환 인원이 지난해 연간 규모보다 이미 100명 많다. 올해 1∼7월 해외에서 검거된 국외도피사범은 837명으로 지난해 연간 846명에 육박했고, 같은 기간 국내 송환 인원은 657명으로 집계됐다.
정부의 고위급 외교가 장기 미제 범죄 현안을 해결한 성과도 있었다. 정부는 지난 3월 필리핀을 거점으로 활동한 이른바 ‘마약왕’ 박왕열을 임시인도받았다. 6월에는 2016년 필리핀에서 발생한 고 지익주씨 납치·살해 사건의 주범도 검거됐다.
다만 일부 도피사범이 국경을 옮겨가며 범죄를 이어간다는 점은 과제로 남는다. 2017년 중국에서 전화금융사기 총책으로 활동한 한 피의자는 베트남으로 도피한 뒤 90억원대 가상자산 사기와 500억원 상당의 마약 유통에 손을 댔다. 이처럼 도피사범이 국가를 옮겨 다니며 추가 범죄를 저지를 수 있어 특정 국가와의 공조만으로는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의원은 “박왕열 임시인도와 고 지익주씨 사건 주범 검거는 우리 정부의 외교적 노력이 장기 미제 범죄현안을 해결하는 데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사례”라며 “국외도피사범이 연간 천 명을 넘어설 정도로 급증하는 상황에서는 개별 사건에 대한 외교적 대응을 넘어 보다 상시적이고 체계적인 국가 간 공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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