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소련과 전쟁에 져 영토 빼앗긴 경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놀란 북유럽 핀란드가 러시아와의 접경 지역에 쌓기 시작한 장벽 1단계 200㎞ 구간 공사가 끝났다. 핀란드는 러시아와 무려 1340㎞의 국경선을 맞대고 있으며, 1930∼1940년대 소련(현 러시아)의 침략으로 영토를 빼앗긴 쓰라린 경험도 겪었다.
7일(현지시간) 신화 통신에 따르면 핀란드 정부는 이날 “러시아와의 국경 일부 구간에 200㎞ 길이의 방벽 울타리가 완성되었다”고 발표했다. 마리 란타넨 내무부 장관은 핀란드·러시아 전체 국경선 길이가 1340㎞에 이르는 점을 감안한 듯 “필요할 경우 앞으로 (200㎞ 구간을 넘어선) 추가 구간도 건설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총 200㎞ 길이의 방벽 울타리는 수십 개의 구역으로 나뉘어 있으며, 주로 핀란드 남동부에 집중됐다. 날씨가 너무 추워 군대의 기동이 힘든 북쪽으로 갈수록 구역 숫자는 줄어든다. 이와 관련해 핀란드 국경 경비대는 “국경 방벽의 운영 필요성이 가장 크고 또 건설에 드는 비용 대비 효율성이 높다고 평가된 지역 위주로 조성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경 방벽은 높이 4.5m의 울타리, 첨단 기술을 적용한 감시 시스템, 부대의 신속한 이동을 위한 도로망 등으로 구성돼 있다. 2023년 1월 공사를 개시해 현재까지 3억5600만유로(약 5572억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제2차 세계대전 이전 프랑스가 이웃 나라 독일의 공격을 저지하기 위해 북부 및 서부의 접경 지역에 조성한 일명 ‘마지노선’(Maginot Line)을 연상케 한다.
러시아는 2022년 2월 탱크 부대를 앞세워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정부가 나치 세력에 의해 장악됐다”며 우크라이나의 탈(脫)나치화를 전쟁 명분으로 삼았다. 유럽의 수많은 나라들이 충격에 휩싸인 가운데 그중에서도 핀란드가 느낀 공포감은 단연 컸다. 핀란드는 1939년 11월 당시 공산주의 소련의 침략으로 이른바 ‘겨울전쟁’에 휘말렸다. 3개월 이상 항전한 끝에 핀란드는 1940년 3월 항복했다. 핀란드 국토의 약 10%를 소련에 할양하는 등 굴욕적인 내용의 평화 협정이 체결됐다.
이 점이 못내 억울했던 핀란드는 2차대전 도중인 1941년 6월 나치 독일이 소련을 공격하자 이번에는 독일 편에 서서 소련과 다시 싸웠다. 하지만 독일은 결국 무너졌고 종전 후 핀란드는 졸지에 ‘전범국’이 되고 말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핀란드 국민으로 하여금 겨울전쟁 및 2차대전 당시의 악몽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핀란드는 즉각 국방비 지출 확대 등 방위력 강화에 나섰다. 러시아와의 접경 지역에 장벽 건설을 시작한 것도 그 일환이었다. 또 이웃 나라인 스웨덴과 함께 오랫동안 지켜 온 군사적 중립 원칙을 내던지고 미국 등 서방 주도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했다. 이에 러시아는 핀란드를 겨냥해 보복 조치를 경고하고 나서는 등 북유럽도 안보 위기가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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