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의료사고 의사 명단 공개, 환자 안전으로 이어질까? [알아야 보이는 법(法)]

관련이슈 알아야 보이는 법(法)

입력 :

인쇄 메일 url 공유 - +

구글 선호 매체 등록

의료사고로 처벌받은 의사의 명단을 공개하자는 법안이 추진되고 있다. 환자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의료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제도의 선의가 곧 효용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이 법안이 실제로 환자의 안전을 높일 수 있는지 냉정하게 따져볼 문제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진료 행태의 왜곡이다. 의료행위에는 본질적으로 불확실성이 따른다. 중증도가 높은 환자를 많이 볼수록, 난도가 높은 수술을 많이 집도할수록 나쁜 결과가 발생할 확률은 높아진다. 명단 공개라는 낙인이 제재의 종착점이 되는 순간 의사들은 합리적으로 위험을 회피하게 된다. 수술이 필요한 고령의 중증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넘기고, 판단이 어려운 응급환자의 수용을 주저하는 한편 결정적 순간에도 적극적 처치 대신 안전한 선택을 하게 된다.

 

이미 흉부외과와 산부인과, 외과, 응급의학과 등 이른바 필수의료 영역은 지원자가 많지 않은 상황이다. 방어적 진료가 늘어나면 불필요한 검사와 전원이 함께 증가하고, 그 비용과 시간은 환자와 건강보험이 나누어 부담하게 된다. 사고 위험이 큰 분야를 기피하게 만드는 제도의 악영향은 결국 환자에게 돌아간다.

 

법체계상의 문제도 가볍지 않다. 의료사고에 대해서는 이미 형사처벌과 민사상 손해배상이 이루어지고 있다. 의료법 등 위반이 있으면 면허 취소 내지 정지와 같은 행정처분까지 더해진다. 여기에 명단 공개까지 하면 또 하나의 제재가 부과되는 셈이다. 공개 대상은 개인의 전과이기 때문에 인격권과 개인정보 자기 결정권을 정면으로 제약하는 강력한 수단이며, 그 필요성과 효과가 분명히 입증될 때에만 정당화될 수 있다. 게다가 명단 공개는 기간이 정해진 다른 제재와 달리 사실상 영구적인 낙인으로 작동한다. 한 번 인터넷에 옮겨진 정보는 처분의 효력이 끝난 뒤에도 대다수 지워지지 않는다.

 

공개되는 정보의 질도 문제다. 사건의 경위와 환자의 기저 상태, 의료기관의 인력과 장비 여건이 공개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고, 공개되더라도 명단을 본 이들이 이것까지 고려해서 판단할지도 알 수 없다. 의료사고의 상당수는 개인의 과실뿐만 아니라 시스템의 결함도 맞물려 있다. 그런 맥락이 제거된 명단은 환자에게 판단의 근거를 주기보다 불신만 남기기 쉽다.

 

항공사고에서 안전을 확보하는 방법은 처벌의 강화가 아니라 비난하지 않는 보고 및 조사 체계였다. 중대한 항공사고는 여래 해에 걸쳐 조사가 진행되고 보고서가 작성된다. 조종실 내 대화 내용도 녹음되지만 보통 외부에는 직접 공개되지 않는다. 오류가 드러나야 원인을 찾고 재발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처벌과 명단 공개의 압력이 커질수록 사고가 은폐되거나 자율 보고가 위축될 수 있다. 환자 안전 보고 체계가 무력해지면 남는 것은 처벌받은 개인의 명단, 리스크를 회피하려는 의료진, 치료의 기회가 줄어든 환자들뿐이다.

 

의료분쟁 조정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고, 불가항력적 사고에 대한 보상 체계를 넓히는 한편 사고 원인의 분석 결과를 익명화해 의료계 전체가 공유하는 것이 의료사고의 재발 방지와 피해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아무쪼록 의료진, 환자, 사회 모두에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제도가 마련되기를 바란다.

 

김경수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kyungsoo.kim@barunlaw.com


오피니언

포토

백예인 '매력적인 눈빛'
  • 백예인 '매력적인 눈빛'
  • 신예은 '완벽한 미모'
  • 뉴진스 해린, 상큼 눈웃음
  • 백진희, 청순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