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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투입 등 지침 마련… “‘근로조건 변동 예상’ 조건 모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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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민·김건호·박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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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봉법 시행 기준 구체화

법적 구속력 없어 불확실성 커
“지침은 응급처방… 종착지 아냐”
경영계·전문가 ‘보완 입법’ 주장
노동계 “교섭범위 극도로 제한”

고용노동부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 법률)에 따른 의무 교섭 대상을 명시하면서 현대자동차 로봇 ‘아틀라스’ 투입 등 현안의 판단 기준도 마련했다. 하지만 현장 혼란을 막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노동부가 3일 발표한 ‘경영성과급 등 노동쟁의 대상 시행지침’은 지난 2월 공개한 사례 중심의 해석지침을 보완한 것이다. 당시 지침 발표에도 쟁의 기준을 둘러싼 현장 혼선이 거듭되자 노동부는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로 사례를 더 구체화했다.

 

지난 1월 CES 2026 현대자동차그룹 전시관에서 아틀라스가 자동차 부품을 옮기는 시연을 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제공
지난 1월 CES 2026 현대자동차그룹 전시관에서 아틀라스가 자동차 부품을 옮기는 시연을 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제공

당초 노동부는 시행령·시행규칙을 포함해 보완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시행지침은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한계가 있어서다.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건 법원이 노동부 시행지침과 다른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럴 경우 산업계와 노동계가 떠안는 불확실성은 더 커진다.

 

권창준 노동부 차관은 “법에 모든 사례를 구체적으로 쓰는 건 불가능하다”고 정부가 지침으로 보완한 이유를 설명했다. 노란봉투법에 쟁의 대상의 범위를 시행령으로 정하도록 한 명시적인 위임 근거가 없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시행령은 법률이 맡긴 내용을 구체화하는 ‘위임명령’과 법률 시행에 필요한 절차·방법을 정하는 ‘집행명령’으로 나뉜다. 법률에 명시적인 위임이 없어도 시행령을 만들 수는 있지만, 노란봉투법이 보장한 노동3권의 범위를 제한할 때는 별도의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는 시각이 있다.

 

권 차관은 “시행지침도 노동위원회(노동위)에서 부당노동행위를 판단하는 데 있어 규범력이 있다”고 부연했다. 노동부는 또 노동위가 관련 분쟁에서 노조 측에 조정을 요구하고 행정지도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경영계와 일부 노동법 전문가들은 보완 입법을 주장한다.

 

황용연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노동정책본부 이사는 “현장에서 노사 다툼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시행령을 고치는 게 필요하고, 가장 확실하게 분쟁을 줄일 수 있는 건 법령 개정”이라고 밝혔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결국 보완 입법이 필요한데, 그 말을 하는 순간 노동계가 가만있지 않을 것이고, 그러면 정부도 견딜 수 없으니 보완 입법 이야기는 꺼내지 못하는 것”이라고 했다. 김덕호 성균관대 서울RISE글로벌혁신센터 교수는 “정부가 추가 지침 등 보완책을 검토하고 있지만 법률의 모호성을 하위규범으로 메우는 데 한계가 있다”며 “지침은 응급처방일 뿐 종착지가 될 수 없으며, 정권이 바뀔 때마다 해석이 흔들리면 기업도 근로자도 예측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노동부가 교섭·쟁의 대상이라고 한 ‘근로조건의 변동이 객관적으로 예상되는 경우’도 여전히 모호하다는 비판이 있다. 일례로 중장기 경영 계획이나 경영진의 추상적 언급에 그친 경우는 교섭 대상이 아니나, 정리해고의 구체적인 방침이 ‘수립 중’인 경우는 교섭 대상이 된다. ‘인공지능(AI) 도입이 인력 감소로 이어지지 않을 수가 있냐’는 지적에 노동부 관계자는 “현대자동차 로봇 ‘아틀라스’ 등에 대해 언론에서 우려를 크게 표명해 관련한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자 한 것”이라고 했다.

 

구호 외치는 삼성전자 노조원들. 연합뉴스
구호 외치는 삼성전자 노조원들. 연합뉴스

지침을 둘러싼 불만은 노동계에서도 크다.

 

민주노총은 근로조건 변동을 ‘객관적으로 예상되는 경우’로만 제한한 점을 거론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교섭 범위를 극도로 제한해 회사가 세부 구조조정 계획을 확정하기 전까지 노동자는 대응할 수 없게 된다”고 했다.

 

노사 자율교섭 원칙을 정부가 져버렸다는 반발도 거세다. 민주노총은 “헌법이 보장한 노동3권을 침해하고, 노사자치를 원칙으로 한 노조법을 위배하는 사용자 편향 지침”이라며 지침 폐기를 촉구했다. 한국노총은 “노동위원회가 지침을 기계적으로 적용할 경우 행정소송과 헌법소원 등을 통해 그 위법성을 끝까지 다툴 것”이라고 했다.

 

한국노총은 영업이익 N% 성과급 관련, 기본급·연봉의 일정 비율이나 정액 지급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또다시 갈등이 되풀이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같은 경영성과급인데도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요구하면 교섭·쟁의 대상이 아니고, 기본급이나 연봉을 기준으로 요구하면 가능하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이날 양대 노총 위원장을 만나 노동현안에 관한 의견을 교환했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메가프로젝트의 성공적 추진이 미래세대와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필수적임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정년연장 법안에 대해서는 “국회 내 숙의를 통해 연내 결과 도출이 필요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이 대통령은 민주노총의 사회적 대화 복귀 논의를 환영하며 양대 노총이 모두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로 국가적 과제의 해법을 찾아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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