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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산주기 단축, 중소업체엔 ‘독’?…“발주 축소로 되돌아올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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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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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점업체 단체 “유통사 자금 부담, 발주 축소로 번질 것”

이른바 ‘티메프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한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안을 두고 정작 보호 대상인 중소상공인들 사이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제공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제공

대금 지급기한을 일률적으로 줄이면 유통업체의 자금 부담이 커지고, 그 부담이 결국 중소기업 제품 발주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국회 정무위 법안심사소위는 지난 1일 직매입 대금 지급기한을 60일에서 35일로, 특약매입·위수탁·매장임대차는 40일에서 20일로 줄이는 개정안을 의결했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 한국플랫폼입점사업자협회, 한국중소상공인협회 등은 잇따라 재검토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 단체는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유통업체가 늘어난 자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판매 이력이 부족한 신생 브랜드나 중소기업 제품부터 매입을 줄일 수 있다고 우려한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직매입 플랫폼의 운전자본 부담이 커지면 상품 다양성과 중소 납품업체와의 거래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한국플랫폼입점사업자협회는 “중소업체엔 며칠 빠른 정산보다 안정적인 발주 물량 확보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유병준 서울대 교수 연구팀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정산주기를 60일에서 20일로 줄이면 중소 납품업체의 시장 피해액은 연간 최대 21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중소상공인협회는 “시장 현실과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입법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직매입이 줄면 그 자리를 특약매입·위수탁 거래가 채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약매입은 팔리지 않은 재고 부담을 사실상 납품업체가 떠안는 구조다.

 

KDI의 ‘대규모유통업 거래유형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거래액 대비 불공정거래 발생 빈도는 특약매입이 직매입보다 2~3배 높았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직매입이 줄고 특약매입이 늘면 교섭력이 약한 중소 납품업체가 더 불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도 지급기한 단축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져 왔다.

 

칠레는 2019년 기업 간 지급기한을 원칙적으로 30일로 정하되, 서면 합의 시 예외를 허용하는 법을 도입했다. EU 집행위도 2023년 30일 상한 규정안을 제안했지만, “계약의 자유를 침해하고 공급망 금융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회원국·업계 반발에 부딪혀 입법이 철회됐다.

 

학계에서도 신중론이 나온다.

 

이동일 세종대 교수(한국유통학회 명예회장)는 “티메프 사태는 자금 흐름 관리 실패에 따른 신뢰 훼손이 원인이지, 정산주기 설정 자체가 문제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전성민 가천대 교수는 “정산 속도보다 거래의 안정성과 자율성에 방점을 둬야 한다”며 “업종과 거래 유형별로 차등화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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