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0월 검찰청 폐지로 경찰 수사력에 이목이 집중되는 가운데 경찰이 올 한 해 수백명의 엘리트 수사 인력을 주요 사건 특수수사에 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적 파장이 큰 사건에 수사력이 집중되다 보니 경찰 본연의 역할인 민생수사는 뒷전이 됐다는 지적이다. 한편 서울 서초구 뱅뱅사거리에서 음주운전으로 다중 추돌 사고를 내 오토바이 운전사를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40대 마세라티 운전자는 법원의 영장실질심사를 거쳐 구속됐다.
◆‘특수수사’에 몰린 수사인력… ‘민생 치안’ 구멍 뚫렸다
30일 세계일보가 올해 주요 사건 전담수사에 투입된 수사관을 집계한 결과 최소 500명의 파견이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3대 특별검사팀(내란·김건희·채상병)의 잔여 사건 수사를 위해 출범한 3대 특검 특별수사본부에는 최대 109명의 수사인력이 활동했고, 통일교 의혹 특별전담수사팀에 30명, 쿠팡 사태 수사전담 태스크포스(TF)에 최대 94명, 무인기 사건 관련 군경 합동조사 TF에 27명, 가덕도 테러 사건 수사 TF에 69명, 12·29 여객기 참사 특별수사단에 최대 48명, 색동원 원장 성폭력사건 특수단에 47명, 장윤기 살인사건 관련 진상규명 특수단에 41명 등이 투입됐다. 올해 1월에만 5개 수사팀이 구성됐다. 검찰과 합동수사본부가 꾸려진 정교유착비리, 선거관리위원회, 이태원 참사 사건과 각종 특검에도 경찰 수사 인력이 활동했다.
국민의힘 서범수 의원실이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날 기준 주요 사건 전담수사팀에는 여객기참사 특수단에 32명, 색동원 특수단에 47명, 장윤기 특수단에 41명, 쿠팡 TF에 46명, 3대 특검 전담수사팀에 23명 등 189명의 경찰 수사관이 남아 수사하고 있다. 시도청 및 경찰서 단위에서 운영되는 전담수사팀은 더 많지만 경찰청은 “이를 별도 관리하지 않는다”고 했다.
경찰 수사본부 설치 및 운영규칙에 따르면 국가수사본부장은 흉악 사건부터 피해자가 많은 업무상 과실치사상 사건, 조직폭력, 실종사건 중 중요사건, 테러, 사회적 이슈 사건 등을 특별하게 수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임시 수사조직을 설치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에는 정치권과 사회적 요구에 따라 전담수사팀을 구성하는 기준이 다소 낮아졌다는 지적이다.
본청 및 시도청 수사관 수에서도 경찰 조직 방향성을 엿볼 수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검·경 수사권 조정이 이뤄진 2021년 이후 올해까지 기획수사나 인지수사 위주인 본청 및 시도청 수사관 수는 6993명에서 9385명으로 34.2% 늘었다. 반면 고소·고발 등 민생사건을 주로 처리하는 일선 경찰서 수사관 수는 2만6430명에서 2만8865명으로 9.2% 증가에 그쳤다.
경찰은 당직자가 혼자 허위로 사건을 종결하는 것을 막기 위해 2명 이상 근무를 내걸었지만 현장에서는 “현재 인력으로 불가능하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이것도 규모가 큰 1급서의 얘기지 작은 3급서에서는 경찰관 한 명이 실종, 변사, 피싱 사건 등을 도맡아야 하는 실정이다.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가 사라지고 수사 요구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일선서 부담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보완수사 요구가 오면 경찰은 최대 2개월 안에 이행해야 해 업무량이 늘어난다. 실제 경찰 수사인력 이탈은 2021년 265명, 2022년 338명, 2023년 304명, 2024년 373명, 지난해 410명으로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올해도 5월 기준 75명이 이탈했다.
10월2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출범하면서 경찰과 주요사건 수사 경쟁 구도가 나타날 우려도 있다. 중수청은 부패, 경제, 마약, 방위사업, 국가보호, 사이버, 법왜곡죄 등 7대 범죄를 다루지만 2874명 규모의 조직이 처리할 수 있는 사건에는 한계가 있다. 결국 경찰 국가수사본부와 수사 중복 및 수사력에 대한 경쟁 구도가 발생하면서 특수수사에 경찰 수사인력이 더 투입될 것이란 지적이다. 경찰은 최근 행정안전부에 제주 실종사건 등을 보고하면서 경찰 인력 확충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남서 '마세라티 만취운전' 사망사고 낸 40대 구속
서울중앙지법 한정원 영장 당직 판사는 이날 특정범죄 가중 처벌법상 위험운전치사 등 혐의로 40대 황모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한 뒤 “도망할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황씨는 27일 오후 11시40분쯤 만취 상태로 마세라티를 몰다 앞서가던 오토바이·버스·택시 등을 들이받는 다중 추돌 사고를 일으켰다. 사고 당시 황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 수준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 사고로 오토바이 운전자인 40대 남성이 심정지 상태가 됐고,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숨졌다. 버스 승객, 택시 기사, 행인 등 3명도 경상을 입었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 현장에서 황씨를 긴급체포했고, 지난 29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황씨를 구속한 경찰은 그에게 구체적인 사고 경위를 조사한 후 검찰로 넘길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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