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장과 권한 관계 정리 염두
與 “새 추천위 구성 안돼” 靑 엄호
국힘 “재제청 요구는 반헌법적”
청와대가 대법원과의 정면충돌 부담에도 손봉기 대법관 후보자의 재제청을 요구한 데는 향후 대법관 인선에서 대통령의 ‘실질적 임명권’을 분명히 해두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여당이 다수인 국회에서 손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부결시키는 방법도 있었지만 이재명 대통령은 아예 국회에 동의안을 보내지 않고 조희대 대법원장에게 다른 후보자를 제청해 달라고 요구했다. 손 후보자 한 명의 임명 여부보다 앞으로 반복될 대법관 인선에서 대통령과 대법원장이 어느 수준까지 사전 협의를 거쳐야 하는지 이번에 기준을 세우려는 성격이 짙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지난 28일 춘추관에서 “대법원장에게 대법관 후보자를 재제청할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대법원장의 제청권과 별개로 대통령에게 독립된 임명권이 있다고 강조했다. ‘제청’과 ‘임명’은 삼권분립 원칙 아래 서로 다른 헌법기관에 배분된 권한이며 제청권이 대통령의 임명권을 사실상 대체하거나 무력화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청와대가 특히 문제 삼은 것은 조 대법원장이 대통령과 실질적인 협의를 거치지 않은 채 손 후보자를 서면 제청한 점이다. 역대 대통령과 대법원장이 제청 전 후보자를 놓고 의견을 조율해 온 것은 어느 한쪽의 의사만으로 대법원이 구성되는 것을 막기 위한 절차적 장치였는데 조 대법원장이 이를 저버렸다는 게 청와대 판단이다.
이번 충돌의 무게는 앞으로 예정된 대법관 인선 규모 때문에 더 커진다. 2028년부터 대법관 증원이 시작되고 기존 대법관들의 임기 만료도 이어지면서 이 대통령은 임기 중 최대 22명의 대법관을 임명하게 된다. 이번에 사전 협의 없이 이뤄진 제청을 그대로 받아들일 경우 향후 인선에서도 같은 방식이 반복될 수 있다는 점을 청와대가 염두에 뒀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민주당도 청와대의 재제청 요구에 힘을 실으며 대법원의 후보 재추천 움직임을 문제 삼았다. 민주당 소속 서영교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30일 기자간담회에서 노경필 법원행정처장이 기존 대법관 후보자들에게 새로운 추천위원회를 꾸려 후보자를 다시 추천하는 데 대한 의사를 물었다는 의혹과 관련해 “추천위를 다시 꾸려서 후보를 다시 추천하는 데 동의해 달라고 했다면 사퇴를 종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사퇴를 종용하는데 대법원장이 모를 리가 있나”라며 “몰랐으면 무능한 것이고 알았다면 직권남용의 엄청난 범죄”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청와대의 재제청 요구 자체가 헌법상 대법원장의 제청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정반대 논리를 펴고 있다. 장동혁 대표는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민주당 박지원 의원의 과거 발언을 인용해 재제청 요구를 “반헌법적, 반삼권분립적 작태로서 민주주의 파괴, 헌법 파괴 행위”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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