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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30대 실종여성 시신, 도로변·올레코스인데 100여일간 왜 발견 못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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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제주=임성준 기자 jun258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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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복 2차선 도로변·올레코스…낮과 밤이 다른 길
차량 통행·올레꾼 등 낮에는 인적 있어
“밤에는 칠흑…여성 혼자 다니기는 무서워”
허위종결 경찰관 거짓말에 발목 잡혀 수색 인력 증원 지연
CCTV 기록 삭제돼 외출 뒤 행적 ‘미궁’

제주에서 실종된 30대 여성이 주거지 인근 도로변 야자수 숲에서 숨진 지 100여일 만에야 발견된 데 대해 의문이 제기된다. 

 

29일 기자가 찾은 시신 발견 현장은 차량이 통행하는 도로변으로 건너편 비닐하우스와 마늘밭에선 주민들이 밭일 하고 있는 전형적인 농촌의 낮풍경이다. 올레코스이어서 도보 여행자가 간혹 눈에 띈다.

 

장씨 시신이 발견된 제주시 한림읍 야자수 숲. 헬기와 하루 연인원 140여명이 투입된 집중 수색이 시작된 지 나흘 만인 지난 24일 장씨가 실종됐던 제주시 한림읍 장기 투숙 숙소에서 불과 400m가량 떨어진 야자수농장에서 그의 시신이 발견됐다.
장씨 시신이 발견된 제주시 한림읍 야자수 숲. 헬기와 하루 연인원 140여명이 투입된 집중 수색이 시작된 지 나흘 만인 지난 24일 장씨가 실종됐던 제주시 한림읍 장기 투숙 숙소에서 불과 400m가량 떨어진 야자수농장에서 그의 시신이 발견됐다.

농장길은 마을을 낀 일주도로와 우회도로를 연결하는 왕복 2차선으로, 반경 1㎞ 이내에는 초등학교, 마을회관, 민속오일시장 등이 있어 차량과 사람의 왕래가 드문 곳은 아니다. 장씨 주거지와는 직선거리로 불과 400m, 도보로 5분 거리다.

 

하지만 밤이면 얘기가 달라진다. 가로등이 없어 야간에 여성 혼자 가기에는 인적이 뜸하고 칠흑같이 어두운 곳이다.

 

주민들은 “밤에는 사람이 다니기 어려울 정도로 어둡다”고 입을 모았다. 장씨의 아버지도 “딸이 남자친구에게 ‘야자수 농장은 무섭다’, ‘가기 싫은 곳’이라고 말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경찰은 범죄 피해 가능성이 큰 여성이 재신고 접수 후 두 달간 실종 상태임에도 생활반응이 없다는 점을 확인하고 최초 실종신고가 허위로 묵살됐다는 것을 인지하는데 3주 이상 걸렸고 시신을 찾기 위한 집중 수색은 한 달 뒤에나 시작됐다.

 

경찰은 지난달 19일 장씨 실종 재신고 후 같은 달 27일까지 8일간 장씨 휴대전화 위칫값 추적, 진료 내용 및 출입국 정보 조회, 고용정보 확인 등 생활반응 확인과 부모(34) 경장의 장씨 연락 기록 확인 등에 매달렸다.

 

경찰은 이 기간 한림항 주변을 수색하기는 했지만, 실종팀 외 추가 인력 투입은 없었다.

 

지난 11일이 돼서야 형사팀이 추가로 투입되며 수색이 확대됐지만, 집중 수색은 장씨 실종에 대한 언론보도가 나온 이후인 지난 20일에야 시작됐다. 장씨 실종 재신고 이후 한 달이 흐른 뒤다.

 

헬기와 하루 연인원 140여명이 투입된 집중 수색이 시작된 지 나흘 만인 지난 24일 장씨 시신이 주거지 인근 도로변 야자수 숲에서 발견됐다. 등잔 밑이 어두웠던 것이다.

 

29일 실종자 장모씨가 숨진 제주시 한림읍 야자수 숲 앞에 고인을 추모하기 위해 누군가가 놓고 간 국화꽃 다발이 놓여 있다.
29일 실종자 장모씨가 숨진 제주시 한림읍 야자수 숲 앞에 고인을 추모하기 위해 누군가가 놓고 간 국화꽃 다발이 놓여 있다.

◆150m 거리에 공공CCTV 있지만 보존기간 지나 녹화기록 삭제

 

장씨 사망을 둘러싼 의문이 계속되는 원인으로 폐쇄회로(CC)TV의 기록이 삭제돼 외출 뒤 행적이 미궁에 빠졌기 때문이다.

 

부 경장의 허위종결로 수색이 늦어져 장씨의 행적을 확인할 객관적 증거인 CCTV 녹화 기록이 보존기간이 지나 영구 삭제됐다.

 

실종 당시 장씨의 유일한 모습은 가족 측이 제공한 외출 당일 펜션 CCTV에 담긴 영상뿐이다.

 

장씨 시신이 발견된 야자수 숲에서 한림항 포구가 있는 바다 방향으로 150m 아래쯤인 리사무소 앞에 공공 CCTV가 설치돼 있다.

 

이 CCTV는 야자수숲 방향과 리사무소, 초등학교, 제주시 방향 등을 각각 가리키고 있다.

 

야자수숲에서 그보다 더 가까운 20여m에도 민간 CCTV가 있지만 인근 공동주택 보안을 위한 것이어서 카메라 방향이 도로쪽을 향해있지 않다.

 

장씨가 경찰 추정대로 자살했다고 해도 주거지에서 바로 야자수숲으로 갔는지, 실종 신고 당시 휴대전화 위치 장소인 한림항에 들렸다가 다시 야자수숲으로 올라왔는지는 미궁에 빠졌다.

 

◆경찰, ‘야자수 목맴사’ 의혹에 재연 실험까지

 

경찰은 장모씨 사인이 목맴사로 추정된다는 발표에 대해 의혹이 제기되자 목맴사가 가능한 지 등을 확인하기 위한 재연 실험을 했다. 경찰은 사망자가 발견된 당시 상황을 바탕으로 야자수 줄기의 강도를 확인하고 사망자 자세 등을 재연해 봤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장씨 신체 조건 등을 고려해 비슷한 무게를 견딜 수 있는지 등 구체적으로 실험해 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계속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앞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등을 바탕으로 장씨가 야자수에 목을 매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현장 감식 과정에서 야자수 줄기를 직접 당겨보는 등 강도를 확인해 나무 윗 부분은 충분히 사람 무게를 지탱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이 야자수농장이 야간에 여성 혼자 가기에는 인적이 드물고 어두운 곳이며, 야자수 나무줄기가 약하고 뾰족한 부분이 많아 목맴사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주장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경찰은 직무 유기 등으로 구속한 부 경장을 조만간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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