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간 ‘간병 살인’ 17년 동안 228건 발생
생활고와 가족 간병 부담에 시달려오다 친형을 살해하고 80대 노모에게 흉기를 휘두른 50대 남성에게 법원이 실형을 선고했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형사13부(장석준 부장판사)는 살인 및 존속살해미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모친을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치고, 친형의 목 부위를 여러 차례 찔러 살해하는 등 친족을 상대로 중대한 범죄를 저질렀다”며 “모친과 유족들이 입은 피해가 복구되지 않아 엄벌이 필요하다”고 판시했다.
다만 재판부는 A씨가 어려운 가정환경 속에서 홀로 부양의 짐을 졌던 상황을 양형에 반영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부친이 사망한 뒤 치매를 앓는 모친과 정신질환이 있는 형을 외부 도움 없이 혼자서 부양해 왔다”며 “직장을 그만두고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부양의 어려움과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우발적으로 범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이 범행을 모두 인정하는 점, 벌금형을 초과하는 형사처벌을 받지 않은 점, 일부 유족이 선처를 탄원하고 모친 등의 처벌 의사도 확인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A씨는 지난 1월 19일 경기 용인시 처인구의 한 빌라에서 50대 친형을 흉기로 찔러 살해하고 80대 어머니를 살해하려 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범행 직후 자해해 중태에 빠졌으나 병원 치료를 받고 회복해 재판에 넘겨졌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결심공판에서 “간병 고충은 짐작되나 살인이 정당화될 순 없다”며 A씨에게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오랜 시간 환자를 돌보던 가족 등의 보호자가 간병 부담으로 인해 환자를 살해하거나 동반 자살을 시도하는 ‘간병 살인’은 매년 꾸준하게 발생하고 있다. 경찰대 치안정책연구소에서 지난해 발간한 ‘간병살인의 실태와 특성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살해 치사를 포함한 국내 가족 간병 살인은 2007년부터 2023년까지 총 228건 발생했다.
유형별로는 자녀가 부모를 살해하는 사례가 96건(42.1%)으로 가장 많았고, 부부 간병살인 72건(31.6%), 장애 자녀 간병살인이 44건(19.3%)인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대구에서는 생활고에 시달리던 20대 아들 B씨가 뇌출혈로 쓰러진 50대 아버지를 집으로 데려와 돌보다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B씨는 검찰 수사 단계에서 “아버지를 퇴원시킨 바로 다음 날부터 기약도 없이 2시간마다 한 번씩 아버지를 챙겨주고 돌보면서 살기는 어렵고, 경제적으로도 힘드니 돌아가시도록 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에는 70대 C씨가 뇌병변과 지적 장애를 앓던 40대 딸을 34년간 돌보다 질식시켜 숨지게 한 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범행 후 친부 역시 자살을 시도했으나 미수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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