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부터 드론 전문가까지…세대 초월한 해양레저 축제
지난해 우승팀 재출격…드론 조종·낚시 역할 나눠 정상 재도전
[서귀포=권준영·반진욱 기자] “고기가 나를 낚고 싶어 하는가 봐. 내가 고기를 낚는 게 아니라 고기가 나를 낚네.”
83세 어르신의 한마디에 제주 사계해변이 웃음바다가 됐다. 낚싯줄 너머로 전해지는 손맛에 누구보다 진지하게 집중하면서도, 재치 있는 입담으로 현장 분위기를 띄운 주인공은 이번 대회 최고령 참가자였다.
드론과 바다낚시가 만난 첨단 해양레저 축제 ‘제9회 세계드론낚시대회 in 제주(Jeju)’가 29일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해변 사계항 특설무대에서 열렸다. 세계일보와 제주특별자치도가 공동 주최한 이번 대회에는 제주도내 42개 팀과 도외 34개 팀 등 모두 76개 팀이 참가해 실력을 겨뤘다.
이날 가장 눈길을 끈 건 서귀포시니어클럽 소속 최고령 참가팀이었다. 83세 어르신을 필두로 80세 동갑내기 어르신들이 한 팀을 이뤘다. 젊은 참가자들과 나란히 드론을 띄우고 낚싯대를 잡은 이들은 나이를 잊은 듯 대회를 즐겼다.
이들의 도전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83세 어르신은 “어떻게 사느냐, 삶의 목적과 방법의 문제”라며 “남아 있는 생 동안 취미 활동도 하고, 젊은 사람들에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이렇게 무지 많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드론도 이런 활기찬 활동 중 하나”라며 “멋지고 건강하게 살아가는 사회 분위기를 함께 만들어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사계해변을 찾은 참가자들의 사연도 각양각색이었다. 제주도민뿐 아니라 서울 등 육지에서 가족여행을 겸해 대회장을 찾은 참가자들도 눈에 띄었다. 드론낚시를 매개로 가족이 함께 바다를 즐기고 추억을 만드는 모습이었다.
서울에서 온 한 가족 참가자는 “평소 낚시를 좋아하는데 제주도에서 대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가족 여행도 할 겸 참석하게 됐다”며 “상금도 기대되지만 무엇보다 가족들과 잊지 못할 좋은 추억을 남길 수 있어 뜻깊다”고 말했다.
제주 도민들의 참여도 이어졌다. 제주시에서 한 시간가량 차를 몰고 사계해변을 찾은 한 부자(父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함께 출전했다. 아들은 드론 운용을 직업으로 하고, 아버지는 평소 낚시를 즐긴다. 드론 조종은 아들이, 낚시는 아버지가 맡아 서로의 장기를 살렸다. 아들은 “드론 기술과 아버지의 낚시 취미가 결합된 특별한 콤비네이션으로 뜻깊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친형제는 아니지만 평소 형·동생처럼 지내온 두 참가자도 한 팀으로 출전했다. 서귀포 동쪽 끝 표선에서 달려온 20대 드론 방제 전문가 김모씨와 30대 정모씨는 형·동생 사이로 함께 대회장을 찾았다. 김씨는 “드론 방제 관련 일을 하고 있는데 제주도 드론낚시대회 소식을 접하고 형과 함께 계획 없이 부랴부랴 나왔다”며 “처음 참가하는 대회라 기대된다”고 말했다.
전국을 넘어 해외까지 드론낚시 대회를 찾아다니는 베테랑 마니아들도 대회장을 찾았다. 한 40대 가족팀 참가자는 “한강에서 열린 2회 대회부터 인연을 맺었고, 지난해에는 일본 대회까지 다녀왔다”고 말했다. 이어 “드론 낚시 덕분에 전국과 해외 여러 지역을 여행하면서 가족들과 즐거운 추억을 쌓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제주 대회에서 정상에 올랐던 디펜딩 챔피언팀도 다시 출전해 2연패에 도전해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여러 팀으로 나눠 출전하면서 드론 조종과 낚시 역할을 세밀하게 나눴다. 참가자들은 “2인 1조, 3인 1조로 드론 조종과 낚시 역할을 철저히 분업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이날 사계해변에서는 드론이 바다 위를 오가고, 참가자들은 낚싯대를 잡은 채 조과를 기다렸다. 80대 시니어부터 20대 드론 전문가, 가족 단위 참가자와 전국·해외 원정 마니아까지 서로 다른 배경의 참가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바다를 즐겼다.
첨단 기술인 드론과 전통적인 해양레저인 낚시가 만난 대회는 세대와 국경을 넘어 사람들이 함께 만끽할 수 있는 새로운 레저의 모습을 보여줬다. 순위를 겨루는 경쟁을 넘어 가족과 동료가 함께 바다를 찾고, 새로운 경험을 공유하는 축제의 장으로 자리매김하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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