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업계가 신규 회원 모집 못지않게 기존 고객을 붙잡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학력평가와 학습 진단처럼 장기간 이용할수록 쌓이는 학습 데이터를 제공하는가 하면, 전시·여행 할인과 회원 전용 행사 등 교육 밖 혜택까지 내놓고 있다.
한 번 가입한 회원이 다른 교육 서비스로 옮기지 않도록 만드는 이른바 ‘록인(lock-in·이탈 방지)’ 전략이다. 저출생으로 학령인구가 줄면서 신규 고객을 계속 늘리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이미 확보한 회원의 만족도를 높여 재등록과 장기 이용을 끌어내는 전략이 중요해졌다는 분석이다.
가장 눈에 띄는 방식은 ‘학습 데이터를 쌓아주는 서비스’다. 학생 입장에서는 오래 이용할수록 자신의 성적 변화와 학습 습관을 한눈에 볼 수 있고, 교육기업은 자연스럽게 장기 이용을 유도할 수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영어교육 전문기업 윤선생은 2021년 9월부터 매년 두 차례 온라인 영어실력 평가시험 ‘윤선생 학력평가(YSAT)’를 실시하고 있다. 윤선생으로 학습 중인 회원이면 누구나 파닉스·어휘, 듣기·말하기, 읽기·쓰기 영역을 종합적으로 점검할 수 있다.
특히 전국 단위 시험이라는 점을 활용해 응시자에게 같은 학년 대비 백분위와 성적 분포, 영역별 강점과 약점, 이전 시험 대비 실력 변화 등을 담은 결과 리포트를 제공한다. 한 번의 시험 점수보다 학습 기간이 길어질수록 누적되는 변화 추이를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
윤선생은 오는 9월 제11회 학력평가를 실시한다. 이달 31일까지 사전 접수를 받고, 시험은 9월 1일부터 8일까지 진행한다.
메가스터디교육의 초등 온라인 학습 브랜드 엘리하이도 초등학교 3~6학년 회원을 대상으로 ‘학습 역량 검사’를 운영한다.
검사는 학습 태도와 습관, 전략, 스트레스 등 네 가지 요소를 분석해 ‘슈퍼 호랑이’, ‘하품하는 부엉이’, ‘신중한 거북이’ 등 8개 유형으로 학습 성향을 분류한다. 정답을 맞히는 시험보다는 학생별 공부 습관과 적합한 학습 방법을 찾는 데 초점을 맞췄다. 회원 전용 학습기기인 프라임탭에서 이용할 수 있다.
웅진씽크빅도 기존 회원이 계속 이용할 수 있는 별도 학습 콘텐츠를 두고 있다. 씽크빅 학습 회원에게 학교 시험 대비 과정과 최신 유형 문제를 제공하고, 온라인 회원을 포함한 씽크빅 회원은 한자 8급부터 4급까지 급수별 배정 한자와 예상문제를 이용할 수 있다. 회사 홈페이지는 이를 ‘학습 회원 전용 서비스’로 안내하고 있다.
웅진씽크빅의 회원제 전략은 개별 과목을 넘어 독서와 종합 학습까지 연결된다. 웅진북클럽은 독서 멤버십을 기반으로 디지털 콘텐츠와 도서·전집을 묶고, 웅진스마트올은 전 과목 학습을 하나의 기기에서 제공한다. 회사는 현재 학습지와 독서 서비스에서 AI 맞춤형 종합학습까지 회원제 서비스를 확장하고 있다.
회원 혜택은 학습 콘텐츠 밖으로도 넓어지고 있다. 교육 서비스를 이용하는 학생뿐 아니라 비용을 지불하는 학부모까지 만족시키려는 전략이다.
대교는 자사 교육 서비스 이용 고객을 대상으로 오는 12월 31일까지 ‘스튜디오 지브리展 in Jeju’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눈높이와 써밋, 솔루니, 차이홍, 브레인 트레이닝, 내일의 학습 브랜드 이용자 본인이나 자녀가 대상이다. 오프라인 매표소에서 현장 구매할 경우 하루 한 차례, 1인당 2매까지 20% 할인받을 수 있다.
전시는 지난 7월 11일 제주동화마을에서 문을 열었다. 약 3100㎡ 규모 공간에 ‘이웃집 토토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천공의 성 라퓨타’ 등 스튜디오 지브리 작품 속 장면을 체험형 공간으로 구현했다. 대원미디어가 주최·주관하고 대교가 공동 주최사로 참여했다.
대교는 아예 회원 전용 팬 행사를 결합한 상품도 선보였다. ‘대교 써밋 스타런’ 회원 가운데 추첨을 통해 선발된 학생을 대상으로 올 하반기 그룹 TWS 팬미팅을 열 예정이다. 스타런은 기존 대교 써밋에 추가 요금을 내고 이용하는 프로그램으로, 회사는 중도 해지 시 응원 상품과 이벤트 참여 등 일부 혜택이 제한될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
교원도 구몬학습 회원을 그룹 내 여행 서비스와 연결했다. 구몬학습 회원이 교원그룹 여행 브랜드 ‘여행이지’에서 패키지 상품을 예약한 뒤 요청사항에 회원번호를 남기면 결제 금액에 따라 최대 20만원을 할인받을 수 있도록 했다.
엠베스트는 입시 정보 자체를 회원 혜택으로 활용한다. 특목반 회원을 대상으로 오는 9월 4일 ‘특목고·자사고 진학 로드맵’ 강연회를 연다. 특목반을 수강하는 학생이나 해당 회원의 학부모는 별도 사전 신청 없이 당일 안내되는 알림톡을 통해 참여할 수 있다.
기존 고객에게 혜택을 주는 동시에 이들을 신규 회원 모집 창구로 활용하는 방식도 확산하고 있다.
아이스크림에듀의 ‘아이스크림 홈런’은 정회원이 지인이나 형제를 소개하면 기존 회원과 신규 고객 양쪽에 혜택을 주는 추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홈런 정회원의 소개를 받은 지인이 정회원으로 가입하면 소개한 회원과 소개받은 회원 모두에게 신세계 상품권 3만원을 지급한다. 특히 정회원의 형제가 추가 가입할 경우 학습비를 20% 할인해준다. 단순히 한 명의 학생을 붙잡는 데 그치지 않고 형제·자매까지 같은 브랜드로 묶는 구조다.
천재교과서의 밀크T 역시 형제·자매가 추가로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학습비를 10% 할인한다. 정학습생에게는 학년별 담임교사의 주 1회 전화·화상 관리와 학부모 전용 애플리케이션 ‘T SPOON’을 제공해 실시간 학습 현황도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교육업계의 회원 관리가 단순한 사은품 제공에서 학습 기록과 진단, 입시 정보, 가족 할인, 문화생활까지 넓어지고 있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학령인구 감소가 이어질수록 이런 움직임이 더 강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신규 고객 한 명을 확보하기 위해 광고비와 판촉비를 계속 투입하는 것보다 기존 회원이 서비스 안에서 더 오래 머물도록 만들고, 형제·자매나 지인까지 유입시키는 편이 효율적일 수 있어서다.
특히 교육 서비스는 학생의 진도와 성적, 학습 습관 등 이용 기간이 길수록 데이터가 축적되는 특성이 있다. 여기에 회원만 받을 수 있는 시험·상담·입시 정보와 생활 혜택까지 더해지면 다른 서비스로 이동할 때 포기해야 하는 혜택도 그만큼 커진다.
교육기업들이 이제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뿐 아니라 ‘회원으로 남아 있을 때 무엇을 더 얻을 수 있는가’를 경쟁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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