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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왜’ 엔화를 샀을까... ‘빚 더미’ 미국과 ‘헤어질 결심’ [김범수의 세상만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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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수 기자 swa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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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부채 ‘40조달러 시대’…이자만 1조 달러
빚을 더 찍을수록 비싸지는 빚
엔화 지키려 미 국채 ‘던질각’ 보는 일본
채권시장에서 드러난 美 동맹의 우선순위

미국 부채가 ‘40조 달러’를 넘어섰습니다. 원화로 환산하면 무려 5경5645조원이죠. ‘경(京)’이라는 부채 규모는 미국이 아니고서야 볼 수 없는 단위일 겁니다.

 

미국의 부채가 5경이든, 5해든 무슨 상관이냐고요? 미국의 부채는 비단 미국만의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부채는 전세계 채권과 기준금리, 그리고 환율과 연동이 돼 있죠.

 

이 때문에 미국의 늘어난 부채가 다른 나라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될 지, 왜 미국은 일본의 엔화를 적극적으로 사주는지 하나씩 보도록 하겠습니다.

 

◆美 국방비보다 많아진 ‘이자 청구서’…비싸지는 빚

 

28일 미 재무부에 따르면 미국의 누적 국가부채는 18일 기준 40조470억 달러로 집계됐습니다. 미국의 부채는 빠르게 증가했습니다. 미국 국가부채는 2022년 1월 30조 달러를 넘어섰고, 4년7개월만에 40조 달러를 돌파했죠. 유례없는 상승이라고 할 수 있죠.

 

미국 국채는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자산입니다. 설령 지구상에서 다른 모든 나라가 망해도, 미국이 망할 것 같지는 않으니 미국 국채는 안전한 자산의 상징이죠. 일각에서는 금이나 미국 화폐인 달러보다 안전하다는 평가가 있을 정도죠.

 

하지만 국채가 안전하다는 말은 ‘꼬박꼬박’ 이자가 지급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물론 위험한 국가채권보다 이자율은 낮게 책정되지만요.

 

문제는 이자율이 낮아도 누적 국가채무가 커지면 이자비용도 천문학적으로 늘어나게 됩니다. 2026회계연도 종료를 두 달가량 앞둔 현재 미 정부의 누적 이자 비용은 1조1700억 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15% 증가했습니다. 이는 미 연방정부 예산에서 세 번째로 큰 지출 항목이자, 올해 미국 국방비 예산인 1조달러보다 높은 액수죠.

 

수 많은 항공모함 전단과 외계인에게 써먹을법한 전투기를 운용하는 국방비 예산보다 이자비용이 더 많은 셈입니다. 그만큼 ‘빚’에 있어서 ‘이자’는 무시무시하죠.

 

이자비용을 감당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정석적으로 말하면 수출이나 국내 세수로 벌어들이는 돈을 남겨서 부채를 줄이는 방법입니다. 개인이 절약해 빚을 줄이는 것과 같죠. 하지만 개인도 국가도 절약은 어렵고, 지출은 쉬운 법입니다. 절약하는 법보다 더 쉬운 방법은 무엇일까요. 바로 빚을 내서 이자 비용을 내는 방법입니다.

 

빚을 내서 빚을 갚는다. 평범한 사람이 이 같은 선택을 하면 빚이 순식간에 눈덩이처럼 불어나 막대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게 되면서 바로 ‘한강 엔딩’ 입니다. 하지만 미국이라는 국가는 다릅니다. 금보다 ‘안전한’ 채권을 마구 찍어낼 수 있기 때문에, 무한정으로 돈을 빌릴 수 있죠. 국채를 찍어내도 사주는 사람이나 국가는 충분하거든요. 이런 점은 미국이 부럽습니다.

 

스타크래프트 게임으로 치면 ‘쇼미더머니’ 치트키를 남발할 수 있는 미국도 빚이 40조달러 정도가 되면 쉽지 않게 됩니다. 바로 국채를 무한정 찍어내면 채권금리가 상승하기 때문이죠. 또한 채권금리 상승은 기준금리와 환율에도 큰 영향을 주게 됩니다.

 

쉽게 설명하겠습니다. 예를 들어 매년 4%의 이자를 주는 100달러짜리 채권이 있다고 가정해보죠. 이 100달러짜리 채권이 갑자기 많아지면 채권의 가격이 내려가게 됩니다. 채권도 결국 공급과 수요의 법칙을 따라가기 때문이죠.

 

채권 가격이 100달러에서 90달러로 낮아졌다고 치면, 이 채권의 수익률은 올라가게 됩니다. 90달러를 주고 산 액면상 100달러짜리 채권이기 때문에 4%에 해당하는 4달러(수익률 4.44%)를 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즉, 채권가격 하락이 곧 금리상승으로 이어지는 이유죠.

 

◆미국은 왜 일본 엔화를 사들이는 걸 ‘공개’했을까

 

채권가격이 하락하게 되면 누가 가장 불리해질까요? 당연히 앞서 100달러를 주고 샀던 채권보유자들 입니다. 먼저 미국 국채를 산 사람에게 있어서 미국의 국채 발행 증가는 매도 신호입니다. 그리고 현재 세계 최대 미 국채 보유국은 일본입니다.

 

미 재무부에 따르면 올해 6월말 외국인이 보유한 미 국채규모는 9조2990억 달러로, 이 중 일본의 보유액은 1조1160억 달러입니다. 한 때 중국이 미 국채 보유국가 1위였지만, 꾸준히 감소해 일본이 1위로 등극했죠.

 

게다가 일본의 급락한 엔화 가치도 미국 채권의 매도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28일 기준 원-엔 환율은 100엔당 860원입니다. 일본 여행 가기 좋을 환율이죠. 달러당 엔화는 160엔 대입니다. 엔화 가치가 떨어지면 외국인 입장에선 좋습니다. 엔을 빌려서 다른 곳에 투자해 이익을 남기는 ‘엔 캐리 트레이드’가 요즘 유행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일본 국민의 입장에선 물가 인상으로 인한 생활비 부담이 커집니다. 특히 일본처럼 에너지와 원자재 상당 부분을 해외에서 수입하는 국가일수록 ‘환 방어’가 중요합니다. 기시감이 드는 이유는 한국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죠.

 

일본 정부 입장에선 정권 유지 차원에서라도 엔화 약세를 마냥 지켜볼 수 없습니다. 엔화의 가치를 빠르게 올리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바로 일본 정부가 가지고 있는 미국 채권을 팔고, 엔화를 사면 ‘수요와 공급 법칙’으로 엔화 가치가 올라가죠. 이 때문에 최근 일본은 미국 채권을 ‘던질 각’을 보고 있는 것이죠.

 

스콧 베선트 미 재무부장관과 엔화를 매수할 것을 지시한 내용의 메모. 로이터연합뉴스
스콧 베선트 미 재무부장관과 엔화를 매수할 것을 지시한 내용의 메모. 로이터연합뉴스

하지만 일본 정부가 미국 채권을 쉽게 팔긴 어렵습니다. “아니, 채권을 쉽게 팔지 못하면 그게 채권인가요”라는 의문이 생길수도 있습니다. 네, 그게 미국과 일본의 특수관계 때문이기도 합니다. 미국의 입장에선 일본이 대량으로 채권을 판매하면 곤란에 빠집니다.

 

일본이 대량으로 채권을 판매한다는 건 시중에 미국 채권이 많이 풀린다는 뜻이기도 하고, 이는 미국 채권가격의 하락과, 채권금리 인상으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안 그래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금리를 낮추라고 연방준비제도(Fed)를 압박하는 상황에서, 일본마저 미국 채권을 던진다면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죠.

 

이 때문에 바로 이 지점에서 미 재무부의 개입이 나온 겁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지난달 31일 열린 각료회의에서 메모장의 ‘할 일 목록’에 “엔화 50억~100억 달러 매수”라고 적었습니다. 사진이 찍히고 있는 마당에 엔화 매수 지시가 적힌 메모장이라니, 다분히 의도적인 냄새가 나죠.

 

또한 베선트 장관은 얼마전에도 최소 40억 달러 규모의 미국 국채를 다시 되사는 ‘바이백’을 추진한다고 밝혔습니다. 미 재부무가 채권에 직접 개입하는 건 전 세계 채권국을 향해 ‘미국 채권을 팔지 말아라’고 신호를 보내는 것이죠. 이 점은 미국이 채권에 대해 얼마나 신경 쓰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유럽과 ‘헤어질 결심(?)’

 

하지만 100억 달러 규모의 엔화 매수나, 40억 달러 규모의 바이백도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닙니다. 일단 미국 채권 규모는 40조 달러, 그 중 외국인이 보유한 채권만 9조달러가 넘어가죠. 이 숫자 앞에서 40억 달러나 100억 달러는 ‘백사장의 모래’에 불과합니다.

 

게다가 미국은 엔화를 매수할 자금을 마련하는데도 ‘비상식적인’ 방법을 동원했습니다. 바로 이달 초 유로 채권을 대량으로 팔아 치운 돈으로 엔화를 산 것이죠. 엔화를 매수할 달러를 찍어내거나 채권을 발행하기보다 그 점이 효과적이라고 판단한 것 같죠.

 

유럽의 중앙은행인 ECB는 극렬히 반발했습니다. 유럽은 왜 반대했을까요? 바로 미국이 ‘사전통보’ 없이 유로 채권을 대량으로 매도했기 때문입니다. 통상적으로 다른 나라의 채권을 대량 매도하면 외교적인 과정(?)이 필요합니다. 앞서 말한 것 처럼 특정 국가의 채권이 대거 풀리면 그 나라의 경제가 휘청거릴 수 있기 때문이죠.

 

가뜩이나 유럽연합 역시 주요국가의 채권이 늘어나면서 미국과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인데, 미국이 가지고 있는 유로 채권이 시중에 풀리면 상황은 더 나빠지게 됩니다. 가뜩이나 엔화라는 다른 나라 돈을 구입하는데, 자국의 돈이 아닌 타국의 돈을 사용한 것 자체도 흔치 않은 일이죠.

 

채권 트레이딩 역사상 합의나 통보 없이 일방적으로 다른 나라의 채권을 대거 팔아 치우고, 그 돈으로 환율이나 채권 안정으로 쓰인 사례가 극히 드물긴 합니다.

 

이 점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동맹국을 바라보는 태도를 알 수 있습니다. 20세기만 해도 미국의 가장 중요한 동맹은 유럽이었습니다. 당장 소련이라는 위협으로부터 지켜야 할 지역이 유럽이기도 했으니깐요.

 

하지만 이제 미국은 유럽과 ‘헤어질 결심’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번 미국 행정부의 방향은 유럽보다 일본이었습니다. 미국과 일본의 특수한 관계는 이해합니다. 미국은 태평양 방어선에서 일본을 제외하고 갈 수 없고, 일본 역시 미국 없이 갈 수 없는 국가이기 때문이죠.

 

게다가 일본 입장에선 역사적으로 자국을 점령한 처음(?)이자 마지막인 나라가 미국이기에 심리적 요인도 작용할 수도 있겠네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더글라스 맥아더 미군 원수를 ‘푸른 눈의 쇼군’으로 모시기도 했으니깐요.

 

아니면 일각에서 우스갯소리로 말하는 한방에 미국 부채를 해결하는 방법이 현실화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항상 상식보다는 참신한(?) 방법을 추구하는 ‘파천황(破天荒)’ 행보를 보였으니깐요. 그 ‘한방’은 바로 1조 달러짜리 동전을 40개 찍어낸 뒤 지급하는것 입니다. 물론 그 1조 달러짜리 동전은 쓸 수가 없게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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