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절차적 완결성 충분히 갖추지 못해”
曺 대법원장 사퇴 압박 동참한 것 아닌가
이재명 대통령은 28일 조희대 대법원장이 새 대법관으로 임명을 제청한 손봉기 후보자(대구지법 부장판사)의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지 않기로 했다. 함께 제청이 이뤄진 김성수 후보자(서울고법 부장판사)는 이날 임명동의안이 국회로 송부됐다. 김 후보자는 청와대와 대법원 간에 사전 협의가 충분히 이뤄진 반면 손 후보자의 경우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 청와대가 밝힌 사유다. 대통령이 대법원장의 대법관 임명 제청을 반려한 것은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다. 조 대법원장은 이날 퇴근길에 “심려를 끼쳐 국민께 죄송하다”며 “내주에 공식 입장을 낼 것”이라고만 밝혔다. 일각에선 조 대법원장이 이 대통령을 상대로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것이란 관측까지 나온다. 어떠한 경우에도 대법원과 청와대의 정면 충돌은 벌어져선 안 될 일이다.
헌법 104조 2항은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규정했다. 얼핏 대법원장의 제청권과 대통령의 임명권은 서로 별개의 권한인 것처럼 보인다. 다만 국회에 임명 동의를 요구하는 주체는 대통령인 만큼 대법원장과 대통령이 사전에 직접 만나 긴밀한 협의를 거친 끝에 대법관 후보자를 최종 낙점해 온 것이 오랜 관행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조 대법원장은 이 대통령과 대면하는 절차를 생략한 채 서면으로 제청해 논란이 일었다. 법원행정처는 “(대통령과) 만날 기회가 없어 (청와대) 민정수석과 서면 제청에 합의했다”고 해명했다. 애초 이 대통령과 조 대법원장이 머리를 맞대고 솔직하게 의견을 나눴다면 굳이 이런 상황까지 오지도 않았을 것이란 점에서 아쉬움을 금할 길 없다.
강유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조 대법원장이) 실질적 협의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손 후보자를 일방적으로 서면 제청했다”며 “이번 제청은 절차적 완결성을 충분히 갖추지 못했다”고 했다. 조 대법원장이 임명을 제청한 대법관 후보자는 손 후보자와 김 후보자 2명이다. 둘 다 서면으로 제청이 이뤄졌는데 그중 한 사람은 ‘일방적’이라고 거부하면서 다른 한 사람은 인선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청와대가 원하는 대법관 후보자가 사실상 정해진 가운데 거기에 부응하면 ‘통과’이고 그렇지 않으면 ‘불가’라는 것은 아닌지 의문스럽다. 세간에는 이 대통령이 손 후보자 말고 김민기 서울고법 고법판사의 대법원 입성을 바란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청와대의 명확한 설명이 필요한 대목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정부 시절 취임한 조 대법원장을 겨냥해 연일 자진 사퇴를 종용하고 있다. 조 대법원장의 대법관 임명 제청에 대한 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이 같은 움직임에 청와대도 가세한 것으로 해석되기에 충분하다. 여대야소 정국 아래에서 입법부의 전폭적 지원을 받고 있는 이 대통령이 이제 사법부 최고위직 인사마저 주도권을 틀어쥐겠다는 의도로 읽힐 가능성이 농후하다. 앞서 이 대통령이 기소된 여러 형사 사건들 재판은 현 정부 임기 종료 이후로 미뤄진 상태다. 이 대통령이 대법관 인선에 깊이 관여하면 할수록 ‘사법 리스크’ 방어를 위해 미리 대법원에 ‘우군’을 심어두려 한다는 오해를 살 수 있다. 오이밭에서 신발끈 고쳐 매는 우를 범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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