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상현호’가 이번 대표팀 시즌에서 가장 중요한 대회로 여겨졌던 2026 아시아선수권에서 8강 탈락이라는 고배를 마셨다. 이번 아시아선수권이 중요한 대회였던 건, 우승하면 2028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 직행 티켓, 3위 안에 들면 2027 국제배구연맹(FIVB) 월드컵 출전권이 주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8강에서 탈락하면서 둘 다 ‘그림의 떡’이 되고 말았다.
차상현 감독이 이끄는 여자배구 대표팀은 지난 27일 중국 톈진 올림픽센터 체육관에서 열린 2026 아시아여자배구선수권 8강전에서 태국에 0-3으로 완패했다.
차상현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이래 다소 나아지긴 했으나 여전히 한국 여자배구의 경쟁력이 세계 무대는 물론 아시아 무대에서도 떨어진다는 것을 확인한 대회였다. V리그에서 대부분의 팀들이 아포짓 스파이커 자리는 외국인 선수에게 맡기는 것의 구조적 한계가 드러났다. 나현수가 아포짓 스파이커로서 조별 예선 때는 괜찮은 모습을 보여주긴 했으나 일본이나 태국 등 한 수 위 전력의 국가들과 맞붙을 땐 주공격수 다운 역할을 보여주지 못했다.
게다가 차상현 감독이 제천에서의 평가전에서도 아쉬움을 표했던 후위 공격 옵션도 이번 대회에서도 그리 나아진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V리그에서 외국인 선수들이 후위 공격을 도맡다 보니 국내 선수들은 상대적으로 후위 공격에 대해 소홀할 수밖에 없었다. 대부분의 공격이 전위 공격에 그치다보니 상대 블로킹들도 대처하기 쉬운 상황이다.
이제 솔직해질 시간이다. 이번 아시아선수권 우승을 기대하긴 어려웠다. VNL에서도 강세를 보이는 일본을 비롯해 중국이나 태국까지 넘어서긴 힘든 게 사실이었다. 3위 안에 들어서 월드컵 출전권을 따내는 게 현실적인 목표였지만, 그마저도 이뤄내지 못했다.
물론 내년 월드컵 출전 자체가 좌절된 건 아니다. 내년 월드컵 출전권은 개최국인 미국과 캐나다, 디펜딩 챔피언인 이탈리아에 각 대륙별 선수권 대회 1~3위까지 주어지고, 남은 자리는 올해 국제대회를 마친 시점에서 개최국과 전 대회 우승팀, 대륙별 1~3위 팀을 제외한 FIVB 랭킹 상위 14개 팀에게 주어진다.
이제 한국에게 FIVB 랭킹을 끌어올릴 방법은 남아있지 않다. 다음달 열리는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은 FIVB 랭킹 포인트를 획득할 수 있는 대회가 아니다. 한국의 2026 국제대회 시즌 최종 랭킹 포인트는 태국전 패배로 7.25점이 깎여 142.73점이 됐다. 28일 기준으로 랭킹은 28위다.
이제 차상현호가 바랄 수 있는 건 각 대륙별 선수권에서 우리보다 FIVB 랭킹이 높은 팀들이 최대한 1~3위를 차지해야 한다. 그래야만 나머지 FIVB 랭킹 상위 14개팀에게 주어지는 월드컵 출전권을 확보할 수 있는 확률이 올라간다.
현재 월드컵 출전이 확정된 개최국 미국과 캐나다는 FIVB 랭킹이 4위와 8위로 우리보다 높고, 디펜딩 챔피언 이탈리아는 1위다. 여기에 북미선수권을 통해 도미니카 공화국과 푸에르토리코, 쿠바도 월드컵 출전권을 따냈는데, 이들의 랭킹은 16위, 26위, 25위로 우리보다 높다.
여기에 아시아선수권에서도 우리보다 랭킹이 높은 일본과 중국, 태국이 이변 없이 월드컵 출전권을 확보해준다면 한국에겐 유리한 상황이 된다.
남아메리카도 다음달부터 대륙별 선수권대회를 치르는 데 FIVB 랭킹 2위인 브라질을 비롯해 한국보다 FIVB 랭킹이 높은 20위 아르헨티나, 21위의 콜롬비아가 1~3위를 차지해주는 게 한국에겐 베스트 시나리오다.
배구 강국이 몰려 있는 유럽은 변수가 가장 적다. 한국보다 FIVB 랭킹이 높은 나라들이 많은 만큼, 그들 중에 1~3위팀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아프리카는 한국보다 FIVB 랭킹이 높은 나라가 22위의 케냐밖에 없다. 케냐가 1~3위 중 하나를 차지하게 되면 한국의 월드컵 출전권 획득 시나리오에는 큰 지장을 주지 않는다.
자력으로 월드컵 출전권을 얻지 못하고 다른 나라들의 대륙별 대회 결과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에 몰린 게 아쉽긴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이렇게라도 월드컵 출전권을 얻어 세계 최정상급 대회 출전을 통해 국제대회 경험을 쌓는 게 중요하다. 과연 차상현 감독이 이끄는 여자 대표팀은 월드컵 출전권을 따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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