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인 폭우가 할퀴고 간 경남 거제와 통영에 유통업계의 구호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현금 기부에 그치지 않고 두유와 햇반, 라면, 생수, 버거 등 각 기업이 보유한 주력 제품을 피해 현장에 곧바로 보내는 ‘현장형 지원’이 두드러진다.
특히 대피 생활을 이어가는 이재민뿐 아니라 장시간 복구 작업에 투입된 구조대원과 자원봉사자까지 지원 대상이 넓어지면서 별도의 조리 없이 바로 먹거나 마실 수 있는 제품이 구호품의 중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한미그룹도 여기에 힘을 보탰다. 한미사이언스는 집중호우 피해를 입은 경남 거제시와 통영시 주민과 복구 인력을 위해 식물성 단백질 음료 ‘완전두유 검은콩 검은참깨 고칼슘’ 1만5000여개를 전달했다.
대피 생활과 복구 작업 과정에서 간편하게 영양을 보충할 수 있는 제품을 중심으로 지원 품목을 정했다. 한미그룹은 지난해 7월 전국 집중호우 피해 지역에도 ‘완전두유’와 에너지드링크 ‘프리미엄레시피’ 등을 지원한 바 있다.
CJ제일제당도 거제·통영 침수 피해 지역에 햇반과 햇반솥반, 비비고 국물요리, 스팸, 맛밤 등 가정간편식과 간식류 3000여개를 지원하기로 했다. 전국재해구호협회와 협의해 피해 지역 지자체에 전달한다. CJ제일제당은 2019년 행정안전부, 전국재해구호협회와 ‘긴급 재해 구호협의체’를 구성한 뒤 산불과 집중호우 등 재난 발생 때마다 구호물품을 지원해왔다.
동서식품은 커피믹스와 커피음료, 식수음료, 시리얼바 등 총 1400박스를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전국푸드뱅크를 통해 전달한다. 이재민뿐 아니라 장시간 현장에 머무는 피해 복구 인력에게도 공급될 예정이다.
오뚜기는 거제 수해 지역에 컵라면과 컵밥 등 1000여개를 긴급 지원했다. 구호물품은 거제시실내체육관에 전달돼 이재민과 구조대원, 자원봉사자들의 식사 지원에 활용된다. 오뚜기는 지난해에도 산불 피해 지역에 1만여개, 집중호우 피해 지역에 4만여개의 컵라면과 컵밥 등을 지원했다.
농심은 라면과 백산수 등으로 구성한 ‘이머전시 푸드팩’ 1200세트를 경남 피해 지역에 보냈다. 농심은 2020년부터 재난·재해가 발생하거나 공적 지원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계층에게 즉시 먹을 수 있는 식품을 제공하는 이머전시 푸드팩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프랜차이즈와 편의점업계는 전국에 구축된 매장과 물류망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맘스터치는 거제 지역 7개 가맹점과 함께 수재민과 현장 자원봉사자들에게 싸이버거와 음료 세트 920인분을 지원한다. 지난 25일 거제장평초등학교와 연초면사무소에서 복구 작업 중인 자원봉사자들에게 230인분을 먼저 전달했으며, 28일까지 약 700인분을 추가 지원할 계획이다. 본사 일방 지원이 아니라 지역 가맹점이 함께 참여했다는 점도 특징이다.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은 자체 재난 긴급 구호 체계인 ‘BGF브릿지’를 가동했다. 경남 진주 물류센터에서 컵라면과 초코바, 이온음료 등 약 1000명분의 식음료를 거제시로 긴급 수송했다.
이마트24도 행정안전부·전국재해구호협회와 구축한 민관 협력 체계를 활용해 통영 지역 이재민에게 물과 음료 등 5000여개의 구호물품을 전달했다. 침수 피해를 본 가맹점에는 POS와 냉장고 등 영업에 필요한 장비를 우선 지원하고, 장기간 영업이 중단된 점포에는 상생지원금도 지급할 방침이다.
제빵업계도 동참했다. 상미당홀딩스 행복한재단은 대한적십자사와 함께 거제 지역에 빵 1000개와 생수 1000개 등 총 2000개의 구호물품을 지원했다. 지난해 집중호우 때도 충청·호남·경남·전라 지역에 빵과 생수 등 2만8000개를 전달했다.
최근 기업들의 재난 구호는 일회성 성금 기탁에서 한발 더 나아가는 모습이다. 식품기업은 즉석밥과 라면, 음료를 보내고 편의점은 물류망을 가동한다. 외식 프랜차이즈는 지역 가맹점에서 완제품을 만들어 현장에 곧바로 전달한다.
구호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을 얼마나 기부했느냐’뿐 아니라 피해 현장에서 당장 사용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이번 거제·통영 수해 지원에서도 별도의 조리시설이 없어도 먹을 수 있는 두유와 생수, 컵라면, 즉석밥, 버거 등이 집중적으로 공급된 배경이다.
업계 관계자는 “재난 직후에는 대피 주민과 복구 인력이 동시에 늘면서 식사와 식수, 생활필수품 수요가 급격히 커진다”며 “기업이 보유한 제품과 물류 인프라를 활용하면 필요한 물품을 빠르게 공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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