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쟁지역 교민 긴급 후송 등 긴박한 순간마다 빛을 발한 공군 다목적 공중급유기 ‘시그너스’(KC-330)가 이번엔 네팔에 투입된다. 네팔과 중국 티베트 일대를 덮친 대홍수와 산사태로 한국인 근로자 9명을 포함해 수백명이 실종된 가운데 각국 정부는 구조 인력과 장비를 현지로 급파하며 수색·구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는 27일 네팔 내 수색·구조 작업을 지원하기 위해 KC-330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구호 장비·물자 수송 등을 위해 시그너스를 지원하기로 결정했다”며 “일정 등 세부사항은 외교부와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소방당국이 구호물자와 구조장비의 현지 수송을 위해 대형 공중급유기 지원을 요청했고 군 당국은 카트만두 공항의 현지 상황 등을 검토한 뒤 투입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가 추진 중인 해외긴급구호대 파견이 확정되면 시그너스는 구조대원과 장비·물자를 네팔로 실어나르는 임무를 맡을 가능성이 크다. 해외긴급구호대 파견에는 네팔 정부의 동의가 필요한 만큼 외교부가 네팔 측과 관련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시그너스는 민간 여객기 에어버스 A330-200을 군용으로 개조한 대형기체. 공군이 2018년부터 4대를 운용하고 있다. 한 번에 300여명과 화물 47t을 수송할 수 있어 공중급유뿐 아니라 재외국민 후송과 해외 재난구호 작전에 잇달아 투입돼 왔다.
지난 3월 중동 전쟁 당시에는 현지에 고립된 교민을 구출하는 ‘사막의 빛’ 작전에 투입돼 211명을 수송했다. 2023년 2월 튀르키예 대지진 당시에도 110여명 규모의 대한민국 해외긴급구호대와 구조 장비를 현지로 실어날랐다.
이번 네팔 홍수에서는 수력발전소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한국인 9명의 생사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지난 26일 북부 라수와 지역을 덮친 홍수로 연락이 끊긴 인원은 두산에너빌리티 직원 6명과 한국남동발전 직원 3명이다.
두산에너빌리티와 남동발전은 이날 현장 대응팀을 긴급 파견했다. 두산에너빌리티에서는 정연인 대표이사 부회장을 포함한 7∼8명이, 남동발전에서는 윤장현 신성장본부장을 포함한 6명이 인천공항을 출발했다. 홍콩을 거쳐 현지시간 27일 오후 9시40분쯤 카트만두에 도착할 예정이다.
정 부회장은 출국 전 “현재 관계 당국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며 “연락이 닿지 않는 직원들 구조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윤 본부장도 “직원들이 무사히 귀환할 수 있도록 현장 수색과 상황 파악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사고 당시 인근에 고립됐던 두산에너빌리티 한국인 직원 10명 가운데 9명은 이날 네팔군 헬기로 안전지대로 옮겨졌다. 다만 현장소장 1명은 함께 근무한 네팔인 직원들의 안전을 끝까지 확인하겠다며 현장에 남았다. 현재 현장소장과 네팔인 직원 16명이 피해지역에 남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두산에너빌리티 수력발전소 건설 현장에는 한국인 21명이 근무해왔다. 사고 당시 5명은 휴가 중이었고 10명은 비교적 안전한 지역에 있었다. 나머지 6명과 남동발전 직원 3명 등 모두 9명의 연락이 두절된 상태다.
이들이 일하던 어퍼트리슐리(UT)-1 수력발전소 건설 현장도 큰 피해를 봤다. 카트만두에서 북서쪽으로 약 70㎞ 떨어진 트리슐리강에 짓고 있는 216㎿ 규모 발전소로 올해 말 준공과 상업운전 개시를 목표로 하고 있었다. 이번 홍수로 상부 시설과 베이스캠프 등이 사실상 유실된 것으로 전해졌다.
네팔 전체 피해도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네팔 당국의 잠정 집계에 따르면 26일 북부 바그마티주 일대를 덮친 홍수로 실종된 사람은 823명에 달하며 이 가운데 외국인이 33개국 517명으로 파악됐다. 실종자 중 73명은 트리슐리강 발전소 건설 프로젝트에 종사하던 인원으로 집계됐다. 피해지역은 힌두교 성지인 카일라스 순례길과 산악 등반 경로가 겹치는 곳이어서 여름철 외국인 순례객과 관광객 피해가 컸다.
세계 각국은 자국민 구조를 위해 긴급 대응에 나섰다. 인접국인 인도는 네팔에서 자국민 최소 288명이 실종된 것으로 파악하고 식량과 의약품, 텐트, 담요, 굴착 장비 등 47.5t 규모의 구호물자를 보냈다. 중국도 네팔에서 자국민 100명 가까이가 실종된 것으로 보고 네팔 당국과 공동 수색에 나섰다.
미국은 자국민 최소 65명이 실종된 것으로 집계되자 재난 지원 대응단을 현지에 보내고 50만달러를 지원하기로 했다. 영국도 자국민 최소 33명이 실종된 가운데 500만파운드 규모의 지원과 긴급 구조대 파견을 네팔 측에 제안했다. 말레이시아와 우크라이나, 호주, 캐나다 등도 자국민 실종자 확인과 구조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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