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아 보건사회硏 연구위원
“기회 줄어든 청년, 실패 반복 땐 위험
참여소득 등 생애주기 대책 마련해야” 끝>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노동시장 충격이 사회적 고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특히 노동시장에 새로 진입하는 청년들은 더 그렇죠.”
김성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사회보장정책연구실 연구위원은 청년 고립이 앞으로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근거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전 세계적인 개인화이며, 두 번째는 AI가 가져온 노동시장 변화다. 그는 고립·은둔 청년 정책을 5년가량 연구해 온 전문가다. 2023년 보건복지부와 보사연이 실시한 ‘고립·은둔 청년 실태조사’의 연구책임자이기도 하다. 김 연구위원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해 발간한 ‘외로움에서 사회적 연결로’라는 보고서를 언급하며, 사회적 고립이 중요한 공중보건 위기라는 점을 강조했다. 세계적 추세에 더해 최근 청년실업난은 암울한 전망을 더 키운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15~29세 청년 고용률은 2024년 5월부터 지난달까지 27개월 연속 전년 동월보다 하락했다.
김 연구위원은 “일자리를 얻지 못하면 청년에게는 ‘한 사람 몫을 하지 못했다’는 큰 실패 경험으로 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27일 보사연의 ‘2023년 고립·은둔 청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고립·은둔 청년의 75.4%가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김 연구위원은 이 결과를 단순한 극단적 선택의 위험을 넘어 사회를 향한 ‘구조 요청’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고립된 청년들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 기능하지 못한다는 ‘무쓸모감’을 경험한다”며 “그런데도 그들이 조사에 참여해 자신의 목소리를 냈다는 것은 현재 상태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변화의 욕구가 있다는 뜻”이라며 “아무도 모르게 사라지는 대신 평범한 한 사람의 삶을 회복할 수 있도록 국가가 도와 달라는 요청”이라고 말했다.
본지 분석에 드러났듯, 가족이나 지인과 함께 산다고 해서 고립 안전지대에 있는 것도 아니다. 2023년 고립·은둔 청년 실태조사에서 가족·지인 등과 함께 사는 응답자는 69.9%에 달했다. 김 연구위원은 “함께 살아도 대화가 통하지 않거나 폭력적인 관계라면 기댈 수 있는 지지체계라고 하기 어렵다”고 짚었다.
고립 해법의 수단으로 AI는 양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초기에 고립을 벗어나는 단계에서는 AI가 도움을 줄 수 있지만, 결국 사람은 사람과 연결되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그는 “실태조사 당시 만나본 고립·은둔 청년들도 때로는 다투고 화해하는 ‘진짜 관계’를 원했다”고 전했다.
김 연구위원은 정부가 검토 중인 청년 참여소득을 정교하게 설계하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장기간 은둔한 청년은 이력서의 공백과 부족한 사회 경험 때문에 곧바로 일반 취업시장에 진입하기 어렵다. 사회 활동에 참여한 대가로 일정 소득을 지급하면, 일터로 나가는 ‘중간 다리’가 놓일 수 있는 셈이다.
향후 대책은 생애 단계별 특성을 반영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동기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청년기로, 청년기 고립이 해소되지 않으면 중장년기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김 연구위원은 정부가 개별 사업을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정책과 정책이 연결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복지부 청년미래센터의 지원이 고용노동부의 국민취업지원제도나 직업훈련 등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지원을 받은 사람이 지역에서 누구와 연결되는지, 고립·은둔 청년 지원이 고용과 복지 정책으로 어떻게 이어지는지 살펴야 한다”며 “고립을 경험한 청년들이 동료 활동가로 성장해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기 시작하면, ‘고립의 시대’를 거스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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