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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만명 몰리자 골목도 웃었다”…기업이 키우는 ‘축제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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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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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무더위가 절정에 달한 8월, 전국 곳곳이 축제 열기로 달아오르고 있다. 지역의 먹거리와 문화에 각종 브랜드가 결합하면서 기업의 지역축제 참여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하이트진로 제공
하이트진로 제공    

과거 행사장에 제품을 공급하거나 후원금을 내는 수준이었다면 최근에는 지역에서 생산한 술을 현장에서 판매하고, 주변 음식점과 공동 프로모션을 벌이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관광객을 끌어들인 뒤 소비를 지역 상권으로 확산시키는 구조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가 전북 전주와 강원 홍천에서 펼친 지역축제 마케팅이 대표적이다. 전주의 '가맥'과 홍천의 맥주 생산공장이라는 지역 자산을 테라와 결합했다. 국순당은 본사가 자리 잡은 강원 횡성의 한우축제에 참여하고 있고, 부산 향토기업 대선주조는 부산불꽃축제와 부산국제록페스티벌 등 지역 대표 행사를 장기간 지원하고 있다.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전북대학교 복합경기장에서 열린 '2026 전주가맥축제'에는 3일 동안 약 12만6000명이 방문했다. 역대 최다 규모다.

 

전주가맥축제는 동네 가게에서 맥주와 황태포, 갑오징어, 계란말이 등을 함께 먹는 전주 고유의 '가맥' 문화를 축제로 만든 행사다. 하이트진로는 첫 행사가 열린 2015년부터 12년째 특별 후원사로 참여하고 있다.

 

차별점은 맥주 자체를 '지역에서만 가능한 경험'으로 만들었다는 데 있다. 하이트진로 전주공장에서 당일 생산한 테라를 곧바로 행사장으로 공급한다. 전주시는 이를 '오늘 만든 맥주 오늘 마신다'는 축제의 핵심 콘텐츠로 내세우고 있다.

 

올해는 얼음으로 채운 '맥주 연못'에서 테라를 꺼내 판매하고 테라 스파클링, 무알코올 테라 제로 등으로 선택지를 넓혔다. 쏘맥자격증 발급과 타투 이벤트, 불꽃놀이, DJ 클럽파티 등 체험 요소도 더했다.

 

지역 참여도 축제 안으로 끌어들였다. 전주지역 가맥집과 일반 주점 20곳이 참여했고, 지역 대학생 중심의 자원봉사단 '가맥지기'도 운영에 힘을 보탰다. 전주시는 올해 가맥지기 발대식에 자원봉사자 330명이 참석했다고 밝혔다.

 

주목할 부분은 행사장 밖이다. 하이트진로는 전북대학교 상인회와 손잡고 주변 카페와 음식점 약 60곳을 공식 파트너 매장으로 지정했다. 전북대 상인회에 따르면 축제 기간 이들 매장의 손님은 평소보다 약 2배 증가했다. 기업의 축제 참여가 제품 판매에서 끝나지 않고 주변 상권 매출로 연결된 셈이다.

 

강원 홍천에서도 비슷한 전략이 적용됐다.

 

지난 5일부터 9일까지 도시산림공원 토리숲 일대에서 열린 '제10회 홍천강 별빛음악 맥주축제'에는 약 8만명이 찾았다.

 

홍천에는 하이트진로 강원공장이 있다. 올해 축제에서는 이 공장에서 생산한 테라 생맥주가 공급됐다. 지역 수제맥주 업체 제품과 각종 지역 먹거리도 함께 판매됐다. 한국관광공사도 하이트진로 강원공장에서 생산한 테라 생맥주를 이 축제의 주요 특징으로 소개하고 있다.

 

맥주를 외부에서 들여오는 것이 아니라 '홍천에서 만든 맥주를 홍천에서 마신다'는 이야기를 만든 것이다.

 

지역 소상공인 참여도 확대됐다. 홍천지역 업체가 먹거리 판매에 참여했고, 축제에서는 읍·면 주민이 참여하는 행사와 지역 콘텐츠가 함께 운영됐다. 올해 행사는 2026~2027년 강원특별자치도 우수축제로도 선정됐다.

 

기업 입장에서는 공장을 단순한 생산시설이 아니라 지역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여지도 커지고 있다. 제품의 '신선함'을 강조할 수 있는 동시에 소비자가 브랜드의 생산 현장을 직접 경험하도록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하이트진로만의 전략은 아니다.

 

전통주 기업 국순당은 강원 횡성을 기반으로 지역축제와 결합하고 있다. 횡성군과 횡성문화관광재단은 지난해 국순당과 횡성한우축제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국순당은 횡성에 생산시설을 둔 대표 향토기업이다. 협약에 따라 '국순당 생막걸리' 약 100만병에 횡성한우축제 홍보 라벨을 붙였고 축제 기간에는 홍보관을 열어 무료 시음과 막걸리 빚기 체험 등을 진행하기로 했다.

 

한우라는 횡성의 대표 먹거리와 막걸리를 묶은 구조다. 기업 입장에서는 전국 유통망을 이용해 지역축제를 알릴 수 있고, 지역에서는 축제 홍보 채널을 전국 단위로 확대할 수 있다. 지역 특산물과 향토기업의 제품이 서로의 브랜드를 끌어올리는 방식이다.

 

부산에서는 대선주조가 지역축제의 장기 후원자로 자리 잡았다.

 

부산시에 따르면 대선주조는 지난해 부산 지역축제 발전을 위해 5억원을 후원했다. 후원금은 부산국제록페스티벌과 부산불꽃축제 등 부산시 대표 축제에 사용됐다. 축제조직위원회와 공동 마케팅도 진행한다.

 

일회성 후원이 아니다. 대선주조는 이전부터 매년 부산 대표축제에 후원금을 지원해왔다. 2024년에도 같은 규모인 5억원을 전달했다.

 

부산을 기반으로 성장한 주류기업이 지역 대표 문화행사와 장기간 관계를 맺는 방식이다. 축제가 커질수록 기업 브랜드의 지역 정체성도 강해지는 효과를 노릴 수 있다.

 

주류업체가 지역축제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분명하다. 주류는 음식과 공연, 여행 같은 경험과 결합하기 쉽다. 특히 지역에서만 맛볼 수 있는 제품이나 먹거리를 만들면 단순한 판촉 행사를 관광 콘텐츠로 바꿀 수 있다.

 

전주의 '당일 생산 테라', 홍천의 '강원공장 생맥주', 횡성의 '한우와 막걸리', 부산 향토기업 대선주조가 대표적이다.

 

오비맥주 역시 지역 상권 자체를 브랜드 체험 공간으로 활용하는 실험을 하고 있다. 프리미엄 맥주 한맥은 지난해 말 서울 신당동 인기 음식점 6곳과 연계한 '한맥마실'을 진행했다. 소비자가 여러 매장을 돌며 스탬프 이벤트 등에 참여하도록 설계해 브랜드 마케팅을 개별 업소 소비와 연결했다.

 

결국 관건은 얼마나 많은 사람을 행사장으로 불러오느냐에 그치지 않는다. 방문객이 주변 음식점과 카페, 숙박시설까지 움직여 실제 지역 소비로 이어져야 '상생'이라는 명분도 힘을 얻는다.

 

올해 전주가맥축제는 이 가능성을 숫자로 보여줬다. 12만6000명이 축제를 찾았고, 행사장 밖 공식 파트너 매장의 손님까지 평소의 2배 수준으로 늘었다.

 

지역의 문화와 먹거리에 기업의 브랜드·유통·마케팅 역량을 얹고, 다시 관광객의 지갑이 지역 상권으로 향하게 만드는 것. 주류업계의 지역축제 경쟁이 단순한 '맥주 많이 파는 행사'에서 지역경제를 움직이는 로컬 마케팅으로 바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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