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메가프로젝트 전국 첫 착공 앞둔 아산…기초단체장 시장 중 유일하게 청와대서 사례 발표
“협조받아 겨우 빨리한 행정으론 한계”…오세현, 대통령에 기초정부 권한이양 정면 건의
이재명 정부가 내건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의 첫 삽을 충남 아산에서 뜬다.
삼성전자의 113조원 규모 아산 투자가 발표되자 아산시는 기다리지 않았다. 투자계획이 실제 공장 착공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범부서 행정지원단을 꾸리고 인허가 절차에 사실상 ‘하이패스’를 깔았다.
아산시는 통상 10개월 이상 걸리는 공장 증설 인허가 절차는 약 3개월로 줄었다. 재해영향평가 협의 기간은 45일에서 7일로, 도로점용 허가는 5일에서 하루로 단축됐다.
행정이 기업의 투자 속도를 따라가는 수준을 넘어 기업보다 먼저 움직인 결과다.
그리고 26일, 오세현 아산시장은 그 성과를 들고 이재명 대통령 앞에 섰다.
오 시장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제10회 중앙지방협력회의에 참석해 ‘지방정부 차원의 지방주도 성장 성공전략’을 직접 발표했다. 이날 회의에는 이재명 대통령을 비롯해 한성숙 국무총리, 구윤철 경제부총리, 최교진 교육부 장관, 윤호중 행안부 장관, 박홍근 기획예산처장관, 김정관 산업통산부 장관,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 김용임 대통령실 정책실장, 임기근 국무조정실장, 시·도지사 등이 참석했다. 기초지방정부 대표 가운데 오 시장은 기초자치단체 ‘시장’으로는 유일하게 이날 회의에 참석해 아산의 투자 인허가 단축 사례를 발표했다.
단순한 참석이 아니었다.
아산시의 ‘속도 행정’이 정부가 추진하는 3대 메가프로젝트의 실제 실행 모델로 중앙정부와 전국 지방정부에 소개된 자리였다. 오 시장은 발표에서 “아산은 이러한 국가적 프로젝트를 지방에서 가장 선도적으로 실현하겠다는 각오로 정부의 의지에 발맞춰 속도전을 넘어 전격전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삼성 투자 발표에 아산시 곧바로 29개 부서 움직였다
삼성은 지난달 충청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를 통해 아산에 삼성디스플레이 67조원, 삼성전자 온양사업장 46조원 등 총 113조원 규모의 투자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오 시장의 대응은 빨랐다. 투자 발표 직후 김범수 부시장을 단장으로 12개 국·소, 29개 부서가 참여하는 ‘삼성 투자 행정지원 추진단’을 가동했다.
인허가 부서만 움직인 것이 아니었다. 기업지원과 도시개발, 교통, 기반시설, 정주여건 등 투자와 관련된 행정 전 과정을 하나의 지원체계로 묶었다.
아산시와 삼성전자, 인허가 대행사가 함께 현장에서 즉시 협의하고 보완하는 체계를 가동했고, ‘실무종합심의회’를 통해 개발행위 변경과 공장설립 승인, 건축허가 등 여러 행정절차를 동시에 병렬 추진했다.
기업이 서류를 내면 행정기관이 검토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사업 추진 과정에서 예상되는 문제를 사전에 찾아 해결하는 방식이다. 오 시장이 주문한 것은 한마디로 ‘삼성 투자 하이패스’였다.
그 결과 공장설립 변경승인과 건축허가까지 신속하게 마무리됐다. 오 시장은 중앙지방협력회의 발표에서 “오늘 결재를 완료해 오는 9월 초 3대 메가프로젝트 가운데 아산이 가장 먼저 첫 삽을 뜨게 된다”고 직접 설명했다. 정부가 메가프로젝트를 발표한 뒤 지방정부가 즉각 지원단을 꾸리고, 실제 인허가를 마무리해 전국 첫 착공 단계까지 끌고 간 것이다.
◇“더 빨리 뛰려면 협조가 아니라 권한 달라”
오 시장의 이날 발표는 아산시의 성과 자랑으로 끝나지 않았다.
오히려 아산의 경험을 통해 현행 지방행정 시스템의 한계를 정면으로 지적했다. 삼성전자 온양사업장 개발행위허가는 아산시가 관계기관 협의와 도시계획위원회 자문까지 마쳤지만, 사업면적이 3만㎡ 이상이라는 이유로 다시 충남도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했다.
이번에는 충남도의 적극적인 협조로 심의 일정을 앞당길 수 있었다.
하지만 오 시장은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매번 기관 간 협조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며 기초정부에서 관계기관 협의와 각종 평가를 마친 사안을 광역정부가 다시 심의하는 이중적 행정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대통령에게 던진 메시지는 명확했다. “이번에는 빨랐지만, 다음에도 빨리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오 시장은 도시개발과 산업단지 등 민간투자 사업의 인허가 권한과 책임을 현장의 문제를 가장 빨리 파악하고 해결할 수 있는 기초정부에 과감히 이양하고, 광역정부는 조정과 관리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역할을 재편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이는 단순한 지방분권 요구가 아니라, 국가 전략사업의 실행 속도를 높이기 위한 제도 개선 요구이기도 하다.
◇공장 하나 짓고 끝 아니다…아산시 지역경제까지 노린다
아산시의 행정지원은 삼성 공장 착공에서 멈추지 않는다.
오 시장은 삼성의 113조원 투자를 지역경제 전체를 움직이는 성장 동력으로 만들겠다는 전략도 동시에 가동하고 있다.
실제 대규모 투자 발표 이후 그동안 멈춰 섰던 민간 도시개발과 산업단지 조성사업이 다시 움직이는 등 지역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고 오 시장은 이날 발표에서 밝혔다. 최근 아산시는 지역건설산업활성화협의회를 열어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의 대규모 투자 과정에서 지역 건설업체 참여를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대형 공사에 지역 업체와 자재·장비 활용을 늘리고 지역 협력기업의 참여 기회를 확대하는 것이 핵심이다.
여기에 아산 청년 우선채용과 지역 인재 양성, 협력업체 육성을 연계해 삼성 투자가 대기업 공장 증설에만 머무르지 않고 지역의 일자리와 기업 성장으로 이어지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대규모 인력 유입에 따른 공동주택 개발과 민간투자 활성화, 소비 증가와 상권 활성화도 함께 노리고 있다. 즉 삼성 투자 → 하이패스 행정 → 공장 착공 → 지역업체 참여 → 청년 일자리 → 민간투자와 상권 활성화로 이어지는 지역경제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오 시장이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권한이양을 요구한 것도 결국 이 같은 속도전과 연결된다. 3대 메가프로젝트가 본격화되면 삼성 공장뿐 아니라 배후 산업단지와 주거시설, 교통과 기반시설 등 대규모 후속 투자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때마다 광역과 기초정부 사이를 오가는 중복 행정으로 시간을 허비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오세현 시장은 “3대 메가프로젝트와 같은 대규모 투자는 기업의 투자 결정만큼 이를 얼마나 신속하게 현실화하느냐가 중요하다”며 “이번 아산의 사례를 통해 기초정부가 현장의 문제를 해결할 충분한 행정 역량과 의지를 갖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는 관계기관의 적극적인 협조로 속도를 낼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협조에만 의존하는 방식이 아니라 권한과 책임을 함께 이양하는 실질적인 지방분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국가 성장의 청사진을 제시했다면 아산은 이를 가장 먼저 공사 현장으로 옮기고 있다.
그리고 오세현 시장은 한발 더 나아가 이재명 대통령과 중앙정부를 향해 메시지를 던졌다. “지방은 이미 뛰고 있다. 이제 지방이 더 빨리, 제대로 뛸 수 있도록 더 많은 권한도 함께 지방으로 넘겨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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