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청소년이나 어린이 자녀를 둔 분들이 어릴 때부터 돈을 들이지 않고 글쓰기 교육을 하는 방법을 묻는 경우가 있다. 사실 이런 질문에 대해 답을 할 때 내가 하는 생각은 글쓰기가 노력한다고 되는 것인가 하는 지점이다. 독서도 마찬가지인데 둘 다 오래 앉아 있어야 하는 일에 속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실 글쓰기도 무엇보다 재능이 있고 오래 앉아 있을 수 있는 성격이어야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뭔가 하나 해볼 수 있는 게 있다면 일기 쓰기라고 생각한다. 첫 번째 이유는 매일 쓸 수 있기 때문이고, 두 번째 이유는 자신의 일상을 소재로 하기 때문에 거리 조절을 하기 위해 노력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감정 표현하는 방법 등 난해한 스킬을 배우게 되기 때문이다.
최근에 서점에서 우연히 발견한 책 ‘책은 죽지 않는다’를 읽다가 일기 쓰기와 관련된 부분을 발견하고는 혼자서 재미있어했다. 이 책에는 ‘한 사람의 삶을 이끌어온 ‘책’이라는 세계’라는 아름다운 부제가 붙어 있기도 한데, 일본인인 이 책의 저자가 첫 책을 낸 건 마흔 살이 넘어서였다고 한다. 책을 좋아하고 많이 읽어온 것에 비하면 꽤 늦게 냈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저자의 첫 책 출간은 사실 1978년 여덟 살 때였다고 한다.
초등학교에 들어간 아들이 쓴 일기 14권을 타이핑한 뒤 수제본을 해 다섯 권의 일기를 출판했는데 그의 어머니가 낸 아이디어였다. 고등학교 졸업 후 타이피스트로 일한 저자의 어머니에게는 타이핑을 하는 일이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 아이가 1년간 쓴 일기가 열 권이 넘는데 거기에 선생님이 정성스럽게 첨삭을 해준 것을 보고 출판을 결심했다고 한다. 수제본한 일기 다섯 부의 행방이 어디로 갔는지 궁금해진다.
나도 사실은 일기를 쓰지 않았다면 긴 글을 쓸 생각을 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용접일을 했던 아버지와 평범한 엄마 밑에서 자란 나도 어릴 적 집에 책이라곤 없었고 근처에는 양계장과 종이공장만 있고 도서관이 없었다. 그럼에도 글쓰기는 계속됐고 고등학교 때가 되어서는 일기를 너무 열심히 썼던 기억이 난다. 일기로 시작된 글쓰기로 친구들 간에 주고받는 편지로 이어졌는데, 막상 얼굴을 보면 한마디도 못 하다가도 편지로는 설전을 펼치곤 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에 비하면 요즘은 책을 만드는 일이 간편해져서 매력이 덜한 걸까. 한글을 배워 읽고 쓰기 시작한 아이가 일기 쓰기를 할 수 있게 만드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그런 건 잘 모르겠다. 그러나 재능이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재능을 키워 가는 방법 중 하나는 확실히 일기 쓰기인 것은 맞다.
강영숙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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