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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의 미래] 알 길 없는 전력수요 산정 근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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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수급기본계획 내놨지만
2040년 수요 전망 근거 미흡
증가분에 대한 핵심 정보 없어
향후 피해는 국민이 떠안을 것

‘우리가 지금까지 살펴본 경제 모형에서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는 ‘신뢰’다. 거래와 생산이 이뤄지려면, 계약서에 일일이 적혀 있지 않더라도 어느 정도는 서로 약속을 지킬 것이라는 믿음이 전제돼야 한다. 이런 비공식적인 보장이 불확실해지면 경제활동도 위축된다. … 현실의 경제에서는 좋은 품질과 나쁜 품질을 구별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늘 존재한다. 그리고 바로 이 문제가 보증, 브랜드, 인증, 면허 같은 여러 경제제도가 생겨난 이유를 설명해 줄 수도 있다. 어쩌면 이것은 경제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 반드시 풀어야 할 가장 중요한 문제 가운데 하나일지도 모른다.’ (조지 애컬로프 ‘레몬 시장: 품질의 불확실성과 시장 메커니즘’)

애컬로프는 정보 비대칭성이 있는 시장을 연구해 2001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 경제학의 고전인 ‘레몬 시장…’ 논문에서 그는 판매자와 구매자 간 정보 비대칭이 발생하면, 정보가 부족한 구매자가 손실을 짊어진다고 지적한다. 그 해결책으로 그는 보증과 인증처럼 정보 격차를 줄이고 신뢰를 보완하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봤다.

윤지로 비영리 미디어단체 클리프 대표
윤지로 비영리 미디어단체 클리프 대표

최근 기후·에너지 분야에 큰 장이 섰다. 상품은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2040년까지 누가 얼마나 전기를 필요로 하고, 어디에 얼마나 어떻게 전기를 공급할지를 결정하는 계획이다. 예전 같으면 이 분야 관계자와 출입기자 정도만 들여다봤겠지만, 3대 메가프로젝트의 성패가 전력 수급에 달려 있다 보니 사회적 관심이 전에 없이 높아졌다.

이번 12차 전기본부터 정부는 주제를 정해 공개토론회를 열고 있다. 정부는 취지와 방향성을 말하고, 발제자는 숫자를 공개한다. 전문가들은 토론하고, 청중과 질의응답도 한다. 모든 장면은 유튜브로 생중계된다. 형식만 놓고 보면 꽤 공개적이다. 그런데 토론회가 끝나도 뭔가 개운한 느낌이 없다. 오히려 답을 얻지 못한 질문만 더 늘어나는 기분이다. 지난 20일 전력수요 재전망 토론회가 그랬다.

정부 측이 밝힌 2040년 대한민국의 최대 전력수요는 160GW 안팎이다. 메가프로젝트가 약 36GW를 끌어올렸다. 현재 대한민국이 전기를 가장 많이 쓸 때의 3분의 1에 달하는 규모다. 전력 수급 계획을 짜온 지난 30여년 동안 이렇게 전력수요가 폭증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 이 거대한 증가분을 만들어낸 구체적인 전제들이 좀체 드러나지 않는다.

늘어난 반도체 전력 수요는 공장 신증설과 관련돼 경영상 비밀을 요한다 치자.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는 그럴 이유가 없는데도 수요 산정 기준이 명확히 공개되지 않았다. 기업이 요청한 20.8GW 가운데 1차로 10.8GW를 반영했다는데, 그 기준은 ‘지역이 확정된 사업’이라는 설명 정도였다. 어떤 기업이 쓸 데이터센터인지, 부지 확정 외에 수반되는 여러 인허가 절차 가운데 어느 단계에서 선을 그은 건지, 그런 요소를 감안은 한 것인지 제대로 된 설명은 없었다.

토론회에선 2040년 데이터센터 전력사용효율(PUE)을 1.64로 잡은 근거에 대해서도 질문이 나왔다. PUE는 1에 가까울수록 효율적이란 뜻인데,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글로벌 기업이 운영하는 데이터센터는 1을 살짝 웃도는 수준을 보인다. 왜 유독 한국에 지어진 데이터센터는 10여년 뒤에도 낮은 효율을 보인다고 가정했는지 설명했어야 하지만, “오래된 데이터센터까지 반영한 평균값이기 때문”이라는 답변에 그쳤다.

전력수요 전망은 어떤 발전소와 송전망을 짓고, 어떤 비용을 부담할지 결정하는 출발점이다. 투기성 수요를 걸러내지 못해 필요 이상의 발전소를 짓게 되면 그 비용은 사회 전체가 떠안게 된다. 전망치에 이르게 된 배경을 국민이 확인할 수 있어야 하는 이유다.

‘공개토론회’라 이름 붙이고 유튜브 중계를 한다고 공개적인 자리가 되는 건 아니다. 불량 중고차 시장이 생기는 건 자동차를 보지 않고 깜깜이 구매를 해서가 아니라 판매자와 구매자 간 정보 비대칭 때문이다. 중요한 건 전망치를 공개했다는 사실이 아니라 정부가 가진 정보를 얼마나 공유했는가이다. 잘못된 전망에 따른 피해는 결국 국민 몫이기 때문이다.

 

윤지로 비영리 미디어단체 클리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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