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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지났으니까” “집 가까우니까”…음주운전자의 위험한 계산 [교통이 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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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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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로교통공단, 교통안전교육 수강생 조사
음주운전 가장 큰 이유…“시간 지나 깼다고 생각”

“전날 마신 술이라 괜찮을 줄 알았다.”

 

“집 근처에서 운전한 것뿐이다.”

 

음주운전 적발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 글에서는 운전대를 잡기 전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했던 흔적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술을 마신 뒤 시간이 꽤 지났다는 점이나 운전 거리가 짧다는 점, 몸에서 취기가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 등을 근거로 운전해도 괜찮다고 이들은 판단했다.

 

서울 서초경찰서 교통과 경찰관들이 지난달 31일 서울 서초구 경부고속도로 서초나들목(IC) 인근에서 여름 휴가철 음주운전 특별단속을 하고 있다. 뉴시스
서울 서초경찰서 교통과 경찰관들이 지난달 31일 서울 서초구 경부고속도로 서초나들목(IC) 인근에서 여름 휴가철 음주운전 특별단속을 하고 있다. 뉴시스

 

한국도로교통공단이 지난 6월24일부터 7월24일까지 음주운전자 교통안전교육 수강생 92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비슷한 경향이 나타났다. 이 조사는 적발 당시 운전자의 주관적 인식을 수치로 나타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음주운전을 하게 된 가장 큰 이유로 전체 응답자의 24.5%(226명)가 ‘술을 마신 후 오랜 시간이 지나 술이 깼을 것으로 판단해서’를 꼽았다. 음주량이 많지 않았다고 생각해서 운전했다는 응답도 16.0%(148명)에 달했다. 집과의 거리가 너무 가깝거나 너무 멀어서 운전했다는 답변도 16.0%(148명)다.

 

이 외에 ‘술을 마시고 운전해도 사고가 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103명·11.1%)’, ‘택시나 대리운전 등의 이동 비용이 비싸서(14명·1.5%)’ 등 답변도 있었다.

 

음주운전 단속 적발의 구제 방법을 찾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비슷한 판단을 엿볼 수 있다.

 

한 누리꾼은 전날 마신 술이라 괜찮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음주단속에서 면허정지에 해당하는 수치가 나왔다고 적었다. 또 다른 누리꾼은 몸이 괜찮다고 판단했는데, 집 근처에서 운전 중 혈중알코올농도 0.046%로 적발됐다고 밝혔다. 전날 거래처 사람과 소주 4병을 마셨다는 누리꾼은 평소보다 늦게 출근했고 숙취도 없었는데 적발됐다는 글을 올렸다.

 

이처럼 운전자들의 판단이 신체 상태와 반드시 일치하는 건 아니다.

 

공단 조사에서 음주운전 적발 당시 자신의 혈중알코올농도 수준을 ‘단속기준 이하’로 판단했다는 응답이 22.8%(211명)였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면허취소 수준’이라고 생각했다는 응답은 25.2%(233명), ‘면허정지 수준’이라고 생각했다는 응답은 20.8%(192명)였다. ‘생각해보지 않았다’와 ‘술에 취해 판단하지 못했다’는 답변 비율은 각각 19.6%(181명), 11.6%(107명)다.

 

심지어 날씨를 단속 가능성과 연결해 생각한 운전자도 있었다. ‘음주운전 당시 비나 눈이 오는 날은 단속이 적다고 생각한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29.3%(271명)는 ‘그렇게 생각했다’고 답했다. ‘들어본 적은 있었지만 생각하지 않았다’는 응답은 18.5%(171명)였다.

 

음주운전자의 위험한 계산. 오픈AI의 생성형 인공지능 ‘챗GPT’로 생성한 이미지
음주운전자의 위험한 계산. 오픈AI의 생성형 인공지능 ‘챗GPT’로 생성한 이미지

 

음주운전은 술을 마셨다는 사실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운전대를 잡는 순간까지 이어지는 여러 판단과 자기 합리화 속에서 발생한다. ‘시간이 지났으니 괜찮다’, ‘몇 잔 마시지 않았다’, ‘집이 가깝다’, ‘숙취가 없다’, ‘단속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음주운전의 이유로 내세우는 셈이다.

 

한국도로교통공단은 음주 후 운전 가능 여부 판단 자체를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술자리가 있다면 차를 가져가지 않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귀가 방법도 미리 정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공단 관계자는 “음주운전의 위험성을 가볍게 여기거나 자신의 상태를 과소평가하는 판단은 모두 위험한 만큼 술을 마셨다면 운전 가능 여부를 스스로 판단하지 말고 운전대를 잡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술자리가 예정된 경우 대중교통이나 대리운전 등 운전하지 않을 방법을 사전에 마련하도록 구체적인 예방수칙을 적극 홍보하고, 소량 음주와 숙취운전의 위험성도 지속적으로 알리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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