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이용료·카트비와 달리 캐디에게 직접 지급…전자결제 시스템 부재
소득 파악·소비자 선택권까지 얽힌 문제…공정위, 표준약관 개정 추진
라운드가 끝나면 골퍼는 그린피와 카트비 등을 카드로 결제한다. 식음료비도 마찬가지다. 스마트폰 하나로 대부분의 결제가 가능한 시대다.
그런데 캐디에게 건네는 돈은 여전히 다르다. 팀당 15만원에 달하는 캐디피를 현금으로 준비해 직접 지급하는 것이 골프장의 오래된 관행으로 남아 있다. 수천원짜리 결제까지 간편결제로 처리하는 시대지만, 캐디피만큼은 현금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6일 골프업계 등에 따르면, 박기득 경북대 교수와 캐디전문연구소가 지난 6월15일부터 19일까지 최근 1년 이내 캐디 동반 라운드 경험이 있는 성인 골퍼 102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최근 라운드에서 캐디피를 현금으로만 결제했다는 응답이 96.7%에 달했다.
현행 결제 방식에 대한 평가는 정반대였다. 94%가 ‘개선이 매우 필요하다’고 답했고, ‘개선해야 한다’는 응답 5.1%까지 합치면 99.1%가 개선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앞서 한국레저산업연구소(소장 서천범) 조사에서도 올해 5월 기준 팀당 15만원의 캐디피를 받는 골프장은 315개소로, 전체 골프장의 75.7%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연간 캐디피 시장은 1조7800억원에서 최대 2조원으로 추산된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와 한국골프소비자원 등을 통해 파악한 연간 골프장 내장객 수와 라운드당 캐디피를 토대로 산출한 규모다.
배경에는 캐디피의 독특한 지급 구조가 있다. 골프장 이용료와 카트비는 사업자가 결제 시스템을 운영하지만, 캐디피는 라운드가 끝난 뒤 골퍼가 캐디에게 직접 지급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별도의 전자결제 시스템이 자리 잡지 못하면서 현금 관행이 굳어졌다.
현금 중심 거래에서는 지급 내역이 체계적으로 남지 않는다는 문제도 발생한다. 카드나 계좌이체와 달리 현금은 별도 기록이 없으면 지급 사실과 금액을 객관적으로 확인하기 어렵다.
캐디 소득의 과세 사각지대 문제는 국정감사에서도 반복적으로 지적돼 왔다. 2023년 국정감사에서는 2021년 귀속 종합소득세를 신고한 캐디가 3388명, 신고 수입금액은 230억200만원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전국 골프장 캐디가 약 3만5000명으로 추산됐다는 점에서 실제 활동 규모와 신고 인원 사이에 차이가 크다는 지적이 나왔다.
캐디의 소득 규모도 적지 않다. 2023년 기준 캐디 1인당 평균 연봉이 약 5500만원이라는 추산도 나온 바 있다.
이후 신고 규모는 크게 늘었다. 2024년 9월 초 기준 캐디 종합소득세 신고 건수는 3만2754건으로 전년보다 260% 증가했다. 2021년 11월부터 시행된 고용보험 적용에 따른 소득자료 제출 의무화 등 실시간 소득파악 제도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전자결제는 소비자 편의를 넘어 거래 규모와 소득을 파악할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다. 다만 캐디 입장에서는 결제수단 다변화에 따른 비용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카드 수수료를 골퍼·캐디·골프장 가운데 누가 부담할지,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인 캐디의 소득과 노무 관계를 어떻게 볼지 등 함께 따져야 할 사안이 적지 않다.
현장에서는 현금영수증이 제대로 발급되지 않는 경우가 여전히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골프장에서 캐디 소득을 신고하지 않거나 축소 신고한다는 문제도 제기돼 왔다.
이런 가운데 제도 개선 움직임도 구체화하고 있다.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골프장 이용자의 결제수단 선택권을 확대하기 위해 캐디피를 신용카드와 계좌이체, 간편결제 등으로 지급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공정위에 요청했다.
박 의원이 대표 발의한 체육시설법 개정안에는 캐디·카트 이용 선택권과 외부 음식물 반입, 예약 취소 위약금 등 골프장 이용 과정에서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히는 내용도 담겼다. 캐디피 결제 역시 골프장 이용자가 선택할 수 있는 영역으로 확대하겠다는 취지다.
박 의원은 “골프장 이용자의 선택권을 확대하고 불합리한 이용 관행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공정위도 표준약관 개정에 착수했다. 지난달 말까지 소비자단체와 관계기관을 대상으로 의견 수렴을 진행했으며, 이르면 9월 말 약관심사위원회에 개정안을 상정할 예정이다.
개정안이 확정되면 캐디피를 신용카드와 계좌이체, 간편결제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지급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전망이다. 다만 표준약관은 사업자의 자율적인 준수를 전제로 하는 만큼, 개정만으로 모든 골프장에 전자결제가 의무화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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