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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은 매장도 작품처럼”…현대·신세계·롯데 ‘공간 전쟁’ 불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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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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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업계의 명품 경쟁이 '어떤 브랜드를 들여오느냐'에서 '어떤 공간을 보여주느냐'로 옮겨가고 있다.

 

현대백화점이 압구정본점 반클리프 아펠 부티크를 새롭게 단장한 가운데 신세계백화점은 본점을 하이엔드 명품 중심으로 재편했고, 롯데백화점은 명동과 잠실의 여러 쇼핑시설을 하나의 상권으로 묶는 '타운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반클리프 아펠 제공
반클리프 아펠 제공

고가 제품을 진열하고 판매하던 기존 매장에서 벗어나 브랜드의 역사와 예술, 미식, VIP 서비스를 한 공간에서 경험하게 하는 방향으로 백화점들의 투자 경쟁이 확산하는 모습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프랑스 하이 주얼리·워치메이킹 메종 반클리프 아펠은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 1층 부티크를 리뉴얼 오픈했다.

 

새 부티크에서는 클래식 하이주얼리부터 뻬를리, 알함브라 등 반클리프 아펠을 대표하는 컬렉션을 만나볼 수 있다.

 

매장 전면은 부드러운 베이지와 블랙을 대비시켜 꾸몄다. 내부에는 플라워와 버터플라이 모티브를 활용했으며, 골드 톤 기둥과 베이지 벽지를 배치해 브랜드 특유의 서정적인 분위기를 살렸다.

 

특히 VIP 고객을 위한 'VIC 살롱'은 '포에틱 콘셉트'로 꾸몄다. 중앙의 플라워 장식은 반클리프 아펠의 핵심 영감 가운데 하나인 자연을 표현했고, 별도의 라이브러리를 통해 자연과 발레 등 메종의 주요 세계관을 보여준다.

 

국내 반클리프 아펠 부티크 가운데 시각적 요소를 가장 많이 배치했다는 게 브랜드 측 설명이다. 제품을 판매하는 매장을 넘어 브랜드 자체를 경험하게 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다.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은 국내 대표 명품 상권인 압구정에 위치한 핵심 점포다. 반클리프 아펠의 이번 리뉴얼 역시 압구정본점의 하이엔드 경쟁력을 한층 끌어올리는 카드로 볼 수 있다.

 

현대백화점은 다른 핵심 점포에 대한 투자도 이어가고 있다. 무역센터점은 식품관 등 주요 집객 공간 리뉴얼을 검토하고 있으며 현대아울렛 동대문점도 개점 이후 최대 규모의 리뉴얼을 진행하고 있다. 백화점과 아울렛을 막론하고 단순 판매 공간에서 '목적지형 점포'로 바꾸겠다는 전략이다.

 

신세계백화점은 본점에 승부수를 던졌다.

 

올해 1분기 본점 '더 리저브' 리뉴얼을 마무리하면서 에르메스와 루이비통, 샤넬, 까르띠에 등 글로벌 하이엔드 브랜드를 한곳에 집결시켰다.

 

에르메스와 샤넬을 비롯한 핵심 브랜드 매장을 대형화하고 까르띠에, 반클리프 아펠, 티파니앤코, 롤렉스 등 주얼리·워치 브랜드까지 보강했다.

 

대표적인 공간이 '루이비통 더 플레이스 서울 신세계 더 리저브'다.

 

패션만 파는 기존 매장 개념에서 벗어나 워치·주얼리와 뷰티, 카페, 초콜릿 숍, 기프트·홈 컬렉션, 문화 콘텐츠 등을 한 공간에 묶었다. 에르메스 매장 역시 국내 백화점 매장 중 최대 규모로 확대했고 까르띠에도 하이주얼리부터 워치, 가죽제품, 액세서리 등을 갖춘 부티크를 선보였다.

 

신세계의 공격적인 리뉴얼은 실적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올해 1분기 신세계 본점의 외국인 카드 이용액은 전년 동기보다 98% 늘었다. 같은 기간 광화문·명동 상권의 외국인 카드 이용액 증가율 17%를 크게 웃돌았다. 본점 명품 장르 매출도 전년 동기보다 90% 가까이 증가했다.

 

외벽의 초대형 미디어파사드 '신세계스퀘어'까지 더해 명품 쇼핑과 문화 콘텐츠를 함께 즐기는 관광형 점포로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롯데백화점은 한 개 매장을 키우는 방식보다 인근 쇼핑시설을 하나로 묶는 '타운화' 전략을 앞세우고 있다.

 

명동에서는 본점과 에비뉴엘, 영플라자를 연결한 '롯데타운 명동'을 강화하고 있다. 영플라자를 패션과 식음료, 아트가 결합된 K콘텐츠 전문관으로 재편하는 한편 연말에는 외벽에 초대형 미디어파사드 '롯데타운 라이트'를 공개할 예정이다.

 

을지로입구역과 연결되는 공간에도 '코스모너지 광장'을 조성해 명동을 찾은 국내외 관광객을 롯데 안으로 끌어들이겠다는 구상이다.

 

잠실에서는 백화점과 에비뉴엘, 롯데월드몰을 하나의 소비·문화·관광 축으로 연결하는 '롯데타운 잠실' 전략을 펴고 있다.

 

지난해 매출 기준 롯데백화점 잠실점은 3조3010억원을 기록해 국내 백화점 단일 점포 2위에 올랐다. 롯데는 명품뿐 아니라 K패션과 식음료, 인기 IP 콘텐츠 등 체험형 공간을 강화해 잠실 체류시간을 늘리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롯데 노원점도 최근 17개월간의 리뉴얼을 마치고 영업면적의 80%를 개편했다. 올해 상반기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5% 늘었다.

 

백화점들이 공간에 돈을 쏟는 배경에는 명품 소비 방식의 변화가 있다.

 

과거에는 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 등 이른바 '에루샤'를 확보하는 것이 백화점 경쟁력의 상징이었다면 최근에는 같은 브랜드를 갖고 있더라도 매장의 규모와 인테리어, VIP 공간, 미식·문화 콘텐츠에 따라 점포 경쟁력이 갈리는 흐름이 뚜렷하다.

 

외국인 관광객 증가도 이런 움직임을 부추기고 있다. 올해 상반기 국내 백화점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20.1% 증가했고, 같은 기간 방한 외국인 관광객은 1071만명으로 지난해 883만명보다 21% 넘게 늘었다.

 

현대백화점은 압구정 등 강남 핵심 상권의 하이엔드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신세계는 본점을 글로벌 럭셔리 랜드마크로 바꾸는 데 집중하고 있다. 롯데는 명동과 잠실의 대형 쇼핑시설을 하나의 '타운'으로 연결하는 방식으로 맞서고 있다.

 

결국 백화점 명품 경쟁의 승부처도 달라지고 있다. 비싼 제품을 얼마나 많이 갖췄느냐를 넘어 고객을 얼마나 오래 머물게 하고, 그 공간 자체를 다시 찾게 만드느냐가 새로운 경쟁력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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