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기후변화에 실종된 ‘처서 매직’, 잊혀가는 전통 풍습들

입력 :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인쇄 메일 url 공유 - +

사진은 구글 인공지능(AI) 제미나이가 생성한 가상 이미지.
사진은 구글 인공지능(AI) 제미나이가 생성한 가상 이미지.

가을의 두 번째 절기이자 더위가 그친다는 처서가 찾아온다. 오는 23일은 절기상 처서다.

과거 처서는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며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기준점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처서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폭염과 열대야가 이어질 전망이다. 기후 변화로 인해 전통적인 절기의 의미가 퇴색하면서 현대인들이 체감하는 계절의 흐름도 크게 달라지고 있다.

 

◆ 33도 웃도는 늦더위, 기후변화가 지운 ‘처서 매직’

 

22일 기상청 예보에 따르면 올해 처서 무렵 서울 등 수도권의 아침 최저기온은 25도, 낮 최고기온은 33도 안팎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밤낮을 가리지 않는 무더위가 계속되며 곳에 따라 구름이 끼거나 빗방울이 떨어지는 궂은 날씨가 예상된다.

 

처서만 지나면 거짓말처럼 기온이 내려간다는 의미의 ‘처서 매직’이라는 신조어가 유행했지만 올해는 높아진 기온 탓에 이 마법을 즉각적으로 체감하기 어렵게 됐다.

 

기상청의 과거 30년 기후 데이터 분석 결과를 보면 1990년대 처서 무렵의 전국 평균 기온과 비교할 때 최근 5년간 처서 기간의 평균 기온은 약 1.2도에서 1.5도 가량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도심 지역의 열섬 현상과 북태평양 고기압의 세력 확장이 맞물리면서 8월 하순까지 폭염 특보가 유지되는 일수가 2000년대 초반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이는 절기상 처서가 더 이상 가을의 시작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객관적 지표다.

 

◆ 풀의 성장이 멈추는 시기, 조상들의 지혜 담긴 풍습

 

날씨는 변했지만 처서에 담긴 선조들의 지혜와 풍습은 여전히 시사하는 바가 크다.

 

처서가 지나면 따가운 햇볕이 누그러지고 무성하던 풀도 더 이상 자라지 않는다.

 

이 때문에 과거 농촌에서는 이때부터 조상의 산소를 찾아가 풀을 깎는 벌초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또 여름철 지루한 장마로 눅눅해진 옷이나 이불, 책 등을 마당에 꺼내 가을 햇볕과 서늘한 바람에 말리는 포쇄 풍습도 이 시기에 이루어졌다.

 

이는 장마철 곰팡이와 해충을 방지하려는 실용적인 목적이 컸다.

 

◆ 원기 회복 돕는 처서 보양식과 농경 사회의 속담

 

환절기를 앞두고 면역력을 높이기 위해 선조들은 차가운 음식 대신 따뜻하고 영양가 높은 제철 보양식을 챙겼다.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할 때 몸을 덥혀주는 애호박 칼국수가 대표적이다.

 

살이 통통하게 오른 제철 미꾸라지를 푹 끓여낸 추어탕은 단백질과 칼슘을 보충해 주며, 제철 과일인 복숭아는 유기산이 풍부해 피로 회복에 탁월한 효과를 낸다.

 

처서와 관련된 속담에는 당시 농경 사회의 생활상이 그대로 녹아있다.

 

처서가 지나면 모기도 입이 삐뚤어진다는 속담은 아침저녁 서늘한 기운에 모기의 기세가 꺾인다는 의미다.

 

또한 처서비에 십 리에 1000석 감한다는 말은 벼 이삭이 익어가는 중요한 시기에 비가 오면 농사를 망칠 수 있다는 농부들의 절박한 우려를 담고 있다.

 

처서가 지나면 풀도 울며 돌아간다는 속담 역시 식물의 생장이 멈추는 자연의 섭리를 재미있게 표현한 사례다.


오피니언

포토

베이비몬스터 아현 '시크한 손인사'
  • 베이비몬스터 아현 '시크한 손인사'
  • 아워벌스데이 국초록 '해맑은 미소'
  • 앳하트 나현 '센터 비주얼'
  • 장도연 'AI 남친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