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과 K드라마를 앞세운 한류가 세계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가운데, 일본 정부가 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온 문화 수출 정책 ‘쿨재팬(cool japan)’이 중단될 상횡에 놓였다. 막대한 공적자금을 투입했지만 투자 손실이 누적되면서 기존 사업을 폐지하거나 다른 기구와 통합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21일 아사히신문, 마이니치신문 등 현지 매체는 일본 경제산업성(경산성)이 ‘쿨재팬 기구’로 불리는 민관펀드 ‘해외수요개척지원기구’를 폐지하기로 하고, 내년도 재정투융자계획에 해당 사업을 반영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일본 정부는 한류의 성공을 의식해 2013년 해외수요개척지원기구, 이른바 ‘쿨재팬기구’를 출범시켰다. 애니메이션과 게임, 패션, 음식 등 일본의 문화와 콘텐츠를 해외에 알리고 이를 경제적 수익으로 연결한다는 구상이었다.
그러나 일본 정부가 2026년 3월까지 쿨재팬기구에 출자한 금액은 약 1406억엔(약 1조3000억원)에 달하지만, 성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2025회계연도 누적 적자는 약 540억엔(약 5000억원)으로 불어났다. 2024년 3월 기준 투자금 회수율도 60% 수준에 그쳤다.
투자 방식도 문제로 지적됐다. 쿨재팬기구는 애니메이션과 게임 등 핵심 콘텐츠뿐 아니라 음식점, 백화점, 패션 등 다양한 분야에 자금을 투입했다. 지금까지 투자한 약 2040억엔 가운데 미디어·콘텐츠 분야에 투입된 금액은 약 30%에 불과했다.
반면 한류는 민간 기업과 창작자를 중심으로 K팝과 드라마, 영화의 지식재산권을 적극 활용하며 글로벌 시장을 확대했다.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 등 K팝 가수들이 세계 투어와 음원 시장에서 성과를 냈고, 넷플릭스 등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한국 콘텐츠의 영향력도 커졌다.
다만 쿨재팬의 실패를 일본 콘텐츠 자체의 경쟁력 약화로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본 애니메이션과 게임은 여전히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다만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정부 주도의 투자사업으로 연결하는 과정에서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일본 정부는 기존 쿨재팬기구를 폐지하거나 다른 기관과 통합하고 콘텐츠와 지식재산권 중심으로 해외 진출 지원 체계를 재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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