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 다음은 ‘헤어케어’…다이슨·샤크와 프리미엄 드라이어 경쟁
K뷰티의 성장축이 피부에서 머리카락으로 넓어지고 있다. 스킨케어를 중심으로 성장해온 국내 뷰티 시장이 샴푸와 트리트먼트 등 제품을 넘어 헤어드라이어·스타일러 같은 디바이스 영역으로 확장하면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헤어드라이어는 단순히 머리를 말리는 생활가전을 넘어 모발 손상을 줄이고 윤기와 스타일링까지 관리하는 ‘헤어케어 디바이스’로 진화하고 있다. 건강한 머릿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건조 속도와 풍량을 앞세웠던 기존 시장의 경쟁 기준도 모발 보호와 수분 케어, 스타일링 등으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 드라이어, ‘빨리 말리는 가전’에서 ‘관리하는 기기’로
이 같은 변화는 최근 출시되는 프리미엄 제품에서 뚜렷하게 나타난다. 파나소닉코리아는 지난 19일 서울 강남구 보코 서울 강남에서 신제품 발표회를 열고 프리미엄 나노케어 헤어드라이어 ‘EH-NB70’을 선보였다. 말레이시아에 이어 한국이 두 번째 출시 국가다.
EH-NB70이 내세우는 핵심은 ‘빨리 말리는 드라이어’에서 ‘관리하는 드라이어’로의 전환이다. 모발뿐 아니라 두피와 피부까지 케어 영역을 넓혔다. 이날 유경희 파나소닉코리아 헤어 뷰티 담당자는 “헤어드라이어는 약 90년 동안 편안하게 머리를 건조하는 제품으로 발전해왔지만 이제는 모발을 넘어 두피와 피부까지 케어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핵심 기술은 독자적인 수분 케어 기술인 ‘나노이 모이스처 플러스(nanoe™ MOISTURE+)’다. 공기 중 수분을 모아 미세한 수분 입자로 만들어 방출하는 방식으로, 파나소닉에 따르면 기존 나노이보다 18배 많은 수분을 생성해 모발 깊숙한 곳까지 수분을 전달하고 큐티클을 매끄럽게 정돈하는 데 도움을 준다.
건조 성능도 강화했다. EH-NB70에는 분당 최대 10만7000회 회전하는 콤팩트 고속 BLDC 모터가 탑재됐다. 기존 모델인 EH-NA0J보다 건조 속도를 약 10% 높였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방사형 공기 배출구를 적용해 고압의 바람을 넓고 고르게 퍼뜨리고, 두 개의 센서가 주변 환경과 바람의 온도를 감지해 자동으로 온도를 조절하는 ‘인텔리전트 센싱’ 기능도 적용했다.
케어 기능도 세분화했다. HOT·COLD 모드 외에 온풍과 냉풍을 교차하는 온냉 교차 모드, 모발 끝을 관리하는 헤어 팁 케어 모드, 두피를 위한 스칼프 모드, 피부 보습을 위한 스킨 모드 등 총 6가지 모드를 갖췄다. 머리를 말리는 기능에 그치지 않고 모발 끝과 두피, 피부까지 관리하는 ‘퍼스널 케어 기기’로 영역을 확대한 셈이다.
현장에서 직접 제품을 시연한 정샘물 인스피레이션 웨스트 이승열 원장은 “머리를 말린 뒤 수분기와 윤기에서 차이가 느껴졌다”면서 “제품이 가벼워 사용하기에도 편했다”고 말했다.
파나소닉은 실제 사용 효과도 강조했다. 회사 자체 조사에서는 4주 사용 후 두피 수분이 약 20% 증가했고, 평가자의 70%가 두피 가려움 개선을 체감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스킨 모드는 건조 후 약 1분간 얼굴에 바람을 쐬는 방식으로 피부 보습을 돕는다고 설명했다.
◆ ‘뷰티 강국’ 한국…“건강한 모발·두피 관리 수요 높아”
파나소닉이 두 번째 출시 국가로 한국을 택한 배경으로 국내 소비자들의 헤어케어 수요를 꼽을 수 있다.
미야지 켄스케 파나소닉코리아 대표이사는 “K뷰티를 선도하는 한국 소비자들은 단순한 스타일링을 넘어 건강한 모발과 두피 관리를 위한 전문적인 헤어 케어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K뷰티가 전 세계적인 트렌드가 된 상황에서 그 발신지인 한국에 제품을 소개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자부심”이라고 말했다.
국내 헤어케어 소비도 단순 세정이나 스타일링을 넘어 모발 상태 자체를 관리하는 방향으로 세분화되고 있다. 잦은 염색과 펌, 열기구 사용 등으로 인한 모발 손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손상 최소화’, ‘윤기’, ‘수분’ 등이 프리미엄 제품의 주요 경쟁 요소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다만 시장 확대를 위해서는 소비자 인식 변화가 과제로 꼽힌다. 헤어드라이어를 여전히 ‘머리를 빨리 말리는 가전’으로 인식하는 소비자가 많기 때문이다.
파나소닉 자체 조사에서도 소비자들은 탈색에 이어 헤어드라이어의 열을 모발 손상 요인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헤어드라이어를 ‘머릿결 개선에 도움을 주는 기기’로 바라보는 인식은 아직 높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 ‘강한 바람’경쟁에서 ‘손상 최소화’ 경쟁으로
국내 헤어드라이어 시장도 성장세다. 코로나19 이후 홈뷰티 수요가 확대되고 케어 기능을 강화한 프리미엄 헤어기기가 인기를 끌면서 시장의 고급화가 본격화됐다. 단순 건조 기능을 넘어 모발 손상 최소화와 윤기, 스타일링까지 관리하는 제품으로 소비자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
업체들의 기술 경쟁도 단순 건조 성능에서 헤어케어 기능으로 옮겨가고 있다. 고온 대신 저온·고풍속으로 건조 시간을 줄이면서 열 노출을 최소화하고, 센서를 활용해 온도와 풍량을 조절하는 기술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음이온·플라즈마·수분 케어·두피 보호 등 기능까지 더해지면서 드라이어가 생활가전에서 뷰티 디바이스로 진화하고 있다.
다이슨은 고속 디지털 모터와 지능형 온도 제어 기술을 앞세우고 있다. 슈퍼소닉은 바람의 온도를 초당 40회 이상 측정해 과도한 열을 제어하고, 에어랩에는 공기의 흐름으로 모발을 배럴에 감아 스타일링하는 코안다 효과를 적용했다. 샤크 뷰티는 빠른 건조와 스타일링을 결합한 제품으로 차별화하고 있다. 컬링 배럴과 브러시, 콘센트레이터 등 다양한 툴을 활용해 건조부터 컬·볼륨 연출까지 한 기기로 가능하도록 했다.
◆ AI·센서 접목…‘퍼스널 뷰티 디바이스’로 진화
업계에서는 앞으로 AI와 센서 기술이 접목되면서 프리미엄 헤어드라이어의 기능이 더욱 고도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일정한 온도와 풍량을 제공하는 수준을 넘어 개인의 모발 상태를 분석하고 그에 맞는 바람과 온도를 자동으로 설정하는 방향으로 진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프리미엄 드라이어 시장은 이제 풍량 경쟁이 아니라 모발 손상을 얼마나 줄이고 원하는 스타일을 구현할 수 있는지가 핵심 경쟁력이 됐다”며 “AI와 센서 기술이 발전하면서 헤어케어 기능은 앞으로 더욱 고도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드라이어 시장의 경쟁 기준이 ‘얼마나 빨리 말리느냐’에서 ‘얼마나 건강하게 관리하느냐’로 이동하고 있는 셈이다. 매일 사용하는 생활가전이 모발과 두피를 관리하는 ‘퍼스널 뷰티 디바이스’로 진화하면서 K뷰티의 영역도 스킨케어에서 헤어케어로 넓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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