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급 의료기관의 간호사 1명당 적정 환자 수 기준을 정하도록 하는 간호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의료기관의 간호사 배치 현황 공개도 의무화한다. 열악한 근무환경 속에 끊이지 않는 간호사 이탈과 ‘태움’ 문제가 개선될지 주목된다.
23일 의료계에 따르면 국회는 지난 20일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간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최종 의결했다. 지난 4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와 7월 법제사법위원회를 차례로 통과한 개정안은 이날 본회의 의결을 거치면서 간호법 제정 이후 첫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번 개정안에 따라 의료기관의 종류와 병상 규모, 진료 특성 등 의료현장의 여건을 고려해 간호사 1명이 담당할 수 있는 적정 환자 수 기준을 마련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구체적인 간호사 배치 기준과 적용 방법 등은 향후 보건복지부령을 통해 정해질 방침이다. 특히 적정 환자 수 기준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의료기관의 기준 준수 여부를 의료기관 평가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도 마련됐다.
이 의원은 “안타까운 간호사 괴롭힘 사망사건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며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간호사가 너무 많은 환자를 보며 ‘잠깐만이요’를 외치며 뛰어다니는 열악한 노동환경은 국민의 생명과 환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것은 물론, 과도한 업무가 동료 간 갈등으로 이어지고 병원 조직문화를 각박하게 만드는 구조적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더는 개인의 희생으로 병원을 지탱해 나갈 수는 없다”며 “간호사 1인당 적정한 환자 수를 마련하는 것은 국민건강을 지키고 나아가 간호사와 병원 노동자의 삶도 함께 지켜내는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의료현장에서는 의료기관과 병동별로 간호사 1명이 담당하는 환자 수에 큰 차이가 있고, 과도한 업무 부담으로 적정한 간호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이 지속해서 제기됐다.
간호사의 과중한 업무 탓에 소진과 이직이 반복되고, 숙련된 간호사 인력의 이탈로 이어지면서 환자 안전과 의료서비스의 질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꼽혔다. 보건의료노조가 조합원 4만500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2026년 현장 실태조사’ 결과, 간호사의 이직 고려율이 전체 보건의료노동자 평균보다 높았다. 간호사의 최근 3개월 내 이직 고려율은 72.1%로, 전체 보건의료노동자의 이직 고려율 64.6%보다 7.5%포인트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열악한 근무환경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는 ‘태움’ 문화를 유발한다는 지적도 있다. 최근 경기 광주시 한 병원에서는 태움에 시달리던 간호사가 퇴사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했다. 2018년과 2019년에도 서울 대형병원에서 유사한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여기에는 만성적 인력 부족, 병원 내 교육 시스템 미비 등 구조적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적정한 간호사 인력 배치는 간호사가 환자 한 명 한 명의 상태를 보다 면밀히 관찰하고 이상 징후를 조기에 발견해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핵심적인 조건이라는 점에서 이번 개정안의 의미가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한간호협회도 이번 간호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를 환영했다. 간호협회는 간호사 적정 배치를 실현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 것은 국민의 생명과 환자 안전을 위한 중요한 진전이라고 밝혔다.
간호협회 관계자는 “이번 간호법 개정안 통과로 간호사 1인당 담당 환자 수에 대한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국민의 생명과 환자 안전을 위한 간호사 적정 배치를 실현하는 첫걸음이 시작됐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정부가 의료현장의 준비 상황을 면밀히 살피고 현장의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해 실효성 있는 세부 기준을 법이 정한 3년 내 단계적으로 마련하고 안정적으로 안착시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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