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방한 일정 마무리 맞춰 발사
한·미 UFS훈련에 불만 표시 관측
靑 “안보리 결의 위반… 중단” 촉구
김여정, 美와 소통 사실 부인 속
“두 정상 간 관계 훌륭” 대화 여지
북한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화 제의에도 20일 평양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 10여발을 쐈다.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8일 만이며, 올해 들어 12번째다. 이번 발사는 왕이 중국 외교부장의 19∼20일 한국 방문이 마무리된 직후 감행됐다. 정치·군사적 요소를 조율한 흔적이 엿보인다는 분석이다.
21일까지 실시되는 한·미 연합 을지 자유의 방패(UFS) 연습이 끝나기 전날 탄도미사일을 대거 발사한 것은 한·미 연합훈련에 대한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상반기 한·미 연합 자유의 방패(FS) 연습 기간이자 트럼프 대통령이 김민석 당시 국무총리와 만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향해 대화 의지를 보인 직후인 지난 3월14일에도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 10여발을 쐈다. 이후 해당 발사를 600㎜ 초대형 방사포 타격 훈련이라고 밝혔다. 이번에도 유사한 무력시위를 한 것으로 보인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발사 전부터 징후를 식별해 대비태세를 갖췄다”며 “(발사한 미사일은) 600㎜ 초대형 방사포로 생각되며 그린파인 조기경보레이더로 발사부터 비행, 소실단계까지 계속 추적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따라 긴급안보상황점검회의를 열고 이번 발사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평가했다. 안보실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하는 엄중한 행위”라며 “이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 추진 의지를 거듭 밝히는 가운데 북한은 탄도미사일 발사 등의 군사행동과 외교적 옵션을 저울질하며 북·미 대화 재개 여부를 놓고 대미 탐색전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대미 대화의 문턱을 높이면서도 두 정상 간 개인적 관계는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총무부장은 19일 심야에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담화를 발표했다. 그는 김 위원장이 북·미 대화 제안에 긍정적으로 반응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 대해 “최고지도부의 대외 정책과 관련하여 아마도 내가 알지 못하고 있는 유일한 사안일 것”이라면서도 “우리 국가수반이 트럼프에 대하여 개인적으로 좋은 추억과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데 대해서는 이미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고 언급했다. 소통 사실을 부인하는 모양새를 취하면서도, 향후 협상을 진행할 여지는 남겨두는 의도로 보인다.
이 같은 의도는 한·미 연합훈련이나 미국의 대북정책에 대한 언급에서도 엿보인다. 김 부장은 “미국의 대조선적대시정책은 변하지 않아왔고 미국과 그 추종무리들은 오늘 현재 이 순간도 적대적인 대조선군사활동을 맹렬히 벌리고(벌이고) 있다”며 “두 나라 지도자들 사이의 훌륭한 관계와는 무관하게 우리가 자국의 안전을 위협하는 세력들을 견제하기 위해 취해나가는 주권적 행사들은 매우 상식적이고 적중하며 필수적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의 이날 단거리탄도미사일 발사도 UFS 연습 대폭 축소 조치를 유화책으로 인정하지 않으며, 미국은 여전히 적대 국가라는 점을 재확인하면서 훈련 중단을 압박하는 의미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미사일 발사와 담화라는 두 가지 방식을 통해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 개인과 미국의 대북정책 및 동맹국 입장을 분리하고, 두 정상의 ‘훌륭한 관계’를 대화의 지렛대로 삼으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두 정상 모두 회담에서 얻을 것이 있다는 점에서는 이해관계가 맞닿아 있다. 다만 트럼프 1기 때와 비교하면 북한이 협상 테이블에 앉기 위한 대내외적 조건은 크게 달라졌다. 북한은 2019년 ‘하노이 노딜’ 이후 핵·미사일 능력을 한층 강화했다. 러시아 및 중국과의 전략적 밀착도 심화했다. 미국과의 정상회담에 매달릴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줄어든 만큼 회담 자체보다 회담을 통해 얻어낼 실익을 저울질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북한은 비핵화는 협상 의제가 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며 미국에 사실상 핵보유국 지위 인정을 요구하고 있다. 북한의 핵보유 현실을 미국이 어느 수준까지 인정할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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