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경제 여건에 맞춘 조달 정책으로 지방정부가 한국사회 경제의 성장을 주도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습니다.”
백승보(55) 조달청장은 20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역의 유망·혁신기업의 공공조달 시장 진입 기회를 확대해 자치분권 기반의 균형 성장을 이끌겠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지난해 8월, 12년 만에 내부 승진으로 사령탑에 오른 백 청장은 지난 1년간 ‘혁신조달’에 역점을 두고 달려왔다. 혁신조달은 민간기업의 혁신 제품을 정부가 위험성을 안고 우선 구매하는 지원 정책이다.
백 청장은 “새로운 기술과 제품이 시장에 들어오는 게 쉽지 않은데 문턱을 낮춰주는 역할을 정부, 즉 조달청이 해야한다”면서 “‘고속도로 차선 유도선’처럼 기업의 혁신 기술과 아이디어가 사회의 공공문제를 해결하고 공공서비스 품질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조달 정책이 됐다”고 말했다.
조달청은 최근 대전시, 전북도 등과 손잡고 인공지능(AI), 첨단 모빌리티 등 지역 미래 신산업 먹거리 발굴에 나서고 있다. 조달청은 238조5000억원 규모의 공공구매력을 전략적으로 활용, AI·기후테크 등 첨단전략산업과 혁신기업의 성장을 지속 지원한다.
조달청에 따르면 혁신제품 지정 건수는 올해 7월 기준 304개로 전년(228개) 대비 33% 증가했다. AI·로봇·기후테크 등 전략산업 제품은 신규지정 제품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혁신제품시범구매 예산은 올해 839억원을 책정했다. 정부 및 공공기관의 구매목표비율을 높인 결과 올해 7월까지 혁신제품 공공구매 규모는 5775억원으로 작년 대비 10% 늘었다.
백 청장은 “지방정부와의 협약을 계기로 기존 중앙정부 중심의 혁신제품 발굴·지정 체계를 지역 현장 중심으로 확대할 수 있게 됐다”며 “지역의 산업 특성과 현장 수요를 잘 아는 지방정부와 협력해 지역의 유망한 혁신 기업들이 공공조달 시장을 발판 삼아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하고, 나아가 세계 시장으로 뻗어나갈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혁신조달 촉진을 위해 지방정부에 ‘조달 자율성’을 줬다.
백 청장은 “그동안 지방정부는 조달청이 단가계약을 체결한 물품에 대해 나라장터 쇼핑몰에서만 의무적으로 구매할 수 있어 지자체의 선택권 제한은 물론 지역기업의 외면을 받아왔다”며 “이에 과감히 의무구매 제도를 폐지하고 지자체가 조달청 단가계약과 자체 조달 중 유리한 방식을 선택하도록 자율성을 부여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급격한 자율화를 추진할 경우 과도한 저가 경쟁으로 인한 중소기업의 타격이나 지역 유착에 따른 부패 발생 우려도 있는 것이 사실이나 중요한 건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조달청은 올해 초 경기·전북 지역에서 전기·전자 분야 118개 품명을 대상으로 한 시범 사업에 돌입했다. 올 하반기에는 전체 품명을 대상으로, 내년부턴 모든 지방정부를 대상으로 단계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자율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조달비리, 법령 위반사항은 조달청이 모니터링하고 필요시 시정요구에 나서는 등 부작용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비수도권과 인구감소 지역기업을 대상으로 한 맞춤형 지원도 확대한다. 조달청은 비수도권 기업의 다수공급자계약(MAS) 체결 기간을 단축하는 ‘패스트트랙’을 도입하고 물품과 용역 분야 적격심사에서 신인도 가점을 준다. 백 청장은 “혁신조달이 지속가능한 성장과 균형발전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정책이 됐다”며 “앞으로도 국민과 기업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성과를 창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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