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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이용하는 만큼 더 큰 책임… 마사회 ‘말복지 기준’ 높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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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서 동물복지는 더 이상 낯선 개념이 아니다.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고, 농장동물과 실험동물의 서로 다른 삶의 질에도 관심을 갖는다. 인간 역시 생태계의 일부이며 다른 생명과의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라는 인식이 넓어지고 있다.

다만 동물복지의 원칙이 보편적이라고 해서 모든 동물에게 같은 방식의 기준을 적용할 수는 없다. 반려견과 젖소, 야생동물이 살아가는 방식이 다르듯 복지 역시 각 동물의 생물학적 특성, 인간과의 관계, 생활환경과 이용 형태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좋은 의도라 해도 현실과 다양한 동물의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면 지속 가능한 복지가 되기 어렵다.

우희종 한국마사회장
우희종 한국마사회장

말은 그런 점에서 조금 특별하다. 과거 농경과 운송, 군사에 활용됐던 말은 오늘날 경마와 승마, 재활승마, 관광과 체험 등 스포츠, 레저, 문화 영역에서 인간과 함께한다. 법적으로는 여전히 가축이지만 실제 관리에는 운동과 휴식, 훈련과 교감, 수의진료와 장제, 사양관리 등 일반 축산동물과 다른 복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따라서 말복지는 단순히 ‘말을 이용하느냐, 이용하지 않느냐’의 문제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중요한 것은 인간과 함께하는 활동 속에서 말의 신체적, 행동적 특성을 얼마나 존중하고, 불필요한 고통과 위험을 얼마나 줄이며, 부상과 질병에 적절히 대응하고 역할을 마친 뒤의 삶까지 얼마나 책임지는가이다.

경주마와 승용마, 번식마와 어린 말, 은퇴마는 각각 다른 복지기준이 필요하다. 치료와 회복이 불가능하고 지속적인 고통이 예상되는 경우에는 독립적인 수의학적 판단을 전제로 안락사 역시 복지의 한 부분으로 논의돼야 한다. 노령마의 무의미한 연명 중지도 사회적 합의가 요구된다. 생명 존중은 단순한 생명의 연장이 아니라 살아 있는 동안의 삶의 질을 함께 살피는 일이기 때문이다.

동물에 대한 사랑과 공감은 복지의 출발점이지만 그것만으로 좋은 정책이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과학 근거와 현장의 경험, 윤리적 기준과 변화하는 사회적 기대가 함께 작동해야 한다. 현실적인 복지란 현재의 관행을 인정하자는 뜻이 아니라,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하면서도 그 기준을 지속적으로 높여가자는 뜻이다.

이 점에서 한국마사회의 책임은 크다. 마사회는 단순한 경마 시행기관을 넘어 말의 출생과 훈련, 경주와 은퇴 이후까지 이어지는 생애주기 전체를 바라봐야 한다. 복지기준을 만들고, 데이터를 축적하고, 현장을 교육, 지원하며, 그 결과를 국민과 투명하게 공유하는 역할도 맡아야 한다. 말을 국내법상 가축으로부터 스포츠 동물로 새롭게 자리 잡게 하는 역할도 있다.

말을 이용하는 산업과 말복지는 서로 대립하지 않는다. 오히려 말을 이용하는 만큼 더 큰 책임을 져야 한다. 말복지는 말산업에 덧붙이는 비용이 아니라 말산업에 기반한 말문화가 지속될 수 있게 하는 기반이다. 국내 말산업과 말문화를 담당하는 마사회라면, 말의 이용에서 가장 큰 책임을 지는 기관이자 우리 사회의 말복지 기준을 가장 먼저 높이는 기관이어야 한다.

 

우희종 한국마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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