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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원이 끝이 아닌 사람들 [김태정의 진료실은 오늘도 맑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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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세 남성이 갑자기 오른쪽 팔다리에 힘이 빠지고 발음이 어눌해져 응급실을 찾았다. 한 가정의 가장이자 회사에서도 한창 일할 나이였다. 뇌 자기공명영상(MRI)에서는 왼쪽 방선관 부위의 뇌경색이 확인됐다. 오른쪽 팔과 다리를 움직일 수는 있었지만 힘이 크게 떨어졌고, 발음도 이전처럼 또렷하지 않았다.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평범하게 출근하고 가족과 대화를 나누던 그의 일상은 뇌경색으로 한순간에 달라졌다. 걷고, 옷을 입고, 식사를 하고, 말을 하는 평범한 일들이 갑자기 쉽지 않은 일이 됐다.

뇌경색은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인 동시에 살아남은 뒤의 일상을 크게 바꿀 수 있는 질환이다. 어느 부위의 뇌가 손상되느냐에 따라 한쪽 팔다리 마비, 발음·언어장애, 감각장애, 시야장애 등이 갑자기 나타날 수 있고, 후유증이 남으면 혼자 걷거나 식사하는 기본적인 생활부터 직장과 사회생활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급성기 치료가 끝나고 상태가 안정되면 환자와 가족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도 결국 “예전의 일상으로 얼마나 돌아갈 수 있을까”다. 뇌경색의 회복 여부는 중증도에 따라 차이가 난다. 비교적 가벼운 뇌경색에서는 70~85%, 중등도에서는 40~50%, 중증에서는 10~25% 정도가 3개월 후 독립적인 생활이 가능한 수준에 도달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이 숫자가 알려주는 중요한 사실은 뇌경색의 ‘첫 중증도’가 예후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뇌는 뇌경색이 발생한 뒤에도 회복을 위한 변화를 계속한다. 급성기에는 부종이 줄고 일시적으로 기능이 억제됐던 주변 신경망이 다시 작동하면서 증상이 좋아질 수 있다. 이후에는 손상되지 않은 뇌의 신경망이 연결을 새롭게 조정하고 일부 기능을 대신하는 변화가 일어나는데, 이를 뇌가소성이라고 한다. 재활치료는 이러한 뇌가소성이 실제 움직임과 생활 능력의 회복으로 이어지도록 돕는 과정이다. 손상된 뇌 조직을 되살리는 것은 아니지만, 반복적으로 적절한 움직임을 경험하게 함으로써 걷기, 균형 잡기, 손 사용 같은 동작을 다시 익히도록 돕는다.

그래서 재활은 단순한 근력운동과는 다르다. 초기에는 관절이 굳는 것을 막고 삼킴장애나 폐렴 같은 합병증을 예방하면서 안전하게 몸을 움직이는 것부터 시작한다. 상태가 안정되면 앉기와 서기, 균형 잡기, 보행, 손으로 물건을 잡고 놓는 훈련처럼 실제 생활에 필요한 동작을 반복한다. 무조건 강하게 운동하기보다는 환자의 상태에 맞는 운동을 꾸준히 반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행히 앞서 언급한 환자는 급성기 치료 후 재활을 통해 회복하며 오른쪽 팔다리의 기능도 좋아졌다. 발병 3개월 뒤에는 오른손에 약간의 마비가 남아 있었지만 일상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동작이 크게 늘었다. 오른쪽 다리도 지팡이의 도움을 받으면 걸을 수 있을 정도로 좋아졌다. 그러나 3개월이 회복의 마감일은 아니다. 뇌경색 후 기능 회복은 일반적으로 처음 수개월에 가장 빠르게 진행되지만 모든 환자가 같은 속도로 회복하는 것은 아니다. 초기의 생물학적 회복 이후에도 반복적인 운동과 실제 생활 속 학습을 통해 기능이 더 좋아질 수 있다. 그리고, 6개월 뒤 진료실에서 만난 환자의 모습은 처음 응급실에 왔을 때와 상당히 달라져 있었다. 오른쪽 팔다리의 기능은 거의 일상생활이 가능한 수준으로 회복됐고 걸음도 훨씬 자연스러워졌다.

물론 모든 뇌경색 환자가 이 환자와 같은 경과를 보이는 것은 아니다. 처음 뇌경색이 심할수록 장애가 남을 가능성은 높다. 하지만 퇴원 당시의 모습만으로 환자의 최종 상태를 너무 일찍 단정할 필요도 없다.

뇌경색 치료의 목표는 단지 병원에서 퇴원하는 데 있지 않다. 다시 걷고, 손을 쓰고, 가족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되찾고, 가능하다면 다시 일터로 돌아가는 데 있다. 그래서 뇌경색 환자에게 퇴원은 치료의 끝이 아니다. 다시 자신의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한 회복의 다음 단계가 시작되는 시점이다.

김태정 서울대병원 신경과·중환자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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