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더 멋있어 보였어요.”
여름방학을 맞아 부모가 매일 출근하는 회사를 직접 찾아가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 딱딱한 사무실과 생산라인은 하루 동안 놀이터이자 체험학습장으로 변한다.
기업들도 임직원 자녀를 회사로 초청하는 행사를 잇달아 열고 있다. 단순히 가족에게 회사를 구경시켜 주는 데서 벗어나 부모가 무슨 일을 하는지 직접 보여주고, 회사의 제품과 기술까지 체험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지난 6일부터 이틀간 임직원 자녀를 대상으로 ‘2026년 대우건설 꿈나무 초대행사’를 진행했다.
대우건설이 2004년 시작한 ‘꿈나무 초대행사’는 올해 20회째를 맞은 장수 가족친화 프로그램이다. 임직원 자녀 가운데 초등학교 4~6학년을 대상으로 하며, 건설업 특성상 가족과 휴가를 함께 보내기 어려운 국내외 현장 근무자의 자녀를 우선적으로 선발한다.
올해는 80명이 참가했다. 아이들은 서울 을지로 대우건설 본사를 찾아 부모가 근무하는 회사와 직업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이어 써밋갤러리에서 도슨트 투어를 통해 대우건설의 주거상품과 건축 문화를 살펴봤다.
수원 대우건설 인재경영원에서는 미니올림픽과 레크리에이션, 장기자랑 등 프로그램도 진행됐다.
행사에 참가한 초등학교 4학년 이아현 학생은 “아빠가 일하는 회사라고 하면 푸르지오랑 써밋 정도만 알고 있었는데, 대우건설이 우리나라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건물과 도로, 플랜트 같은 큰 공사를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아빠가 더 멋있어 보였고 친구들에게도 대우건설이 어떤 회사인지 잘 알려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대우건설은 여름뿐 아니라 겨울방학에도 임직원 자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2019년부터 초등학교 4~6학년 자녀를 대상으로 영어캠프를 진행해 왔다. 올해 2월에도 40명이 참가해 영어 글쓰기와 창작 활동 등을 체험했다.
직원 가족에게 회사 문을 여는 기업은 대우건설뿐만이 아니다.
롯데물산은 지난 5월30~31일 롯데월드타워 108~112층 사무실에 임직원 가족을 초청하는 ‘쇼 미 더 오피스’를 진행했다. 2022년 시작한 행사로 올해는 임직원과 가족 약 800명이 참여했다. 5년간 누적 참가자는 3000명을 넘어섰다.
사무실을 한 바퀴 둘러보는 데 그치지 않았다. 층별 프로그램에 참여해 도장을 모으는 스탬프 투어를 마련하고, 올해 처음으로 부서별 업무를 가족에게 소개하는 코너도 만들었다.
한강 라면을 맛볼 수 있는 ‘물산분식’, 닌텐도와 플레이스테이션 등을 즐길 수 있는 휴식 공간까지 마련해 회사 자체를 가족들의 체험 공간으로 바꿨다.
SK텔레콤도 지난 5월 어린이날을 맞아 서울 중구 을지로 SKT타워에 구성원 350가족을 초청했다.
자녀들에게는 ‘SKT 주니어 명예사원 임명장’이 전달됐다. 본사에는 에어바운스와 볼풀장을 갖춘 플레이존을 비롯해 떡볶이·닭강정 등을 즐기는 먹거리존, 컬링게임과 행운볼 잡기를 할 수 있는 액티비티존이 마련됐다.
제조업체들은 생산현장을 직접 보여주는 방식으로 회사와 부모의 일을 설명한다.
LS엠트론은 지난 5월 전북 완주 전주공장에 임직원과 가족 130여명을 초청했다. 참가자들은 홍보관과 트랙터 전시관을 둘러보고 실제 생산라인도 견학했다.
미니 축구와 고리 던지기, 퀴즈, 마술 공연 등 가족 참여형 프로그램도 진행됐다. 자녀들이 부모의 일터와 회사가 만드는 제품을 동시에 이해하도록 한 것이다.
자사 브랜드 특성을 가족행사에 녹이는 기업도 있다.
농심은 지난 5월30일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본사에서 ‘2026 농심 패밀리데이’를 열었다. 임직원 가족 약 200명이 참여했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열린 행사다.
본사 이벤트홀과 잔디광장에는 어린이 뮤지컬과 꼬마 DJ 공연, 가족 협동게임이 마련됐다. 지난해 어린이 중심 프로그램에 대한 반응이 좋자 올해는 부모가 즐길 수 있는 손 마사지 서비스와 추억의 오락실까지 추가했다.
보안기술 기업 슈프리마는 자사의 인공지능(AI) 기술을 자녀 체험 프로그램으로 활용한다.
슈프리마는 2022년부터 매년 ‘슈프리마 주니어 아카데미 프로그램’을 열고 있다. 지난해 행사에서는 임직원들이 제품기획과 연구개발 업무를 자녀 눈높이에 맞춰 설명했다.
아이들은 구글의 그림 인식 프로그램 ‘퀵드로우’를 이용해 AI를 체험하고, 슈프리마의 AI 기반 얼굴인증 기술을 이용해 스피드게이트를 직접 통과하기도 했다. 부모가 회사에서 다루는 기술을 놀이처럼 경험하도록 구성한 것이다.
이처럼 기업들의 가족 초청 행사는 ‘사무실 구경’에서 ‘직업 체험’으로 빠르게 바뀌는 모습이다. 부모가 어떤 공간에서 누구와 어떤 일을 하는지 아이가 직접 보고, 기업 입장에서는 제품과 기술, 브랜드를 직원 가족에게 자연스럽게 알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맞벌이와 일·가정 양립이 보편적인 과제로 자리 잡으면서 가족친화 프로그램도 단순한 복리후생을 넘어 조직문화 관리의 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회사 문을 가족에게 열어 부모의 일과 일터를 공유하는 셈이다. 아이에게는 하루짜리 직업 체험이지만, 임직원에게는 자신의 일을 가장 가까운 가족에게 보여주고 자긍심을 확인하는 시간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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