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회식, 고깃집 말고 스테이크 먹을까요?”
직장인 회식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삼겹살에 소주를 곁들이던 술 중심 회식 대신 스테이크와 파스타, 와인이나 칵테일을 함께 즐기는 ‘식사 중심’ 회식을 찾는 직장인이 늘면서 한동안 주춤했던 패밀리레스토랑과 캐주얼 다이닝 업계가 다시 회식 수요를 파고들고 있다.
핵심은 가격이다. 고급 레스토랑처럼 부담스럽지는 않으면서도 평소보다 좋은 음식을 먹었다는 만족감을 줄 수 있는 ‘1인당 3만~4만원대’가 새로운 회식 가격대로 떠오르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현대그린푸드가 운영하는 텍사스로드하우스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그린푸드는 지난 4월 서울 송파구 방이동에 문을 연 텍사스로드하우스 잠실본점의 누적 방문객이 개점 100일 만에 5만5000명을 넘어섰다고 9일 밝혔다. 하루 평균으로 따지면 약 550명이 매장을 찾은 셈이다.
잠실본점은 오픈 이후 매달 국내 텍사스로드하우스 매장 가운데 가장 높은 매출을 올리고 있다. 회사 측은 스테이크 업계에서도 최상위권 수준의 매출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손님의 구성이다.
잠실본점 평일 고객 가운데 5명 이상 단체 손님 비중은 평균 41%다. 다른 텍사스로드하우스 매장 평균 31%보다 10%포인트 높다. 현대그린푸드는 단체 고객 상당수가 잠실 일대 직장인이라고 설명했다.
가격 경쟁력이 직장인의 발길을 끌어당긴 요인으로 꼽힌다.
텍사스로드하우스는 초이스 등급 스테이크를 일반 스테이크 전문점보다 약 15%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다. 저녁에는 스테이크와 폭립, 치킨, 그릴드 쉬림프, 파스타 등에 사이드 메뉴와 식전빵, 음료가 포함된 3~4인 세트를 8만~12만원대에 판매한다.
여기에 맥주나 와인 등을 추가해도 메뉴 선택에 따라 1인당 4만원 안팎에서 식사가 가능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여러 사람이 같은 메뉴를 먹어야 하는 고깃집과 달리 스테이크부터 폭립, 파스타, 치킨까지 각자 취향에 맞게 고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술을 마시지 않는 구성원은 논알코올 맥주를 고를 수 있다.
현대그린푸드는 이 같은 수요를 겨냥해 잠실본점과 판교점에서 6인분 이상 인기 단품 메뉴를 주문하면 10% 할인하는 단체용 배달 메뉴 ‘배달팩’도 이달 중 선보일 예정이다.
직장인의 ‘가성비 외식’을 노리는 곳은 텍사스로드하우스뿐만이 아니다.
이랜드이츠의 애슐리퀸즈는 올해 들어 지난 6월까지 신규 매장 10곳을 추가했다. 지난해 말 115개였던 매장을 올해 150개까지 확대하고 연 매출 8000억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지난해 애슐리퀸즈의 외형 매출은 약 5000억원으로 파악된다.
애슐리퀸즈가 다시 성장한 배경에도 ‘가성비’가 있다.
평일 런치 1만9900원이라는 가격이 과거에는 저렴하지 않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일반 음식점 외식 가격이 잇따라 오르면서 수십 가지 메뉴를 제한 없이 먹을 수 있는 뷔페의 상대적인 가격 경쟁력이 오히려 높아졌다.
상권별 공략도 세분화하고 있다.
이랜드 측은 오피스 상권을 겨냥해 평일 저녁 와인 수요를 공략하는 ‘와인룸’ 등 맞춤형 전략을 확대하고 있다. 가족 중심 외식 공간이었던 패밀리레스토랑을 평일 저녁 직장인 모임 장소로 넓히겠다는 계산이다.
매드포갈릭은 더 직접적으로 가격을 낮추는 전략을 택했다.
운영사 엠에프지코리아는 올해 ‘2026 프리미엄 다이닝 패키지’를 내놨다. 2~3인 식사권에 스테이크 2만원 할인권과 40% 메뉴 할인권, 금액 할인권 등을 묶어 정상 혜택 기준 최대 85% 수준까지 할인 폭을 키웠다.
대표 상품인 밸류 패키지의 경우 총 29만원 상당 혜택을 5만8300원에 판매했다. 베스트 패키지는 2인·3인 식사권과 각종 할인권을 묶어 최대 88만원 상당 혜택을 제공했다.
반응도 뒤따랐다.
매드포갈릭에 따르면 설 연휴인 지난 2월16~18일 매출은 직전 주 같은 요일인 2월9~11일보다 약 162% 증가했다. 할인율만 높이는 대신 실제 식사에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식사권과 메뉴 할인 혜택을 함께 묶은 전략이 고객 유입에 영향을 줬다는 게 회사 측 분석이다.
모든 업체가 가격만 낮추는 것은 아니다.
CJ푸드빌의 빕스는 반대로 샐러드바와 시즌 메뉴, 매장 인테리어 등 ‘프리미엄 다이닝 경험’을 강화하고 있다.
올해 선정된 우수 고객 멤버십 ‘빕스 매니아’ 회원은 전년보다 22% 늘었다. CJ푸드빌은 콘서트·뮤지컬 등 문화 혜택과 파인다이닝 브랜드 체험 기회까지 멤버십에 넣으며 단순히 저렴하게 한 끼를 먹는 공간에서 벗어나려는 전략을 펴고 있다.
결국 외식업계의 전략은 두 갈래로 나뉘는 모습이다.
한쪽에서는 텍사스로드하우스와 애슐리퀸즈처럼 여러 명이 함께 먹어도 1인당 비용을 일정 수준으로 묶을 수 있는 가격 경쟁력을 앞세우고, 다른 한쪽에서는 음식과 공간 자체의 경험을 높여 소비자를 끌어들이고 있다.
공통점은 ‘술을 얼마나 마시느냐’보다 ‘무엇을 먹고 어떤 시간을 보내느냐’를 중요하게 여기는 회식 수요를 겨냥한다는 것이다.
특히 팀장급까지 1980년대생이 빠르게 늘면서 회사가 정해주는 획일적인 회식보다 구성원의 음식 취향과 음주 여부를 함께 고려해야 하는 분위기도 확산되고 있다.
비싸진 외식비 때문에 회식을 줄이는 기업과 직장인이 늘고 있지만 회식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횟수를 줄이는 대신 한 번 만날 때 음식과 분위기를 함께 따지는 방향으로 소비 방식이 바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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