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중개사 신규 개업 9150명…1998년 이후 최저·폐업 1만1297명
직거래 광고 500건 중 104건 위법 의심…“집주인 인증 확인해야”
스마트폰 앱을 켜면 아파트 전세부터 원룸 월세까지 매물이 줄줄이 뜬다. 집을 구하려면 동네 공인중개사무소부터 찾아가던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실거래가와 주변 시세를 확인하고 마음에 드는 집을 찾은 뒤 집주인과 직접 연락하는 것까지 스마트폰 안에서 가능해졌다. 중개보수를 아끼려는 수요까지 맞물리면서 부동산 직거래 시장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반대편에서는 공인중개사 시장이 쪼그라들고 있다. 지난해 새로 문을 연 공인중개사는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이후 가장 적었다. 한때 직장인과 은퇴자까지 시험장으로 끌어모으며 ‘국민 자격증’으로 불렸던 공인중개사의 인기도 빠르게 식고 있다.
16일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2025년 전국에서 신규 개업한 공인중개사는 9150명으로 집계됐다. 1998년 7567명 이후 27년 만에 가장 적은 규모다.
지난해 문을 닫은 공인중개사는 1만1297명으로 신규 개업자보다 많았다. 실제 영업 중인 개업공인중개사도 지난해 말 10만9320명으로 줄었다. 개업공인중개사 수는 2023년 2월 이후 35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주택 거래가 줄면서 중개시장 자체가 위축된 영향이 크다. 여기에 소비자가 직접 매물을 찾고 시세를 비교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이 커지면서 과거 중개업소가 쥐고 있던 ‘매물 정보’의 장벽도 낮아졌다.
시험장 풍경에서도 변화가 읽힌다. 한국산업인력공단 자료를 보면 공인중개사 1차 시험 응시자는 2021년 제32회 당시 18만6278명에 달했다. 지난해 치러진 제36회 시험에서는 8만387명으로 줄었다. 4년 만에 10만명 넘게 빠지며 56.8% 감소한 것이다.
집값이 급등하던 시기에는 중개보수 수입에 대한 기대감으로 직장인과 은퇴자까지 시험장으로 몰렸다. 지금은 거래가 줄어든 데다 기존 중개사무소 간 경쟁도 치열하다. 자격증을 따더라도 곧바로 개업하기 어렵다는 현실이 응시자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공인중개사 시험장에서 사람이 빠지는 사이 소비자의 손가락은 플랫폼으로 향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윤종군 의원실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당근의 부동산 거래 완료 건수는 2021년 268건에서 2024년 5만9451건으로 늘었다. 불과 3년 만에 약 222배로 불어났다.
매물 증가 속도도 가팔랐다. 같은 기간 당근에 등록된 부동산 매물은 5243건에서 65만3588건으로 약 124배 증가했다.
과거에는 집을 구하려면 중개업소를 돌며 매물을 확인하고 가격을 물어보는 과정이 사실상 필수였다. 지금은 실거래가와 주변 매물을 스마트폰으로 비교한 뒤 집주인과 직접 연락하는 진입 장벽이 크게 낮아졌다.
중개보수를 아낄 수 있다는 것도 직거래의 매력이다. 특히 거래금액과 보증금이 상대적으로 작은 원룸·월세 시장에서는 수수료 절감 효과와 플랫폼의 접근성이 맞물리기 쉽다.
플랫폼도 부동산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당근은 지난해 개인이 부동산 직거래 매물을 올릴 때 본인인증과 함께 집주인 또는 세입자 인증을 받도록 제도를 강화했다. 집주인이 직접 매물을 등록하면 등기부등본과 대조해 소유 여부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중개인을 건너뛰면서 거래 당사자가 직접 떠안아야 하는 책임도 커진다는 점이다. 국토교통부가 2024년 11월부터 4주간 당근마켓과 복덕빵, 번개장터, 중고나라 등에 올라온 부동산 광고 500건을 표본 조사한 결과 104건, 20.8%가 공인중개사법 위반 의심 광고로 적발됐다. 사실상 5건 중 1건꼴이다.
대부분은 직거래를 가장해 무자격자가 중개대상물을 광고한 사례였다. 실제 집주인이 아닌 부동산 관련 업체가 ‘집주인’인 것처럼 광고를 올린 사례도 확인됐다. 정부는 이후 부동산 직거래 플랫폼 운영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집주인 인증 여부를 확인하도록 당부했다.
공인중개사를 통한 계약에서는 중개사가 부동산의 권리관계를 확인·설명하고 등기사항증명서 등 근거자료를 제시해야 한다. 중개 과정의 고의나 과실로 거래 당사자에게 재산상 손해가 발생할 경우를 대비한 공제나 보증 장치도 있다.
직거래에서는 상당 부분을 계약 당사자가 직접 챙겨야 한다. 상대방이 실제 소유자인지 확인하는 것은 기본이다. 등기사항증명서에 잡힌 근저당권과 압류 여부, 신탁등기 여부, 기존 임차인의 선순위 권리 등도 계약 전에 살펴야 한다.
시세보다 싸게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신원과 권리관계를 확인하기 전에 계약금부터 보내는 것도 피해야 한다. 국토부 조사에서 적발된 위반 의심 광고 104건 중 90.4%는 광고 주체 위반이었다. 무자격자가 집주인 행세를 하며 매물을 올린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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